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2015년 11월 8일 22시 35분에 옮겨놓습니다.
- 글작성 시간은 원본 글의 작성시간에 따릅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받쳐 충성을 다할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지금 혼자 중얼거려본 국기에 대한 맹세이다.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았으므로, 몇몇 '단어'나 '조사'는 틀렸을 수 있겠지만, 얼추 저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얼마 전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폐지하자는, 기사를 보았었는데, 시험의 압박으로 읽지 못했고, 그 기사를 모티브로 해서, 포스팅을 한번 해보고자 한다.
1980년대 신촌의 창서초등학교.
교문에 들어서면, 꽃 화단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학교건물 쪽으로 진입하게 되는데, 그러기 전에 주번과 선생님이 서 있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등교하는 모든 학생은 '경건히'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저쪽 국기개양대위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이런 국기에 대한 맹세를 중얼중얼하며 읊어야 했다. 병장의 경례와 이등병의 경례가 틀리듯, 짬(?) 좀 되는 5, 6학년 학생들은 장난스레 나는 자랑스러운 으르르르르 아래래래래 굳게 맹세합니다. 이런 식으로 넘어갔던 걸로 기억하고, 짬 안되는 저학년들은 또박또박 그 국기에 대한 맹세의 의미와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 따위는 당연히 모른 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인 양 또박또박 국기에 대한 맹세를 읊었었다.
이 '국기에 대한 맹세'와 '황국신민서사'가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새삼 깨닫게 된다. 일각에서는 근대화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박정희라는 사람의 친일경력을 굳이 여기서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박정희라는 사람에게 있어서, 일제 시절의 삶에 대한 흔적들은 분명히 남아있었고, 그것이 의식적이고 의도적이었건, 아니면 무의식적이고 의도적이지 않았건 간에, '국기에 대한 맹세'라는 과격한 맹세문은 분명 닛폰 제국주의의 '황국신민서사'가 무척이나 닮아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정말 말이나 되나? 초등학생 그 코흘리개들이, 국기를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고 있는 그 무시무시하고 험한 광경이…. (짐작건대 박정희라는 인물은 황국신민서사에서 참 큰 감명을 받았던 걸로 추정된다)
이번에 나온 그 기사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서,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한 이슈가 생겼던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논란거리가 되었다는 것은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폐지하는 것을 반대하는 무리가 있었다는 것인데. 그것을 반대할 논거로 무엇을 내세웠는지 심히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반대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에 반대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글 쓰고 한번 기사를 찾아 읽어봐야겠다.
중학교 들어가면서, 업그레이드된 학생으로서의 격에 맞게(?) 국민교육헌장을 외워야 했던 나는, 당시 별생각 없이 '이 땅의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되 내어지기를 강요받았던 존재였다. 물론 그 당시도 그 의미를 알지는 못했다. 정말 글은 보되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까막눈이었던 게지. 일례로는 고3 때, 왼손을 발달시켜보겠다며, 국민교육헌장을 왼손으로 개발새발 써가며 뿌듯해 했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_-;;; 실제 나란 존재는 부모님의 강렬한 사랑에의 열망으로 태어난 것인데 말이다. 결국, 국기에 대한 맹세니 국민교육헌장이니 하는 그런 선언적인 문구들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국가주의'라는 것인데, 나 또 한도 왠간히 세뇌교육을 뼛속 깊이 간직한 존재라 국가주의라는 것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에 대해 '왜?'라는 의문은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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