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고 제목을 쓰려다가, 그건 다소 터프한 글 제목 같아서 살짝 수정.  지난밤 [아빠의 밥 한 끼] 카테고리의 글을 작성해놓고, 블로그 메인화면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육아 블로그'인데? 라는 생각이었다. 그 화면을 캡쳐해서 띄워놓고 보니 더더욱. 

예전, 대학 시절. 우리들의 선배가 그랬듯. 나도 새내기들이 들어오면, 그들 중 몇몇을 사회과학 서점으로 데리고 가서 책을 사주곤 했었다. 대부분은 내가 사주는 생소한(?) 책들을 그냥 받아들게 마련인데. 어떤 당돌한 후배 녀석이 있었다. 선배가 고르는 책을 보면, 선배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던 녀석.  '한번 골라보세요~'하는 느낌이랄까? 순간 괜히 뜨끔 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의도가 읽혀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뭐 그 녀석(녀석이라는 단어가 꼭 남성을 의미하진 않는다)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있듯 얼마 지나지 않아 참으로 의식 있는 대학생이 되었다. 

다시 원래 글로 돌아와. 내가 쓰는 글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라는 존재의 상황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일 수도 있다.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가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냥 원테이크 글쓰기로 그냥 써 내려가고픈 주제들이 여럿 있었다.  '요즘 좀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핑계를 주섬주섬 꺼내 들어보지만, 그러한 내면의 목소리를 뒤집어보면, 내가 유한한 시간에 굳이 취사선택한 주제들이 위의 글들이라는 것이다. 내 안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간택된 주제들이라는 것. 물론 나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에는, 내 블로그상에 진열된 글의 가판대가 다소 좁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화두가 아이들이고, 아버지 되기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Posted by HunS
,

몇 가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막상 글로 옮기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글쓰기와 미묘한 주저함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를 찬찬히 생각해보고 싶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준비'라는 단어이다. 생각했던 글을 쓰려면, 예전에 찍어놓았던 사진도 찾아야 하고, 또 글이 단정하게 정리되도록 머릿속으로라도 조금 다듬어야 할 것 같고 등등등. '생각의 흐름이 흘러가는 대로, 생각의 흐름에 손가락을 맡기고 적어나가기'라는 간단한 규칙이 그리도 지키기 어려운 거였나? 꼭 글을 쓰는데 구색 맞추기용 사진이 꼭 필요한 건가?

물론, 더 늦기 전에 빨리 시작하고 싶은 '우리집 고양이를 소개합니다'라는 포스팅들은 이렇게 무작정 원테이크로 글쓰기 원칙을 지켜서 쓰기는 힘들게다. 아이들의 사진도 사진 폴더들을 뒤져서 찾아내야 하고,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기억들을 퍼즐 맞추듯 모아서 써야 하니, 글 써야지 하고 앉아서 한큐에 타이핑해서 마무리하기에는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글들 말고, 그냥 내 머릿속을 배회하는 여러 생각들. 삶, 육아, 요즘 사회의 모습, 정치 등등에 대한 글들은 원테이크로 내 멋대로 개똥철학. 쏟아내 보자. 그러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생각이 머물다가, 주저하고 있는 사이 그 생각들이 휘발되어버리고 다시 無의 상태로 돌아가 버리니까. 일단은 그렇게 하다 보면 글들을 생산하는 습관이 자리 잡을 테고, 그러다 보면 언젠간 글을 다듬고 만들어서 써도 생산성이 담보되는 상황이 오겠지.

그래... 일단, 이 글 또한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원테이크로 쏟아낸 글인 셈이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나의 펜이 되어줄 키보드와 마우스의 사진을, 카메라까지는 아니더라도 핸드폰으로라도 얼추 구도를 잡아서 나름(?) 정성스레 찍어본다. 말그대로 구색 맞추기용 사진. 그리고 첨부! 그리고 이 글은 여기서 마무리.








Posted by Hu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