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기분 좋게 아침을 열고 싶지만, 곧 시작되는 아들과 딸의 티키타카. 그리고 다툼. 그 결과 ;;;  아들 녀석을 혼내면서, 문득 예전에 읽었던 홍세화 씨의 책 제목이 떠올랐다.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아이들에게 악역만 맡는 것은 아니니 '악역도 맡아야 하는 자의 슬픔'이 오늘의 상황에 더욱 어울리겠다. 

오늘 아들 녀석에게 3분가량 정자세로 서 있도록 하는 벌을 주면서, 단호한 어조로 잘못된 점을 말해주었다. 최대한 감정적인 언사가 섞이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3분이 지나고 이 녀석.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린다. 좀 기다렸다가 가서 쓰다듬어 주니, 잔뜩 서운한 얼굴이다. 역시나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혼내는 아빠에 대한 서운함만 남았나 보다. 하긴 나도 '자식'이라는 배역을 맡았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혼났다는 기억. 그것에 대한 서운함이나 무서웠던 기억만 남아있지, 내가 왜 혼났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그래, 누구나 마찬가지인 게지. '아버지'라는 역할. 처음 '아빠'라고 불렸던 그 어색함도 잠시. 몇 년 지나고 나니, 태어날 때부터 '아빠'이고 '부모'였던 것만 같다. 분명 나도 '자식'의 입장에서 자라왔기에, 역지사지가 가능한 일인데도 '아빠'가 된 지 몇 년 지났다고, 벌써 그게 잘 안된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아이들의 몸이 자라나는 속도만큼이나, 아이들의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혼내고 나서 두 팔을 벌리면, 그렁그렁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쪼르르 달려와 안기는 아기가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라나고 있다. 머지않아 아이들은 '부모'라는 이름의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자신의 시선과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래 왔듯 말이다. 나도 그러한 과정을 겪어왔고, 우리 부모님들도 지금 내가 겪어나가는 '부모'로서의 과정을 겪어왔겠지.

아이들에게 늘 웃으며 좋은 이야기만 해줄 수는 없다. 때론 아이들의 행동을 제지하기도 해야 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기도 해야 한다.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들떠서 폴짝거리는 아이들을 잡아주다 과정에서 때때로 아이는 서운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게다. 다만 아이들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의 모습은 부모들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혼내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아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성현이가 아기 때 육아에 관한 책들을 이것저것 사들였는데. 생각해보면 이게 조급한 선행학습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아이들이 이제 막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 시작했던 그때는 그 책들의 방법론들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지금 그 책들이 필요한 것 같다. 다시 책들을 읽어야겠다. 악역을 맡아야 하는 때도 분명 있고, 그 상황들을 피할 수 없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르게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배우는 일이다.

좋은 아버지 되기. 아이들에게 웃음으로 기억되기. 아이들에게 '대화의 상대'로 남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지켜주고 싶고, 나또한 아이들의 기억 속에 웃음과 미소로 기억되고 싶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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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3년 12월에 아들이 태어나고 시간이 흘러, 내가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사진을 띄엄띄엄 찍기 시작했고, 이유식 단계를 지나 식판에 밥을 먹기 시작했을 무렵인 2014년 말~ 2015년 즈음부터 아이의 식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은 쌓이고 쌓여가는데, '조만간 한번 싹 정리해서 올려야지...' 하면서 미루다 보니, 어느덧 2021년 한 해도 다 지나가고 있다.

올해 초, 인스타그램에 아이들 식판 사진을 올릴 계정을 하나 만들었었다. ( http://www.instagram.com/im_daddy_cook ) 그리고 2021년 1월 24일부터 계정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2021년 1월 24일에 무려 6년여 년 전. 2015년 1월 30일의 식판 사진을 올렸었다. 

[2021년1월 24일 인스타에 처음으로 올린 사진]
→ ( https://www.instagram.com/p/CKZ0rgGjTof/?utm_source=ig_web_copy_link )     

그리고 며칠간 6년 전 사진들을 찾아서, 굉장히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며 사진을 인스타에 업로드 하다가, 이런저런 일이 생기고 흐름이 끊겼다가, 결국 유야무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인스타에 사진 업로드 하는 작업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올려볼 생각. 그러다가 내 블로그 카테고리에, 육아에 관련된 '아버지 되기'라는 카테고리를 보고는 블로그에도 한 번 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즉흥적으로 만들었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렇게 적어 내려가 본다.

처음부터 정리하듯 예전 것부터 다 찾아서 글을 작성해야 하나? 잠시 생각하다가 정신이 번뜩 들었다. 늘 그런 식으로 접근하다가 제풀에 지쳐왔었다. '처음부터 제대로 차근차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은,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과한 욕심이자 집착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어떠한 일의 태초부터 정리하는 것, 그렇게 진짜(?) 처음부터 완벽하게 빠뜨리지 않고 기록해서 그것이 지금의 기록들까지 이어져야, '제대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었음을 떠올렸다. 그래서.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오늘부터 기록해보려고 한다. 부담 없이. 강박을 가지지 않고. 마음 편하게 올리고 싶을 때 올릴 생각. 매일매일 무엇 무엇을 해야만한다는 MUST를 가지고 싶지는 않다. 그냥 마음 편히 내가 행하는 무언가들을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 인스타그램 계정 :  http://www.instagram.com/im_daddy_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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