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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04 대대적인 지방흡입과 성형수술을 통해 탄생한 서재.






책장의 사진이다. 책장은 본래 책을 정리하는 공간이지만, 언제부턴가 내방의 책장은 책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었다. 온갖 잡동사니들의 전람회. 물론 책들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지만, 각종 출력물, 공과금 영수증, 각종 기록과 노트들, 기타 피크, 기타 줄, 튜너부터 시작해서 도저히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의 수많은 물건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 언젠가부터는 치워야겠다는 생각마저 포기하고 마구 쌓아두며 지내왔다. 눈앞의 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장을 보며, 대대적인 장시간의 공사(?) 없이는 정상화 되기 힘들 것을 예감하곤 했다. 실제로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과 서랍장 등의 공간에, 이 방의 물건 80% 이상이 여기저기 수납되어 있던 상태. 이 어마어마한 규모에 섣불리 전쟁선포를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가던 어느 날,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나가 보자는 생각을 하며 작업에 돌입했다. 다소 무모하게 저질러 버린 느낌이랄까? 그러나 무모하게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굉장히 긴 시간을 투자했다. 2주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진행된 작업이었다. 거의 20일에 근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짧은 기간에 몰아치기엔 너무나 무리가 될 작업이었고, 그렇게 파르르 떨면서 죽을 둥 살 둥 하며 목숨 걸고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맘 편히 먹고 차근차근히 해나가자는 생각이었다. 


이 작업에 임하면서, 나에게 계속해서 읊조렸던 이야기는 ‘버리자. 여태까지 안 써왔던 건 앞으로도 안 쓴다’였다.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이것저것 잡동사니들을 쌓아두느라 이 난장이 벌어진 것인데, 그 잡동사니들을 모두 다 안고 가면서, 그것을 차곡차곡 쌓아 아무리 어여쁘게 재배치한들 상황이 개선될 리가 없었다. 버렸다. ‘언젠간 쓰이겠지’, ‘언젠간 보게 될 거야’ 등등의 마음으로 여기저기 쌓아놓았던 많은 것들을 버렸다. 과감히 버렸다. 그리고 분류하고 정리했다. 정말 힘들게 작업했다. 대대적인 작업은 마무리되었다 보고, 빠른 시일 내에 이 정리된 것을 바탕으로 2차로 버릴 것을 다시 추려낼 생각이다







지난했던 작업의 시간을 돌아보니 이건 흡사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방흡입을 하고 성형수술을 한 후 새로 태어난 사람과도 같다. 어마무시한 고생을 하면서 탄생한 After를 Before 와 비교해 보면서 새로운 느낌을 만끽하는 중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 할 준비가 된 것 같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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