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취침 시간이 좀 부족해서인지, 코로나 백신 접종 후유증인지. 연신 하품이 나오고 끈적하게 피곤한 토요일 오후 시간이다. 백신 접종 후 며칠간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운동을 하지 않기로 해서 접종일 이후 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오히려 더 피곤한 것만 같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초등학생 아들녀석 과제 하는 것좀 곁에서 봐주고 나서,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도 각도 각 두드리며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글을 끄적여본다.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 등등을 머릿속으로 생각해놓았지만,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소모적으로 시간이 순삭되면서 여러 가지 계획들은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휘발되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제대로 꽉 부여잡고 챙기지 않으면 늘 유야무야 되어버린다.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나가 버린 시간에 짜증이 날 때도 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들. 다람쥐 쳇바퀴도 는 듯한 일상. 유의미한 무언가를 남기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시간에 집중하다 보면, 그 텅 비어 버린 나의 시간에 지쳐버릴 때도 있다. 결국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질곡을 만든다.

아이들과 보내기로 한 시간들. 그 텅 비어 버린 것 같은 시간은 어찌 보면, 그렇게 텅 빈 채,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들. 그 자체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인 것이다. 내가 오늘 스트로비스트 촬영용으로 사용할 좀 더 휴대성 좋은 조명스탠드의 스펙을 비교하고 최종적으로 고르는 일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보다 우선할 수 있을까?


일단은 아이들에게 집중하자. 아이들이 먼저다. 

나의 일상이야기를 끄적이면서 쓰다보니, 기승전 육아 -_-;;;
그래도 카테고리는 일상다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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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기분 좋게 아침을 열고 싶지만, 곧 시작되는 아들과 딸의 티키타카. 그리고 다툼. 그 결과 ;;;  아들 녀석을 혼내면서, 문득 예전에 읽었던 홍세화 씨의 책 제목이 떠올랐다.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아이들에게 악역만 맡는 것은 아니니 '악역도 맡아야 하는 자의 슬픔'이 오늘의 상황에 더욱 어울리겠다. 

오늘 아들 녀석에게 3분가량 정자세로 서 있도록 하는 벌을 주면서, 단호한 어조로 잘못된 점을 말해주었다. 최대한 감정적인 언사가 섞이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3분이 지나고 이 녀석. 방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린다. 좀 기다렸다가 가서 쓰다듬어 주니, 잔뜩 서운한 얼굴이다. 역시나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혼내는 아빠에 대한 서운함만 남았나 보다. 하긴 나도 '자식'이라는 배역을 맡았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혼났다는 기억. 그것에 대한 서운함이나 무서웠던 기억만 남아있지, 내가 왜 혼났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그래, 누구나 마찬가지인 게지. '아버지'라는 역할. 처음 '아빠'라고 불렸던 그 어색함도 잠시. 몇 년 지나고 나니, 태어날 때부터 '아빠'이고 '부모'였던 것만 같다. 분명 나도 '자식'의 입장에서 자라왔기에, 역지사지가 가능한 일인데도 '아빠'가 된 지 몇 년 지났다고, 벌써 그게 잘 안된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아이들의 몸이 자라나는 속도만큼이나, 아이들의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난다. 혼내고 나서 두 팔을 벌리면, 그렁그렁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쪼르르 달려와 안기는 아기가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라나고 있다. 머지않아 아이들은 '부모'라는 이름의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자신의 시선과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래 왔듯 말이다. 나도 그러한 과정을 겪어왔고, 우리 부모님들도 지금 내가 겪어나가는 '부모'로서의 과정을 겪어왔겠지.

아이들에게 늘 웃으며 좋은 이야기만 해줄 수는 없다. 때론 아이들의 행동을 제지하기도 해야 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기도 해야 한다.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들떠서 폴짝거리는 아이들을 잡아주다 과정에서 때때로 아이는 서운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을 게다. 다만 아이들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의 모습은 부모들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혼내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아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성현이가 아기 때 육아에 관한 책들을 이것저것 사들였는데. 생각해보면 이게 조급한 선행학습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아이들이 이제 막 아장아장 걸어 다니기 시작했던 그때는 그 책들의 방법론들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지금 그 책들이 필요한 것 같다. 다시 책들을 읽어야겠다. 악역을 맡아야 하는 때도 분명 있고, 그 상황들을 피할 수 없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르게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배우는 일이다.

좋은 아버지 되기. 아이들에게 웃음으로 기억되기. 아이들에게 '대화의 상대'로 남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지켜주고 싶고, 나또한 아이들의 기억 속에 웃음과 미소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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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8. 31. TUE.


아들내미 식판



딸내미 식판



내가 아이들에게 차려주는 가장 standard 한 식판의 구성이다. 밥, 국, 야채&과일, 생선, 고기. 이 기본적 틀을 가지고, 이 구성을 바탕으로 각각의 아이템들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나름 여러 가지 조합을 만들어낸다. 특별히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무엇을 만들어 볼까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아이템을 적용하는 방식. 다만, 아이들이 야채를 꾸준히 섭취하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 수 있도록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밥을 잘 먹는 편이다. 아들은 만 7세, 딸은 만 4세인데, 담으면서 아들 것은 양을 좀 많이 딸내미 것은 좀 적게 담으려고 조정하긴 하는데 막상 담아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딸내미는 나이에 비해 아주 잘먹는 편인 듯.

위의 사진으로는 식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사실 사이즈가 일반적으로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식판들보다는 좀 큰 사이즈이다. 아들이 말하기를, 학교에서 급식으로 먹는 양보다 아빠가 주는 식판의 밥양이 많은 편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늘 거의 남김없이 다 비우는 아이들. 많이 많이 먹고 쑥쑥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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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잠든 후에, 내 방으로 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온종일 정신없이 아이들과 부대끼다가,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 홀로 앉아 나와 마주하는 이 시간. 나 자신과 마주하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때로는 회피하고 싶은 나의 모습마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바라봐야 하는 고난의 과정을 수반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도피로 술을 마시면, 알싸한 취기가 나를 감싸며, 내 가슴안에 도사리던 불안감을 밀어내고 거짓 용기를 심어준다. 그러나 그뿐, 아침이면 다시 퍽퍽한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니,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래도 아이들과 부대끼고 있는 낮시간은, 울고 웃으며 정신없이 지나간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첫째와 지난 6월 1일부터 유치원에 나가기 시작한 둘째. 한국 나이로 8세와 5세의 콜라보는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부대끼는 이 시간에는 머리는 사유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대처하기 바쁘다. 아이들을 재우고 내 방에 와서 앉았다. 갑자기 가슴이 막막해져 온다. 이래저래 쓸데없는 웹서핑을 하면서,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


무엇을 해야 하지. 지금. 아…. 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힐까.


맥주를 몇 캔 사서 마실까 하다가, 언제까지 달뜬 취기가 주는 휘발성 용기에 취해 계속해서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오늘의 나와 이별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맨정신으로 책상에 앉아 이렇게 몇 자 끄적여 본다. 그래 이렇게 다시 마주하고, 다시 일어서고, 무언가 활력을 찾아야겠다. 나의 정신을 빼놓는 아이들은 시간이 되면, 나라는 둥지를 박차오르고, 세상으로 날아오를 것이다. 그때…. 나도 다시 한번 날아보고 싶다. 


카테고리를 일상다반사로 해야 하나, 아버지 되기라는 육아 카테고리로 잡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육아 쪽으로 선택했다. 2013년 12월 26일 내가 '아버지'가 된 이후로 나의 삶은 정말 많이 바뀌었고, 그 비슷한 일들을 7년째, 열심히 해오고 있기에.  그안에서 나를 찾는 노력이라는 것은, 육아와 별개의 이야기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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