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12/21) 밤 10시쯤... 밥을 주며 만났었다. 늘 그랬듯 내가 골목에 나타나면, 냐옹거리며 밥달라고 애교를 피우던 녀석, 그날 밤도 별다를바 없이 냐앙거리는 그 녀석과 그 패밀리들에게 밥을 주고 내일보자는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그로부터 10시간정도가 흐른후...  어제 아침(12/22) 8시 평상시 같았으면 이 아침시간대에, 그 길을 지나칠 일이 없는데 갑작스레 일이 생겼고, 어머니의 급한 호출을 받고 부시시한 머리 모자에 감추고선 종종 걸음으로 편의점 앞을 지나치는데,

   편의점앞 도로에, 그 아이가 쓰러져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야옹거리며 애교를 피우던, 생기넘치던  예쁜 삼색냥이. 눈도 감지 못한채 떠난 그 아이. 이미 몸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죽음이 주는 그 차가운 감각은, 자주접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후...이녀석 마지막 가는 길. 자신을 묻어 달라고, 나를 불렀던 것일까...

   살펴보니 차에 치였다거나 하는 눈에 띌만한 외상도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왜...'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우선 편의점앞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훼손되는것을 막기위해, 그 녀석을 도로 위에서 옮겨야 했다. 그리고선 그 녀석을 인도 위의 가로수 곁으로 옮긴후, 벼룩시장 신문지를 가져와 덮어주었다. 일단 어머니의 급한 호출도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 잘 안띄기를 바라며 우선 자리를 떴다. 그리고 10~20분후 다시 돌아와서, 박스에 그 아이의 몸을 수습해놓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아침시간이라 묻어줄수도 없는 상황. 밤까지 안전한 장소에 그 녀석을 데려다놓고, 밤에  같은 동네에 뜻을 함께 하는 지인과 함께 그 녀석을 좋은 곳에 묻어주었다.(삼색냥이는 지인을 무척이나 따르던 녀석이었다)   이 척박한 콘크리트 덩어리 도시에서의 고된 삶을 마감하고, 다음세상엔 무엇으로 태어나든 편안한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빌며...  

   죽음. 그리고 운명.  가끔씩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겪고 경험하는 일들은, 치밀한 각본이 짜여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한한 삶의 살지만, 무한의 우주 속에서, 나약한 인간의 유한함을 자주 망각하며 살다가, 가끔씩 유한한 生이 가진 처음과 끝을 목격할때면,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건 영원할 수 없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과의 조우. 그 불편함에 언제쯤 익숙해지게 될까.


야심한 밤에...정리되지 않는 상념들을 끄적여본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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