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이 흘렀다. 지난 해 12월, 복막염의 그림자가 다시 우리 부부와 고양이들에게 드리워진후. 4개월 여의 시간들.  금동이가 처음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고. 며칠 후, 포스팅 (http://hunsblog.com/tc/90) 을 썼던 그 날 이후로, 우리 부부는 기나긴 터널 속으로 한발자욱 한발자욱 걸어들어온 느낌이다. 그 실체는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으나, 몸에 눅눅히 감겨오는 불쾌한 죽음의 그림자...기분 나쁜 안개와도 같은 병마와 싸워왔다.

이 시간의 흔적들. 기억하기 위해 기록되어야만 하는 이 시간들을... 마음의 괴로움을 이유로 잠시 묻어둬야 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용기를 내어 한자 한자 적어본다.
금동이의 경우. 금동이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인지한 시점자체도 빨랐다. 우선 복수가 미세하게 찼을 때, 사람의 병으로 말하면, 발병초기에 조기 진단이 된 것과 같았다. 그리고 여태까지 보아왔던 복막염 케이스와는 달리, 금동이 스스로도 잘 버텨내 주었다. 무려 한달여의 시간들을. 한달 동안 아이가 힘을 내서 싸워주었다. 그러나 21세기 초엽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복막염에 투병 중인 고양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生의 시간들을... 가능성과 기회의 시간들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며 흘려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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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5일 금동이. 금동이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것을 인지했던 즈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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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7일. 금동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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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9일. 금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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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4일. 금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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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0일. 까뮈와 함께 병원 갈 준비를 할때, 금동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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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0일. 병원에서 돌아온 후 금동이. 복수를 조금 뺀후 컨디션은 더 안좋아졌다.





























   
 
 
1월 초순이 지날 무렵. 까뮈도 컨디션이 떨어지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처음 컨디션이 떨어졌을때, 같은 또래에 금동이가 복막염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며 병원에 데리고 갔었다. 물론 까뮈는 금동이와 달리 복수가 차오르진 않았다. 등뼈가 심하게 만져질 정도로 살이 빠지고 있는 상태였다. 피검사 후, 복막염이나 범백보다는 무리에서 도태되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조금씩 쇠약해져 오면서, 몸 전반적인 곳곳에 문제가 생긴것으로 진단 받고, 집중치료에 들어갔다. 몇일동안 인큐베이터 같은 곳에서 수액과 영양제 등을 맞으면서도, 상황이 호전 되지 않았다. 그 이후 시행된 PCR검사에서 복막염과 범백 진단을 받았다. 이미 종합예방접종을 2-3회에 걸쳐 다 시행한 아이들인데...범백이라니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예방접종을 마친후,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중성화까지 마친 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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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4일. 검사 받으러 가는 길의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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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7일. 입원하고 집중치료 받고 있는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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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8일. 계속해서 집중치료 받고 있는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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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0일.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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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0일. 금동이와 함께 병원에 간 까뮈.














































 

금동이도 피검사 결과에 기반한 첫 진단이, 오히려 복막염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복수가 차오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에 무게가 실렸고, 초반에는이뇨제와 항생제를 처방받으며 투병을 시작했었다.  백만원이 넘는 금액을 아이들을 위해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아이들을 도와준 것은 전혀 없었다는 기막힌 현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아이들은 무지개 다리를 건너, 고양이별로 떠나갔다. 이 분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이, 파편적이고 제한적인 상황에서. 마음 속에서 고개를 드는 아쉬움과 의혹감 등등이 뒤섞인채, 아이들을 떠나 보낼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함. 그 불쾌한 지적 공백은... 여전히 가슴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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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3일. 마지막 힘겨운 순간을 함께 견디고 있던 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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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3일. 금동이와 까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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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3일. 서로의 몸을 의지해 누워있는 금동이와 까뮈.

































     
     
     

2012년 1월 24일 07시 20분경에 금동이가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20시 25분경에 까뮈도 아픈 몸을 벗어나 금동이 오빠를 따라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1월 20일... 갑작스레 호출받고 찾아간 병원에서의 mercy-killing 권유를 거절하고 돌아와서. 우리 부부는 부엌에서 금동이 까뮈와 함께 자고 생활하며 아이들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자 했다.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 준것일까... 금동이와 까뮈는 크게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잠들듯...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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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보내주러 가던 길. 차안에서.


































       
      

이렇게 두아이를 보내고... 한달이 지났을까... 삶이 다시 일상적 삶으로 돌아오는 듯 했던 그때... 희망이의 배에 복수가 차오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절망감...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에...포스팅을 하려고... 글쓰기 버튼을 눌렀지만. 차마 마무리하지 못한 글...희망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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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금동이와 까뮈의 이야기를 다시금 마음속에서 꺼내어 놓는 일은,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이었고,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픔이 아로새겨진 시간을 되새기는 일은, 정말 힘든 글쓰기 과정인 것 같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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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동이의 글 이후, 한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음력 설도 지나가고. 와이프와 함께, 거실과 분리된 부엌에 임시 격리소를 마련하고, 금동이와 까뮈 곁에서 잠을 자며 생활한지도 이제 벌써 5일째이다. 금동이의 투병기. 까뮈의 이야기. 써야 할 글들이 많지만... 지금은 도저히 글을 쓸수가 없다. 그러나, 기록하지 않는 기억이 희미해져감을 느끼면서, 다시금 무언가를 써내려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로그인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몇자 주저린다. 자세한 기록들은, 이후에 포스팅해야겠다.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여전히 아픈 되새김의 기록이 될 것이라는게 너무 아프다.

금동이는 한달 여의 시간을 복막염으로 추정되는 병과 싸우며 버텨주었다. 그러나,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금동이가 강한 체력으로, 활동성과 식욕을 보이며. 과거에 지켜보았던 복막염에 걸린 아이의 모습과는, 다른 의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해줄수 있는게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금동이의 생의 시간들을, 어찌보면 가능성과 기회의 시간들을... 무기력하게 흘려보냈다. 억만금을 주고라도, 뭔가 도움이 될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지만. 우리가 할수 있는 방법은 보조적인 서포트 밖에는 없었다. 지독한 무기력함...

며칠째, 안방 침대가 아닌 부엌바닥에서 선잠을 자며 생활하다보니. 기억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는 듯하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헷갈리는 기억의 흔적들을 보며, 금동이 곁에서 블로그에 로그인해서 글을 쓴다.

금동이기 힘든 숨을 몰아쉬고 있다. 전반적인 징후들이, 우리 곁에 다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예감케 한다. 목까지 올라온 힘든 숨. 힘겨움이 묻어있는 이 아이의 몸짓. 아...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금동이는 야옹거리며, 활동성도 보였고 식욕을 보이며 삶의 의지를 느끼게 해주었었는데... 라는 아쉬움의 탄식과 후회를 내뱉어보지만. 그 시간들도 벌써 일주일가량이 흘러버렸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각인된 기억과 흘러간 시간사이에서 체감되는 간극만을 확인할 뿐이다. 그래...그것도 벌써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흘러버렸구나...

금동이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시간들. 외롭지 않게... 힘들지 않게... 곁에서 지켜주는 수밖에. 현재 우리는 할수 있는게 없다. 아쉽다. 원통하다. 생의 시간들. 뭔가를 바꾸어낼수 있는 기회의 시간들이 있었는데. 현재 우리 인간이 가진 기술은, 여전히 복막염이라는 병마 앞에 무기력하기만 하다. 진단조차 명확히 할수 없는 이 병...4년만에 다시 우리집으로 찾아들었다.

삶과 죽음. 유한한 생을 가진 유기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지나가야할 그 과정. 그러나 그 과정들을 지켜보는건, 너무 아프다. 힘겹다. 그리고 무기력하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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