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하다기보다는, 서운함에 가깝다.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럴 수가...!? 거기다가 근원적인 나의 약점까지 엮여 들어갔다. 의도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말이다. 적극적인 방식의 생산을 하지 않는 불임의 세월이 나에게 가져다준 멍에. 나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함을 느껴온 것이 그 얼마이던가. 그런데 타인에게 도덕적 호소를 하려는가? 힘을 가지지 못한 자의 도덕적 호소만큼 무기력한 것도 없다.
이른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고 길을 건너는데, 푹 고개를 숙인 내 시선이 머무르는 아스팔트 바닥에서 내 마음이 보인다. 자글자글 갈라져서 생채기가 난 마음. 그러나, 더는 징징 걸릴 수도 없다. 그냥 무던히 꾹꾹 눌러서 나아가야 한다. 입을 다물어야지. 입을 열면 초라해질 뿐이다. 결국 방어적 침묵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다. 가슴 속에서 튀어나오는 이런저런 말들을 눌러 집어넣고, 앞으로 나아가자. 제발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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