'무지개다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9.12.09 베티가 떠나가다
  2. 2018.08.27 비와 당신의 이야기 - 구구, 별이 되다 7


베티가 오늘 오후 2 45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지난 11 16, 약간의 식욕 저하와 활동성 저하로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하고 투병을 시작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우리 고양이를 소개합니다.] 라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번째로 체라에 대한 글을 쓰고 있던 도중 베티의 투병이 시작되었고, 모든 것은 멈추어버렸다. 그리고, 오늘, 나는 살아 있는 베티를 소개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투병이라는 것은, 우리 일상의 시간을 블랙홀처럼 압축해서 흡입해버리는 것인지, 돌이켜보면 전이라는 시간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처음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다시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슬픈 예감을 하며 번째 입원. 그러나 베티가 정말 드라마틱하게 회복해주었고, 굉장히 컨디션이 좋아져서 퇴원했고, 그다음 스스로 캔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번 같이 함께 있다는 희망을 던져준 것도 잠시. 


12 3 저녁밥을 먹었던 베티는 다시 12 4일부터 컨디션이  다운되기 시작했고이런저런 방법을 찾아 노력해보았지만, 오늘 12 9 월요일 14 45 아픈 몸을 벗어나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너무나도 건강했고, 풍채도 좋았던 베티. 방문을 나서면, 냐아아앙 ~ 하며 나를 반겨주며 자신의 존재를 채웠던 베티. 우리 집의 마스코트처럼, 언제나 있어 같았던 베티의 부재는 너무나도 냉혹하리만치 크게 다가온다.


베티는 내가 많이 좋아했던 고양이였다. 잘해주지는 못했지만, 왠지 정이 가는 아이. 내가 우리 집에서최애하는 고양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있는 아이였다. 워낙 고양이들에게 잘하는 아내와 달리 부족한 많은 나를 많이 좋아해 주던, 흔치 않은 고양이이기도 했다.  베티가 이렇게 갑작스레 떠나갈 것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멍하다.  베티에 대한 기억을 움켜쥐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아득하게 멀어져만 가는 같다. 내가 디디고 있는 일상을 열심히 안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벌이리라


베티는 곤히 잠든 고요한 표정으로 누워만 있다.


집안이 고요하다. 정수기 물소리만 들릴 .  지금이라도 문을 나서면, 베티가 입을 활짝 벌려가며 냐아아앙하며 따라붙고, 다리에 몸을 부빌 것만 같은데. 


그 베티가 없다. 


베티는 잠들듯이 누워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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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발 태풍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그 '솔릭'이라는 녀석이 올라올 때도, 비는 찔끔 오는 둥 마는 둥 했더랬다. 어제 저녁 여덟시 즈음… 옥상의 평상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머리 위로 비가 몇방울씩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밤이 오면 구구가 떠날 것 같아.' 

곁에 있는 아내가 대답했다. '응. 나도 그런 느낌이 들어.'

 

구구. 비강종양으로 투병해왔던 구구. 구구의 상태가 마지막이 임박했다고 느낀 것은 이미 10일이 넘었다. 그간 많은 아이들을 떠나보내오면서,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는 마지막에 대한 예감이 있다. 목까지 올라온 할딱거리는 숨. 발작하듯 경련하다 축 처지는 몸. 초점 없는 눈빛. 그리고 여태까지 슬픔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사실 그것은 '예감'이라기 보다는 축적된 경험에 의한 예측이었다 ) 그러나 구구는 죽음의 문턱에서 온 힘을 다해, 다시 되돌아오곤 했다. 그리고는 다시 아내의 품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곤 했던 구구. 

 

구구의 비강 안에서 자라나 구구의 안구를 밀어내고 , 얼굴 뼈를 밀어내며 커지는 암 덩어리가 주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이 삶의 끈을 놓지 않는 구구를 보면서, 도대체 구구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도대체 무엇이 구구를 이 '생'에 붙잡아 두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비강 전체를 막아버린 암 덩어리로 호흡조차 힘겨운 상태에서,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아이가 버텨내 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처절한 아픔이고 짙은 괴로움이었다.

 

매일 한두 차례씩, 마지막 호흡을 몰아쉬며 힘겨워하는 구구를 쓰다듬으며, 우리 부부는 '구구야. 정말 고생 많이 했어. 너 이제 편히 쉬어. 이렇게 아프지 말고 편히 쉬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구구는 무지개다리를 건너려다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와, 탈진한 듯 지친 몸을 누인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구구는 그렇게 자기 삶의 모든 에너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듯,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모습이 존경스럽기 까지 했다. 주어진 생의 순간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내려는 모습을 통해, '삶' '죽음'이 진정 모두 고귀하다는 것을 배웠다. 구구에게 배웠다.

 

 

그로부터, 시간 후인. 2018년 8월 26일 23시 59분.

 

구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창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태풍이 올라올 때도 볼 수 없었던 시원한 빗줄기들이었다. 비가 내리면 구구가 떠나갈 것 같았는데, 정말로 비가 내리고 구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구구의 마지막은 평온했다. 아이가 겪었던 지독한 고통들 앞에, 감히 평온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써도 되는지 주저케 되지만. 그간 아이가 힘겨워했던 모든 모습에 비하면, 그래도 평온한 모습으로 이 생에서 '구구'로서의 마지막 길을 떠나갔다. 오른쪽 눈에 맺힌 맑은 눈물들은, 아쉬움이었을까… 슬픔이었을까…

 

구구야. 정말 고생했다. 너무 아프고 힘들었지. 너무 잘 견뎌주고, 이겨내 주었다. 고통을 겪는 너에게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해줄 없어서 정말 미안하고 괴로웠어.  구구야. 사랑한다. 너는  최고의 아이였다. 나의 든든한 북극곰. 나의 포비. 나의 , 구구.

 

모든 게 아쉽기만 하지만, 이 생에서 우리 사이에 주어진 시간은 여기까지였나보다. 그렇지만 구구야. 이게 끝은 아닐 거라 믿는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닐꺼야. 우리 어떤 모습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꼭 다시 만나자. 우리 다시 만나자.




아내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고통이 덜어지진 않았더라도, 외롭지는 않았을게다.


태어난지 1년도 되기 전, 이미 거묘의 기질을 보였던 든든한 구구. 그립다.




[ 비와 당신의 이야기 - 부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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