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마왕의 1주기 추모식에 다녀왔다.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은 10월 27일 새벽. 마왕의 기일이다. 창 밖에는 울적하게만 느껴지는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신해철이라는 이름을 가슴속에 담았던 사람이라면, 오늘 마왕의 기일에 내리는 창밖의 비를 보면서 나와 같은 공허함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을게다. 


벌써 1년. 


그러나 여전히 너무나도 원통하고, 원통하다. 정말 너무 소중한 존재를 빼앗겨 버린, 아픈 상실감을 지울 수 없다. 너무나도 슬프지만, 마냥 슬퍼하고만 있진 않겠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중요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기에...



마왕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러,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으로 출발하기 직전


아들 성현이에게도 보라색 리본을 달아주었다


내가 그랬듯, 성현이도 마왕의 음악과 말들을 들으며 자라길 바랬었다



'Here I stand for you'라 명명된 이번 1주기 추모식. 실내 추모관에 모셔졌던 마왕의 유골함을 야외 안치단으로 옮겨서 모시는 봉안식도 거행되었다. 추모식, 유골함, 야외 안치단, 봉안식. 이런 단어들을 내 손으로 써내려가다가도,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게 된다. '신해철'이라는 이름과 이 단어들이 같이 쓰이고 있다니. 신해철이라는 이름 석 자 앞에 故 라는 글자를 붙여야 한다니. 알 수 없는 차가운 낯설음의 감촉이 내 가슴을 할퀸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린 이 상황들에 조금씩 익숙해져만 가는 나 자신이 슬프다. 죽음에 대해 여러 고민 어린 메세지들을 던져왔지만, 왠지 죽음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았던 한 남자의 부재(不在)는, 나에겐 죽음-영원한 소멸의 무한한 지속-이라는 관념만큼이나  받아들여지기 힘든 그 무언가이다. 

















그에 대한 기억을 글로 써내려가기도 힘든 지난 1년여의 시간이었다. 정말로 글을 쓰지도 못하겠더라. 가슴 속에 켜켜이 쌓인 그리움과 슬픔의 실타래들이, 부정과 분노의 감정들과 뒤엉킨 채 정리되지 않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다. 이렇게 떠나가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았던 사람. 


그가 무슨 암 투병이라도 하다가, 그렇게 치열하게 병마와 싸우다가 영원한 안식의 길로 떠났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으리라. 신해철이라는 사람에게서, 스스로 마지막을 정리하거나 사고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앗아가 버린 그 상황들은 분명 인간의 실수와 실수의 연속이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들로 그는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가 아산병원으로 이송되는 앰뷸런스 안에서 잠시 눈을 떴었다고 들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을 세상의 풍경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어찌 그가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끝내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겠는가. 원통하고 또 원통할 뿐이다.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여행을 끝내리...미련없이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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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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