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 길냥이님들 챙기는 캣맘들이 많이 늘어났다. 음...난 남자니까 캣파둬(?)인가...어쨌던 내가 밥을 주던 영역에도 또다른 분이 가져다 놓으신 사료가 있는 것을 보면 흐뭇~ ^^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각설하고...어제의 일.


어제도 밥을 주다가, 몇몇 장소가 밥주기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확인하고, 우선 부모님댁에 들려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깥에서 나이지긋한 어르신이 목청높여 뭐라뭐라~ 소리치고, 거기에 뭐라고 말하는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차문제로 다툼이 생긴건가?' 생각했다. 얼마 후 다시 밥주러 다시 부모님댁에서 출발. 내려가보니 나이지긋하신 아저씨가 어떤 젊은 여자분의 다툼은 계속 진행중...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무슨 상황인지 살짝 보고 있는데. 아저씨의 입에서 '고양이 밥주지 말라고~~ 블라블라'


'고양이???' 이 단어가 귀에 촥 감기고.


그렇다면... 저 여자분은 캣맘 동지!!!


성깔 좀 있으신 나이드신 남자분과 젊은 여자분 사이에 다툼이 생겼을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상황이었다. 위압감(물리적 폭력을 행사할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을 조성한채, '야야', '니가 어쩌구저쩌구' + 삿대질(?)신공까지 발휘 하며 빗나간 마초적 남성성을 과시하는 그런 분위기.


일부러 동네사람들 다 들으라는 듯이 목청껏 길냥이들 밥주는 것에 대해, 소리지르고. 자신이 받았다는 피해를 확성기에 대고 말하듯 동네에 전파 하는 상황이다. 확실한건 여자분이  뭔가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 또 이미 이 다툼을 쉽게 해소할 타이밍은 넘어간 듯 보였다.  



곤경에 처한 동지를 구해야겠다.  그리고 일부러 동네방네 시끄럽게 고양이~ 고양이~ 하면서,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줄 다른 사람들을 모으고 싶어하는 듯 까지 보이는 아저씨 방송의 볼륨을 낮추고 싶었다. 안그래도 이 싸움이 일어난 골목라인이 이상하게 고양이에 대해 능동적인 적대감을 보이는 분이 몇몇 계시는 곳이라. ㅡ_ㅡ^


그쪽으로 가서 여자분을 아저씨와의 공간에서 벗어나도록 떼어놓고, 아저씨께는 어르신도 그만하시고 들어가시라는 류로 적당히 달래서 들여보냈다. 이때 중요한 건,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공손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 싸워봤자 길냥이들에게 좋을게 없으니 말이다. 또 그리고 내입장을 설명하고 그들에게 납득시키려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 내가 그들의 입장에 설득되지 않듯, 그들도 내입장에 설득되지 않는다. 그져 평행선 일뿐...그냥 싸움이 커지지 않게 조기 진화 하는게 가장 합리적 선택이다. 뭐, 그런 아저씨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양이들에게 나쁜 짓을 하겠냐마는... 혹시라도 사람과 사람의 다툼에 감정이 격해져서, 즉 그 아저씨 입장에서는 고양이 밥주는 사람들이 싫어서, 결국 사람에게 화풀이 하려고 고양이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적당히 싸움을 마무리 짓고, 놀라셨을 그 여자분께 몇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며, 이야기를 해보니... 그 분은 이 동네에 사시는 분도 아니셨다. 얼마전까지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셨는데, 그때 챙기게 된 아이들이 걱정되어, 버스를 타고 와서 밥을 주는거라고... 또 고양이에게 주는 것도, 사료로 만든 경단. 그 정성스러운 노력과 마음에 감동~ ^^ 수분섭취가 부족한 아이들이 늘 맘에 걸렸는데, 그분이 만든 경단은 아이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덜하게 했으리라.

여전히 고양이 밥주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적대적 상황에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일제의 수탈과 전쟁의 폐허위에서 시작해,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우는 압축적 초고속 성장을 이룩해낸 대단한 나라. 분명 물질적으로는 비교 할수 없을 만큼 풍족해졌다. 그러나 '삼십년에 삼백년을 산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 라는 책 제목 처럼. 그 눈부신 성장 속에서, 놓쳐버린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여유를 상실한 조급함들의 변형된 모습들이 사회 곳곳에서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절망속에 희망의 꽃이 싹트듯... 부쩍 늘어난 캣맘 동지들을 보면서 희망을 품게 된다, 어제와 또다른 내일이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고양이가 도시에서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고 느릿느릿 접대냥이가 될 정도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다른 나라의 사진 속 풍경을, 언젠간 이땅에서도 보게 되기를 바라며...그 모습을 나의 카메라로 담게 되는 그 날을 바라고 또 바란다.




ps/ 어제 그 여자 분 덕(?)에, 주의해야 할 대상의 얼굴을 익혔다. 늘 조심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컨셉으로 밥을 주긴하지만, 그 골목라인에 고양이 싫어하는 아주머니 몇분의 얼굴만 알았지. 그 아저씨는 나에게 뉴페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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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인근 궁동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어제밤...트위터를 둘러보다가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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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nimals.or.kr/main/board/board.asp?num=6402&bname=zetyx_board_junior&ct=yes&cpage=1&search=&keyword=&cate1=a&menu1=


(참혹한 사진이 포함되어있습니다. 클릭을 권하진 않습니다. 보실수 있는 분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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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연희동... 내가 거주하는 곳이  연남동. 그리고 우리집에서 몇발자욱만 옮기면. 행정구역상으로 연희동으로 넘어가게 된다. 말이 길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이야기. 순간 가슴 속에, 뭔가가 꿈틀거린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대라고 할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잔인하다. 희생된 아이가, 길냥이인지 집에서 키우던 아이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어제밤. 잠들기 직전 몽롱한 상태에서, 한대 얻어 맞은듯한 충격을 느끼며...


다시한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바깥아이들과 친해지지 말아야지. 그 길위의 아이들에게, 신뢰받지 말아야지...


나도 고양이가 좋아서...길위의 아이들을 챙기기 시작한지 햇수로 12년차.  처음에는 애들 하나하나 이름짓고. 교감하고... 스킨쉽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데리고 들어오고 ^-^;;;  그렇지만, 동물구조협회 같은 곳에, 사람으로부터 큰 상처를 입고 구조되는 아이들의 성격이 모두 '친화적'이라고 분류되어있는 것을 보게되었고.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위협적인 인간개체들이 등장하는 일을 몇차례 겪으면서. 그들과의 투쟁과 갈등을 겪어내며... 조금씩 아이들과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져 사료만 남아 있다. 말 그대로 '바람과 함께' 사료만 놓고 '사라지다'류의  007작전. 1년 365일 비가오나 눈이오나... 단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이들을 만나러 나가지만. 난 그 아이들에게 바람이어야 한다.  아니면, 깜빡 잠든 사이, 어느새 선물을 놓고 사라지는 산타클로스 형아 이거나....

아이들에게 받는 신뢰는 나에게도 너무나 달콤하다. 그러나, 길냥이들이 인간에게 신뢰를 나누어줄때. 그들이 치루게 될 수도 있는 예비된 위험은 그 달콤함으로 덮어버리기엔, 너무나 치명적이다. 



십 수년 전에 밥주기 시작할 때, 처음에는 나를 보며 낯설어하다가, 밥을 주고, 이름을 부르고 교감하면서 나를 반기는 냥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쁘고. 좋아서. 어쩌면 그 만족에 이렇게 밥 챙겨주는 일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로지 냥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볼때, 인간이란 개체를 낯설고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는게. 길위의 삶을 살아가는데에는 도움이 되리라. 열명의 사람들중엔 아홉명의 좋은 사람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악마가 존재 할 수도 있으니까. 연희동에서 아이를 살해한 그 악마같은 놈 처럼...


물론, 친화적인 성격은 정말 타고나는 성향일 경우가 많다. 집에서 출산한 고양이 형제자매들을 보아도, 어떤 녀석은 유독 사람과 안 친한데, 어떤 녀석은 너무나 친화적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니까 말이다. 밥주러 나갔을때...아이들이 모두 나를 반기지만. 나와의 일정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몇몇 아이들은 아예 다리에 몸을 부비고. 내가 두손으로 안아 들어도. 저항을 안할 정도로. 밀착형 길냥이들이 있다. 그건 타고난 성격 같다. 도무지 바꿀 수없는. 흠... 그 좋은 성격을 바꿔야 아이들이 생존에 유리해질꺼라는 생각하게 만드는 이 현실도, 참 서글프다.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타고난 성격을, 경험으로 고쳐주려고. 너무 나와 심하게 거리를 좁힐때면. 엉덩이를 살짝 때려주곤 했지만... 마음에 '미움'이 실리지 않은 엉덩이 때리기는 그아이들에게는 '궁디팡팡' 수준이라...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래서 결국, 1-2초내에 밥만 투여하고 빠지는 방법을 쓴다. 그냥 나랑 교감할 시간을 그아이에게 주지 않는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았다. 너무 심하게 다가오면 발구르거나, 궁디팡팡 혹은 밥만주고 사라지기. 참 모든게 서글프다. 맘편히 예뻐하고 신뢰받는 것보다, 이런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나도. 이 차갑고 딱딱한 도시도. 그 위에서 하루하루 생존의 위기속에 생존하는 아이들도...흠...

다른 어느 나라의 풍경에서 보게되는 평화로운 일상은 불가능한 걸까. 사람들도 냥이들도 서로 의식하지 않고 편안히 공존하는 그런 모습은 너무나 머나먼 미래인 걸까...

정의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첫번째 행동은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머릿속에 맴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의 증가. 저변의 확대. 인식의 전환. 반려동물 관련 법 조항들 재정비 혹은 신규입법. 문화적 차원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공유 및 확산.. 너무나도 쉽지 않고 더디게 가야 하는 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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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길냥이 님들에게 밥셔틀을 다니면서...너무 추워서 온도를 확인해보니... 체감온도 영하 12도.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 더 추워질 테고, 이러한 겨울 날씨는 인간이 살아가기에도 부적당한 날씨이지만, 길냥이들에겐 생존의 위협이 될수도 있는 날씨이다.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한 살기좋은 우리나라라고 어린시절, 국민학교 교과서에서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런 사계절의 뚜렷한 구분이 반드시 살기좋은 것인지 의구심이 스물스물.-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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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밖에서 생활하는 냥이들은 귀신같이 따뜻한 곳을 잘 찾아간다. 어떻게든 인간의 건축물에서 난방과 관계되어 따스한 온기가 나오는 곳 근방에, 겨울 거처를 마련하고, 힘겹게 겨울을 이겨내곤 한다. 그러나 여전히 겨울은 위협적이다. 'XX년 만의 강추위', 'XX년 만의 최고의 적설량. 폭설'  이런 헤드라인을 접하게 되는 겨울이면, 가끔 영영 다시 못보게 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우리집 주차장쪽에 편하게(?) 밥을주면서 교감을 나누었던 아이...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호랑이와 마리의 엄마이기도 한 금란이라는 아이. 이 녀석은 정말 우리와 인연이 깊은 아이였었다. 08년부터 알게된 아이였는데. 아이낳고 픽픽 쓰러져서. 잡아다가 동물병원가서 수액맞고 다시 집근처에 풀어주기도 했었고, 언젠간 5마리의  새끼냥이들과 함께 모두 우리집으로 들어와서 잠시 임시보호조치를 받으며, 병원을 다니기도 했던...말하자면 정말 사연이 긴...금란이 라는 아이도.  기상 관측 이후 서울에 가장 많이 눈이 내렸던. 2010년 초엽.  구멍뚫린 하늘에서 펑펑 쏟아진 폭설로, 모든 밥 급여 루트가 다 막히다시피했을때에도 자기 아들과 밥먹으러 오다가, 골목의 눈들이 조금씩 녹아가는 구나 느꼈던 그 어느 날 이후... 다시 볼수 없었다. 어찌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고난의 상황을 주는 겨울이, 난 싫다.

길냥이를 챙기시는 분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여름은 비교적 길냥이들의 생존엔 우호적인 계절이다. 나에게 있어 여름은,  딱 두가지가 불편하다. 비가 많이 와서, 밥이 퉁퉁 불어버릴수 있다는 것과, 날이 따뜻하고 해가 길어서 골목길에 유동인구가 밤늦은 시간까지 많다는것. 난 더위를 심하게 타고, 땀이 많은 편이라. 여름이 너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굳이 여름과 겨울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여름을 고르겠다. 겨울에 아이들 밥주러 나서며 느끼는 걱정들에 비하면. 에어콘 틀고, 갑자기 늘어난 전기세가 더 나을듯도 싶기에.

어제밤. 지나던 골목길에서. 어떤 집 대문 안쪽에서 들려오던... 고양이의 야옹소리가. 아침에 일어나서도 왠지 계속 마음에 걸려... 또 7년째 늘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던 아이가 이틀째 보이지 않는게 마음에 걸려...  뜬금없이. 써내려가기 시작한 포스팅. 그러나 역시 고양이 사진 하나 없는... 재미없는 고양이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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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없이 지내다보니, 어느 덧 2010년의 첫달 1월도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니, 벌써 중반에 다다랐군.-_-;;;  104년(?)만의 폭설이었다는데.  도대체 104년만이라면, 그렇다면 역사 책 속에 나오는 한일합방 이후로도 이같은 폭설은 처음이었다는 말 아닌가. 눈이 산더미처럼 쌓인 바깥세상의 상황은,  길냥이들에게 여러모로 고난의 시간들이었을게다. 손이시려워꽁. 발이시려워꽁.

   But...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는지 편안하고 따땃하게 집안에서 머물고 있는 우리집 냥이들. 바깥에 친구들이 이 추운겨울 고생하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따땃한 방에 뒹굴뒹굴 거리며, 지켜보기만해도 잠이 솔솔 올정도로 겨울잠 아닌 겨울잠을 쿨쿨 자는데 여념이 없다. 방 구석구석 여기저기 짱박혀서, 잠자고 있는 우리집 냥이들. 일명, 숨은 고양이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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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볼라고 해도, 누울데가 없다 -_-;;; 대놓고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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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위쪽, 이불 쌓아둔 곳에서도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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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위에서도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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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아래서도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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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12/21) 밤 10시쯤... 밥을 주며 만났었다. 늘 그랬듯 내가 골목에 나타나면, 냐옹거리며 밥달라고 애교를 피우던 녀석, 그날 밤도 별다를바 없이 냐앙거리는 그 녀석과 그 패밀리들에게 밥을 주고 내일보자는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그로부터 10시간정도가 흐른후...  어제 아침(12/22) 8시 평상시 같았으면 이 아침시간대에, 그 길을 지나칠 일이 없는데 갑작스레 일이 생겼고, 어머니의 급한 호출을 받고 부시시한 머리 모자에 감추고선 종종 걸음으로 편의점 앞을 지나치는데,

   편의점앞 도로에, 그 아이가 쓰러져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야옹거리며 애교를 피우던, 생기넘치던  예쁜 삼색냥이. 눈도 감지 못한채 떠난 그 아이. 이미 몸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죽음이 주는 그 차가운 감각은, 자주접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후...이녀석 마지막 가는 길. 자신을 묻어 달라고, 나를 불렀던 것일까...

   살펴보니 차에 치였다거나 하는 눈에 띌만한 외상도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왜...'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우선 편의점앞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훼손되는것을 막기위해, 그 녀석을 도로 위에서 옮겨야 했다. 그리고선 그 녀석을 인도 위의 가로수 곁으로 옮긴후, 벼룩시장 신문지를 가져와 덮어주었다. 일단 어머니의 급한 호출도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 잘 안띄기를 바라며 우선 자리를 떴다. 그리고 10~20분후 다시 돌아와서, 박스에 그 아이의 몸을 수습해놓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아침시간이라 묻어줄수도 없는 상황. 밤까지 안전한 장소에 그 녀석을 데려다놓고, 밤에  같은 동네에 뜻을 함께 하는 지인과 함께 그 녀석을 좋은 곳에 묻어주었다.(삼색냥이는 지인을 무척이나 따르던 녀석이었다)   이 척박한 콘크리트 덩어리 도시에서의 고된 삶을 마감하고, 다음세상엔 무엇으로 태어나든 편안한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빌며...  

   죽음. 그리고 운명.  가끔씩 이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겪고 경험하는 일들은, 치밀한 각본이 짜여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한한 삶의 살지만, 무한의 우주 속에서, 나약한 인간의 유한함을 자주 망각하며 살다가, 가끔씩 유한한 生이 가진 처음과 끝을 목격할때면,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건 영원할 수 없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과의 조우. 그 불편함에 언제쯤 익숙해지게 될까.


야심한 밤에...정리되지 않는 상념들을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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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2011년 9월  4일 13시 16분에 옮겨놓습니다.
- 글작성 시간은 원본 글의 작성시간에 따릅니다. (이 글이 발행된 현시점과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와이프랑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맥주 한 잔 기울이고 있던 평화로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던, 2008년 11월 2일. 마침 맥주가 떨어져서, 맥주 한두병 더 사오려고 집을 나섰다. 길냥이들을 챙기는 분들이면, 밥주는 시간 이외에, 밖에 나갈때에도 간단한 간식류(캔)를 챙겨서 나가듯이. 나 또한 주머니에 캔 두개 정도를 챙겨서 집을 나섰다. 우리집 번호키가 자동으로 잠기는 소리에 역시나, 우리집 주차장에서 밥을 주고 있던, 길냥이인 금란이와 금란이 아들 레담이가 야옹거리며 집앞에서 꼬리를 들고 서성인다. 귀여운 녀석들~ 하면서, 캔을 하나 따줬다. "좀 있다가, 밥주러 나올께~"하면서, 다시 발걸음을 슈퍼로 돌리고나서 몇걸음 걸었을까. 우리집에서 5~6미터 정도 거리의 카센터 근처에서, '냐아아앙~'하는 반가운 인사를 하며 어떤 녀석이 졸졸 따라온다. 얼굴을 보니, 옆골목 길냥패밀리의 대모 삼색이의 라인 같아 보인다.

확신이 아닌 추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이렇다. 길냥이 밥을 주면서, 그 녀석들과 살을 부비고 교감하고 싶은 마음은 나도 굴뚝 같지만, 그런 행동이 그 아이들에게 사람에 대한 친숙함을 심어주게 될 것만 같아서,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후다닥 밥만 주고 빠지기에, 삼색이의 아랫라인 애들의 면면은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생김새를 보니 그쪽 라인이 확/실/합/니/다! ㅋㅋㅋ
 
캔을 따서 주니, 정말 어마어마한 '야아아앙~~~' 소리를 지르며, 와서 캔을 허겁지겁 먹는다. 먹다가 다리에 몸을 부비고, 만져도 거부감이 없고, 살짝 들어보아도, 빠져나오려 하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음... 이렇게 사람한테 친화적이면, 길냥이로서 위험할수도 있겠는데...'   생각하면서 슈퍼로 향했다. 슈퍼에 가서 맥주 두병을 사고, 다시 골목으로 접어들었는데. 그녀석이 냐옹거리며 몸을 부비고 졸졸 따라온다. 우리집 주차장 근처에 있던, 금란이가 으르렁 거리며 경계하기 시작. 우선 이 녀석을 데리고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 여름과 가을. 복막염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들이 있었기에, 화장실에 케이지를 펴고 격리를 했다. 왠지 정이 가는 얼굴이다. 성격도 너무 좋고...  

결국, 요녀석은 우리집 냐옹이들의 일원이 되었다. 베티. 남자고양이 인데, 베티라 이름을 붙였다. 의미있는 약자 머릿글자를 따서 지어주다보니 꼭 여자 고양이 이름 같지만, 욘석은 남자고양이. 웰컴 베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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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고 들어와서, 욘석의 안전을 위해 격리후, 사료와 캔을 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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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구~ 예쁜 흰색이 꼬질꼬질 해졌네~ 밖에서 어두울때 봐서 잘 몰랐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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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은 참 좋다. 밖에 길냥이가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요렇게 순하다니.



안되겠다. 우선 목욕부터 하자~ 베티야.^^  목욕하니, 제법 예쁜 자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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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을 하고 며칠후 찍은 사진. 깨끗해졌다. 근데 베티야~ 왜 머리에 썬그라스 끼고 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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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좀 길쭉한 베티. 그래도 어글리베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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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길에 너무나 익숙하다. 출연한 손은 제손이 아닙니다. 와이프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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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망똘망한 베티. 아직 발정은 나지 않았다. 대충 나이 추정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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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응시하는 베티^^ 내눈엔 너무 예쁘다. 눈색깔이 아직 짙다. 청소년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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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리 유심히 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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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2018년 7월 13일 03시 10분에 옮겨놓습니다. 

- 글작성 시간은 원본 글의 작성시간에 따릅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렇다. 9월... 나에겐 참 잔인할 달 같다. 삶과 죽음. 생명의 온기와 죽음의 차가움. 오감으로 절실히 느끼게 되는 그 크나큰 간극은 여전히 쉬이 익숙해지지 않는다. 애써 머릿속에서 생각을 지우려 하지만, 이렇게 늦은 밤, 잠시 방심한 틈을 타 애써 외면하고 잊으려 했던 기억들은 내 가슴속에 파고든다.

 

 사람은 누구다 저마다의 가치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길고양이를 쥐끈끈이를 놓아 잡아죽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그 끈끈이에 온몸이 붙어 죽어가는 아이를 데리고와 식용유 한통 쏟아부어가며 떼어내어 살리려고 하는 것 처럼. 다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자신에게 가치다고 생각하는 일들로 인해, 몸은 피곤 할 수는 있어도 마음이 진정 행복한 것인가 일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복하다. 다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무기력할 뿐.

 

 지난 추석때, 삼촌과 담배한대 피우며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98년이었던가 학생운동을 열심히, 그리고 깊숙히 하고 있다는 말을 했을때, 강원도 영월 동강 강변의 포장마차에서 나의 소줏잔에 술을 채워주시며, '20여년을 기다렸다'라고  웃음지으셨던 79학번의 삼촌. 03년에 반전집회에 나가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 누군가 뒷통수를 통 때려서 돌아보니, 웃음짓고 계셨던 그 삼촌. 

 

 그날.  머릿속에 고민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한다고 이야기했을때, 삼촌께선 웃으면서 이야기 하셨다. '살면서, 마음이 내키는대로 움직이고, 그 선택을 존중해보는것도 좋은거야... 난 살면서 그렇게 못살아와서, 요즘,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마음이 내키는대로 하고 싶은것 하면서 사는걸 연습중이다. 하고 싶은 것 한번 시도해보고, 이후에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참 괜찮은거야.'

 

 먼저 떠나간 아이들이, 별이 되어... 나를 이끈다. 그때마다 흘렸던 마음의 눈물들은, 나에게 이정표가 되리라...

 

 08년 9월에만 세번째... 9월 1일, 9월 18일, 9월 24일... 이제 그 죽음의 랠리가 종지부를 찍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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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2011년 9월  3일 14시 42분에 옮겨놓습니다.
- 글작성 시간은 원본 글의 작성시간에 따릅니다. (이 글이 발행된 현시점과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예전 포스팅의 내용대로 지난해 12월 말에, 뚤레패밀리의 남겨진 두 아이들이 우리 집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밖에서 워낙 오랜 시간을 지냈던 '웅이'는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나 스킨십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성격 자체도 부비부비하는 성격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그녀석은 평생을 바깥에서 지내온 셈이기에. 몇 달만에 적응이 되진 않겠지. 피부병 때문에, 병원을 가려해도 정말 한바탕 난리부르스-_-;;;  미애는 그래도 바깥에서 그리 긴 시간을 보내지 않은 녀석이라 웅이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욘석도 사람과는 그닥 친하지는 않다. 예방접종때문에 병원에 갔을때에도, 온갖 난리를 피우며 물건 다 떨어뜨리고... 닫혀진 진료실 사이로 원장선생님의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


    [관련글]    우리 집의 새로운 고양이 식구 - 웅이와 미애   ▷▷▷  http://hunsblog.com/tc/73  


그렇게 좌충우돌.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에 적응해가고 있던 두 녀석이. 지난 2008년 5월 3일 오후 5시경. 엄마 아빠가 되었다. 미애와 웅이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무려 다섯마리. 훈이, 레이, 미래, 앙주, 은비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우리 아깽이들.   고양이의 출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것도 처음이거니와,  집에서 키우던 냥이의 출산 모습을 보는 것도 '물론' 처음이라, 경황이 없어서, 사진은 미애가 새끼들을 다 낳고, 어느정도 애들 정리가 끝난 다음부터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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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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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들이 엄마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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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미래(젖소), 훈이, 레이, 앙주, 은비(턱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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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와 앙주의 얼굴 & 훈이와 레이의 뒷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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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자고 있는 미래. 레이한테 몸을 포개어 자고 있는 앙주




이 10일 가량 흐르고, 아이들이 모두 눈을 떴다. 초롱초롱한 눈빛~ ^^  이쯤되면 다리에 힘도 아주 조금씩 붙고,  처음보는 마냥 신기한 세상에 아장아장 거리는 귀여운 발걸음을 내딪는 시기. 여전히 걸음은 어설프고, 모든게 신기하다는 눈빛을 하고 있는 요 꼬맹이들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장 귀여운 시기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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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생긴 앙주(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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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주와 훈이. 등만 보이는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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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주야 레이야~ 모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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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훈이, 앙주. 저 순수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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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레이



그런데, 이맘때쯤 재밌는 일이 벌어졌는데, 우리집에 있던 여자고양이 '숙이'가, 욘석들을 자기새끼인양 물고 다니고, 품고 있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애들이 없어져서 보면, 숙이가 안전해보이는 구석에 애들을 물고 가서, 품고 있다. 미애의 다섯 아이들은 '숙이'라는 또다른 엄마가 생긴셈. 다만 숙이는 임신한 냥이가 아니라 젖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젖먹이는 것 이외의 그 모든 것들을 숙이도 하고 있다. 우선 글로 말하기보단, 사진으로 얘기하고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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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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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는 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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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주와 훈이는 취침중. 근데 요녀석들 포즈가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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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곤하게 잘들 잔다. 어랏. 근데 훈이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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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아~ 너 웃고 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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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사진으로 마무리~


얘들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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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달 반 전인, 작년(2007) 12월 12일. 내 생일날. 햇 수로 7년동안 인연을 맺어왔던 뚤레패밀리의 대모 '뚤레'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2006년 6월까지만해도, 성묘만 5마리로 이루어진 튼튼한 길냥이 패밀리였었다. '옹이'와 '똘레'가 고양이와 살을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삶의 첫 시작이었다면, '뚤레'는 길냥이란 존재를 삶속 깊숙이 자리매김하게 해준, 첫 시작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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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미.웅이.깜둥이.쪽이.뚤레

   [관련글]    12월 12일.                          ▷▷▷   http://hunsblog.com/tc/32     

    [관련글]  [♬] 안녕...턱시도 냥이, 우주야...    ▷▷▷   http://hunsblog.com/tc/33   
                                                                             뚤레는 우주의 엄마고양이     

    

당시는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와이프네 집 창가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가끔은 그 보살핌이 고마웠는지, 가끔 쥐를 잡아다가 와서 와이프네 집 현관문 앞에 놓아두곤 하던 뚤레와 아이들. 번성했던 패밀리였던 녀석들중에, 무슨일이 생겼던 건지. 낭만을 알던 풍류고양이 같았던 멋진 쪽이, 방안까지 들어와서 예쁘게 야옹야옹 울던 깜둥이가 언제부턴가 안보이기 시작하고. 2007년 중반 즈음엔 뚤레, 꼬미, 웅이 이렇게 셋이 남게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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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0일, 뚤레. 꼬미. 웅이.


몇 개월 전, 가을에서 초 겨울로 접어 들어 갈때 쯤. 짱이의 엄마이자, 뚤레의 예쁜 딸이었던 꼬미도 안보이기 시작했다. 자주 가는 동물병원 수의사쌤께서 이 근방에 길냥이들한테 범백이 돌고 있는것 같다고 하셨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엄마 뚤레와 아들 웅이. 그리고 꼬미가 남긴 딸인 꼬맹이 미애가 서로 의지하고 지내는 것을 보며, 마음을 쓸어 내리곤 했다. 그러다가 한달 여전,  내 생일날. 뚤레가, 늘 저녁때마다 나를 기다리던 그 자리에서 잠자듯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뚤레가 떠나가고 몇일 간, 웅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무척 높던 녀석이었는데. 홀로 남겨진 이 세상의 풍경들이 너무나 낯설고 외로웠을게다. 몇일 만에 본 웅이의 모습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그로부터 또 며칠이 지난 후, 여전히 눈치보며 소심하게 밥먹으로 다가온 녀석의 몸에서 예전엔 볼수 없었던 상처 자욱과 피부병 같이 털이 웅큼웅큼씩 빠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잔뜩 주늑이 든 모습, 어딘가 아파보이는 몸. 너무나 처량해보였다. 우리와 인연을 맺은 첫 길냥이가 남긴 유일한 핏줄인 웅이(그리고 미애)를 이대로 방치 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녀석들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기로 마음을 먹게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두 아이들을 잡을 수 있을지 몰라, 고양이 관련 협회의 인터넷 카페에 문의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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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6일. Daum카페 '고양이보호협회'에 올렸던 글.


웅이와 미애를 데려오는 작전을 펴던 12월 28일, 12월 29일. 손 끝이 애리도록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었다. 두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동네 분들의 간섭은 우리가 예상했던 어려움이었기에 괜찮았는데, 예상치 못했던 난관은. 동네에 밥을 주던 다른 길냥이들이었다. 웅이와 미애를 잡으려고 설치한 통덫에, 다른 애들이 털컥털컥 잡혔다. 웅이가 너무 조심성이 많은 녀석이었기에. 은밀한 곳에 통덫을 설치하고, 근처 건물 유리문 안쪽에서 그 곳을 관찰하곤 했는데(물론 너무 추워서 바람 피할 곳을 찾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털컥털컥~ 소리가 나서 가보면 계속 다른 아이들. 첫째 날 작전은 성과가 없었다.

둘째 날. 그날도 역시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댔고, 계속되는 구출(?)작전 실패에, 마음 속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자정무렵. 털컥 소리와 함께,  미애가 잡혔다. 와...근데 이녀석이 놀라서인지 온갖 괴성을 지르며 통덫안에서 우당탕 난리가 났다. 통덫을 들고 집으로 뛰었다. 집에 가서도 통덫에서 철장케이지에 넣는 과정에서 미애가 방안으로 탈출하여, 온갖 기물파손-_-;;;을 저지르며, 정말 날라다녔고 한동안 숨바꼭질을 벌인 후에야, 미애를 우선 마련해 놓은 철장 케이지에 넣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둘은 진이 다 빠진 상태.  다시 통덫을 들고, 잠복장소로 향했다. 미애를 데리고 가면서 미애가 필사적으로 난동^^;;; 을 부렸기 때문에, 웅이를 다시 잡기 힘들어지는것이 아닌가 걱정했었지만. 다행히 웅이는 우리를 추위속에서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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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데리고 왔을때는 욕실안에 철장케이지를 설치하고 격리시켰고. 어느정도 안정후에, 케이지를 방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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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는 아직 어렸기에(▶◀'짱이'랑 형제자매간) 오래지 않아,애들과 적응을 했다. 단 고양이들하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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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는 여전히 경계태세...ㅠㅠ


밖에서, 지배되지 않는 자유로운 도시의 영혼으로 6년가량 살았던, 야생성이 살아있는 웅이는 여전히 불안해하며 경계하고 있는 상태이다. 밖에서는 너무 왜소하고 연약해보이던 녀석이, 집안에 데리고 들어와서 보니. 완전 덩치큰 고집스러운 남정네의 모습.^^;;;  어릴때나 새끼때는 쉽게 집안 환경에 적응 할 수 있지만, 6년이나 바깥 삶을 살았던 녀석에겐, 좀더 긴 시간이 필요 할 것만 같다. 이로써, 우리 동네 길냥이계의 한 축이었던 뚤레네 패밀리는 더이상 바깥에선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이제 우리집 안에서 뿌리를 내리게 되겠지. 보고 있니...? 뚤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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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2011년 8월 13일 00시 25분에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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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되었던 주니(or 준이) 당시 검이가 떠나간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는데, 검이와 너무 닮은 모습에, '검이 주니어'라는 의미에서 '주니'라  이름 지었다. 또, 얼마전 내 생일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뚤레'의 마지막 아들이기도 하다. 뭐... 나를 무척 좋아하고 잘따르던 검이와는 달리 -_-;;; 구조될 당시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람하고 잘 안친하게 지내는 녀석이긴 하지만...^^

 2007년 10월 1일, 밤. 나는 피곤해서, 잠시 쪽잠을 자고 있었고, 와이프님은 밖에 냥이들 밥주러 나갔던 상태. 핸드폰 벨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부재중통화가 아주 여러통이 와있었다. 그래서, 와이프님께 전화를 하니, 쥐끈끈이에 붙은 고양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신차리고, 모자 눌러쓰고 가보니... 아직 어린 냥이가, 쥐끈끈이에 붙어있었는데, 점점 발버둥을 칠수록 온몸이 쥐끈끈이에 붙어갔고, 아예 몸의 한쪽이 다 붙어버려서, 움직일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와이프님 얘기를 들어보니, 뚤레네 밥주는 곳에서,  한쪽 다리에 뭐가 붙어있는듯 그것을 질질 끌고 다니며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어두워서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할수 없었기에,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전단지같은게 붙어있나 생각했었고, 그래서 그것만 떼주고 오려고 했는데, 계속 지켜볼수록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고 한다.

 그자리에서 끈끈이를 떼줄수 없음을 확인하고, 집에 데리고 오려고, 가방에 넣는데 너무 놀라서 괴성을 지르는 녀석을 붙잡고 씨름하다, 어쩔수 없이 그냥 끈끈이 붙은 녀석을 안고 집으로 오기로 했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기에... 고양이의 습성을 아는 분들은 알 것이다, 그렇게 놀란 상태의 고양이를 그냥 안고 이동하며, 차가 다니는 길을 건너고 하는것이 얼마나 모험이라는 것을. 많이 걱정하면서, 녀석을 품에 안고 집에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별다른 반항없이 녀석을 데리고 올수 있었다.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동물병원 원장님께 조언을 구해서, 식용유를 이용해서 끈끈이에서 '주니'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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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끈끈이 접착력이 장난이 아니다. 3개월 가까이 되었건만, 우리집 화장실 바닥에는 특정부분이 아직도 끈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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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끈끈이에서만 분리했지만, 두 다리가 완전히 붙어있는 상태. 정말 오랜시간 고생했다.

누가 저런 짓들을 한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한 양반이 있긴한데... 어찌했건 '주니'는 참 극적으로 우리집의 냥이 패밀리 일원이 되었다. 그런데, 이날 끈끈이에 붙어서 고생하고, 또 그것을 떼어내려고 고생했던 트라우마 때문인지. 사람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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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식용유로 목욕을 했기에, 털이 계속 보습-_-;;;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털이 젖은 상태로 물기가 몸에 계속 남아있으니, 몸의 체온이 떨어져서 계속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결국 이날 다시 여러차례 목욕을 시켜서 기름기를 제거해주고 나니, 털이 보송보송한 상태를 되찾을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 부부에게도, 주니에게도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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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한 다음날(10월2일) 우리집 옹이씨와의 첫대면. 사이즈 차이가 극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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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년...주니. 코밑에 뭐묻힌거니 ^^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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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 주니, 초린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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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샷...♡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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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있게...♡ (12월 19일)

요즘은 숙이와 로맨스 에 빠져있다. 숙이와 주니의 아기자기한 로맨스 스토리는 이후 포스팅에...

ps/
어이 현천군. 냥이들도 로맨스 한다. 그런데,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어서 독수리나 비둘기를 데리고와서 로맨스를 하란말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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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2010년 8월 15일 17시 53분에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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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2일, 나의 생일...그리고, 뚤레의 갑작스러운 죽음.
어제까지만 해도, 나에게 냐앙~거리며  꼬리 세우며 나를 반갑게 맞이하던 뚤레가,
이 삭막한 콘크리트 덩어리 도시의, 지배되지 않는 맑은 영혼이었던 뚤레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우리에게 허락하는구나.
널 거두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에서 느껴지는 너의 차가운 체온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어.

너는 마지막까지도 우리를 기다린듯 늘 있던 차 아래에, 있었지.

왜일까...보통때에는 불러도 나오지 않을때, 조금 기다리다가, 그냥 밥을 주고 오곤 했었는데.
뚤레야. 오빠를 불렀던거니? 오늘 따라, 잘 살피지 않던 그 구석쪽으로의 알수없는 이끌림을 느꼈고,
어두워서 확인할수 없었기에,  후레쉬까지 비춰보았었는데... 뚤레야. 오빠를 불렀던 거구나.

뚤레네 식구들이 점점 줄어들어간다...이제 남은건 웅이 하나.

2006년 6월 이전까지만 해도,  228-2에서 보금자리를 가지고 있을때까지만 해도, 뚤레, 웅이, 꼬미, 깜둥이, 쪽이...이렇게 번성했던 가족들이었는데. 아니, 불과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뚤레, 웅이, 꼬미, 그리고 짱이를 포함한 꼬미의 아이들까지 외롭지 않은 패밀리들이었는데...

밥주던 곳을 옮기기전 그 창살쪽에 있을때, 골목에 내가 들어서면, 냐앙거리면서, 나에게 달려오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제 웅이 하나 남았구나.

어제까지만해도, 넌 우리 곁에 있었는데... 긴 시간동안 너무나도 잘 지내주었기에, 넌 언제나 괜찮을꺼라 생각했었어. 뚤레야. 너를 너무나도 좋아하며 잘따르던,  네 아들 웅이. 웅이가 너무 애처롭다.

기억하니? 웅이는 우리가 밥을 줘도 먹지않고 기다리면서, 냐옹거리면서 널 불렀었어. 그리고 네가 오면 골골거리면서, 너에게 몸을 부비며, 그제서야 밥을 먹곤 했었지. 네가  늘 웅이를 지켜주었으면 좋겠어. 그 순해서 물러터진 녀석을 말이야...

2006년 초. 네가 네마리의 아가를 낳았었지. 아이들을 우리가 입양시키려고,
방에 데리고 들어왔을때, 구슬피 울며 냐앙거리던 네가 생각난다. 우주가 유독 너를 따랐었는데.

우주가 떠나가고, 깜둥이쪽이가 작년 여름 사라지고, 꼬미가 몇달전부터 안보이기 시작하고, 짱이가 떠나가고... 이제 네가 가는구나.

네가 사랑하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서, 다시 몸을 부비며, 함께 하겠지. 이렇게 각박한 도시에서, 메마른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일이 참 힘든 일이었을꺼야. 이제 편히 쉬기를 바랄께. 고생했어.


뚤레야.
01년부터 시작되었던 너와의 인연, 우리의 인연이 참 소중한 인연이었음을... 기억해줘.
그리고, 잊지마.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님을,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임을 말이야.

나와 현숙이에게, 길냥이 사랑의 시작을 만들어주었고, 늘 든든한 대모 로서, 우리 곁에 있어주었던 너.
네가 있어, 참 좋았어. 고마워. 다시 태어나도, 우리의 친구로 태어나주기를...

너의 마지막 아들. 준이. 너의 아이 맞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키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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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에 올렸던 사진. 2003년 12월 13일, 4년전의 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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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년말~06년초,(깜둥이), 꼬미, 쪽이, 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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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이, 꼬미, 저뒤에 깜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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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깜둥이, 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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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 깜둥이, 쪽이, 뒤쪽에 꼬미, 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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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둥이, 쪽이, 꼬미, 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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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둥이, 쪽이, 뚤레, 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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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미, 웅이, 깜둥이, 쪽이, 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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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0일, 뚤레. 꼬미. 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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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 없었던 포스팅... 그러나 이렇게라도, 마음속에 있는것을 풀어내보고 싶었습니다.

여자친구님집에 찾아오는 길냥이들이 있습니다. 찾아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상주하고 있지요. 3대의 아이들이 여자친구님집에 찾아와서, 사료를 먹고 안식을 취합니다. '대모' - '제1대냥이들'(♂- 1마리, ♀- 1마리) - '제2대냥이들'(제1대냥이들중 여아가 낳은 자식들 ♂- 1마리, ♀- 1마리)가 찾아옵니다. 약 2개월전, '대모'인 냥이가 노익장을 과시하사, 아이들을 총 4마리를 출산했습니다. 남아2, 여아2 이렇게요.

그러나 냥이들이 살아가기에, 이 서울이라는 멋대가리 없는 콘트리트 도시는 참으로 척박한 공간들입니다. 훔친것도 없는데, 잘못한것도 없는데, '도둑고양이'라고, '재수없다.'고 쫓겨다니기 일수이지요. 그래서, 그 아가들이 어느정도 젖을 뗀다음에 입양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저희가 다 거둘수 없으니, 좋은 반려인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고 싶었으니까요.

우선 그 아가들을 한번 소개해드릴께요.(사실 이 포스팅은 올해 11월의 그날이 지나간후,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반드시 해야만 하게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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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이 섞인 고등어 여아입니다. 좋은 남자분께 입양되어,'라라'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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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모색이, 매력적인 고등어 여아입니다. 좋은 여자분께 입양되어 '샛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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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철학자라고 불렀던 남아입니다. 역시 좋은 여자분께 입양되어 '까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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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시도 남아 아가. 우리가 이 아이를 '우주'라 이름붙였었습니다. 부부에게 입양되었으나...




4월 11일, 샛별이와 까뮈가 좋은 반려인을 만나 떠났습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어 마음이 아팠지만, 이 아가들이 굶주리고, 천대받는 삶이 아닌, 반려묘로서 예쁜 삶을 살아가게 될꺼라 생각하니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남은 라라와 우주. 특히 턱시도냥이인 우주는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가서, 기생충검사를 받고, 약먹이고 가장 우리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던 아가였습니다. 사람품에 안겨자는걸 그리도 좋아했고, 애교가 많은 아이였지요. 4월 15일 라라와 우주도 반려인을 만나 입양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가슴이 아팠지만, 그 아이들앞에 펼쳐질 행복한 삶을 생각하며, 허전한 저희의 마음을 위로했었습니다.

지금 12시가 넘었으므로, 어제그저께네요. 어제 그저께 4월 20일 아침에, 여자친구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왠지 '우주'가 걱정된다고. '우주'가 꿈에 나왔는데,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그래서 저는 괜한 걱정하지 말라며, 여자친구에게 핀잔을 줬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전에 입양보낼때부터, 왠지 마음이 이상했기에, 내심불안했으나 저까지 불안한 기색을 보이면 여자친구님이 더욱더 불안해할까봐 참았습니다.

오후 2-3시쯤됬나? 울먹이는 여자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주'가 죽었다고... 자다가 입양해간 부부의 남편분한테 깔려서 그렇게 죽었다고... 전화를 받았다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말도 안돼'를 되내이면서, 입양해가신 부부의 여자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분도 무척 슬퍼하시더군요. 많이 고민하다가, 그 아이를 이쪽으로 데려와서 묻어주고 싶다고. 저희가 보내주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이미 아침에 아이를 묻었다고, 꼭 그러셔야 하겠냐고 되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잠시 전화를 끊고 고민하다가,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분들이 아가를 묻은 장소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상왕십리역 근처 무학초등학교로 혼자 찾아갔습니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맨채. 우여곡절끝에 초등학교 뒷편 언덕기슭에서 아이가 묻혀있는 곳을 찾았지요. 아이는 깊이 묻혀있지도 않았고, 장갑낀손으로 흙을 한두번 쓸어내리니까, 아이가 들어있는 파란색 아디다스 상자가 나타나더군요. 그리고 상자를 열고선 저쪽 편에서 운동하시고 계시는 아주머니가 계신데도, 나이 29먹은 남자가 창피하게도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입양보내려고 홍대입구역에 여자친구님과 나가있을때, 여자친구님 품에서는 정말 평안한게 자고 있던아이가, 입양받으실분께 넘겨주니 그렇게도 야옹거리면서 심하게 울었는데... 그 아이가, 이렇게 싸늘하게 식어서 굳어있는 모습을 보니.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그 아이는 등을 목과 등을 쓰다듬어주면 '골골골' 거리면서 제 품에안겨 자곤했던 녀석이었는데... 장갑을 벗고, 차가워진 그 아이의 몸을 어루만져주고, 등을 쓰다듬어주어도, 더이상 그 아가는 '골골골'거리지 않았습니다. 아가눈에는 정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고,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려있더군요. 아가야...많이 힘들었구나...혼자 이 춥고 낯선곳에 남겨져서, 많이 무서웠지...

그 아이를 수습해서, 미리 가지고간 상자에 고이 넣고, 가방에 넣고 가방을 옆으로 뉘여서 들고 왔습니다. 등에 매고 오면, 아가가 누워있지 못하고 서있는 상태로 불편할테니까요.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저희집으로 돌아오면서도, 혼자 지하철에서 모자 깊숙히 눌러쓰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5일전, 아가가 그렇게 낯설어하며, 자기를 다른사람에게 보낸 형과 누나를 원망하며, 엄마의 익숙한 체취가 묻어 있는 곳을 그리며 울면서 떠났을 이 길을... 이렇게 차갑게 식어서 내 가방안에 상자에 누워서 돌아오게 될줄이야... 바보같이 고양이가 자존심도 없이 상자안에 넣어놨는데도, 야옹야옹거리지도 않고, 조용히 있는걸 타박하면서, 바보같다고 타박하면서. 미안하다고 되내였습니다. 내가 편히 자고 있었던 새벽... 너는 육중한 남자의 몸에 깔려 숨이 막혀 힘들어하면서, 가슴아파하면서 죽어갔겠구나...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형이 정말 미안하다. 너는 왠지 기르고 싶었었어. 왠지 우리가 기르고 싶었었는데...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렇게 우주랑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내내 울었습니다. 다른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길래 지하철과 지하철이 연결된 칸으로 가서 혼자 일렁이는 그 연결부위에 서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아가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 아가가 떠났던 그길 그대로 따라오면서, 아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동장안에서 주변의 시끄러운 차소리에, 낯선 환경에 놀라하며 야옹거리던 우주의 놀란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듯 했습니다. 그렇게 홍대입구역을지나 동네로 접어드니, 하늘에서 바람이 불면서, 빗방울이 뿌리더군요. 그래... 너도 고향에 돌아온걸 느끼는구나...

여자친구집에 데리고 갔습니다. 여자친구가 충격받을까봐 보여주지 않았었는데, 여자친구가 마지막으로 보내기전에 얼어있는 몸을 녹여주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5일전에 뛰놀던 방으로 그 아이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차갑게 식은 몸을 여자친구가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면서, 제발 살아나라고... 너 이렇게 보낼수 없다고 흐느끼며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제 품에 안겨 자던 그녀석. 하필이면 혼자 유독 잔병치례를 해서, 동교동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그녀석을 품에 안고 가면서 핀잔을 줬었는데... 지금도 눈앞에는 라라와 함께 우다다 하던 그녀석의 모습이 선한데... 지금도 컴퓨터에는, 그녀석이 뛰노는모습을 찍은 동영상들이 그대로있는데. 이렇게 차가워진 녀석을 바라보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차갑게 식었던 몸이, 따뜻하게 다시 녹았고, 왠지 눈을 뜰것만같은 기적을 바랬지만, 역시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를 몇시간... 마지막으로 우주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아가를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때는 새벽2시.

찾아 헤매이고 헤매이다가, 은행나무옆 햇볕잘드는 양지바른곳을 찾았습니다. 공원같은 곳이었지요. 몇시간동안 정성들여, 아주 깊이 땅을 파고, 아가가 살아있을때 들으면 사르르 잠들었었다는 노래를 핸드폰으로 조용히 틀어줬습니다. 그리고 그 이불처럼 안개꽃을 덮어주고,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흙을 한삽한삽 덮을때 마다, 마음이 정말 아프더라구요.

낯선 한양대근처 상왕십리 초등학교의 후미진 언덕기슭에 묻어졌던 아이가, 여자친구의 꿈에 나타나서, 이렇게 자기를 데리고가 달라고 불렀었나봅니다. 결국 우주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구요.

그렇게 우주를 묻어주고 와서 잠을 잤는데, 여자친구님의 꿈에 우주가 나타났답니다. 정말 예쁜 모습으로요. 아마 좋은곳으로 떠났을꺼라 믿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데리고 있었고, 아프기까지 해서, 약먹이고 걱정을 많이 했던 아이라서, 유독 정이많이 들었던 우주였기에, 더 눈에 밟히네요. 그래도, 아가를 수습해서 정말 좋은 자리에 묻어주고 명복을 빌어주고 나니, 한결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여전히 슬픔의 무게는 무겁지만 말입니다. 만약 그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고, 그 낯선 곳에 그대로 방치했다면... 하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네요.

우주야... 다음세상, 꼭 아픔없는 곳에서 태어나서, 행복하게 웃을수 있기를 바랄께... 아침마다, 네가 묻혀있는 은행나무근처로, 현숙이와 너를 보러가기로 했어. 이제 너도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 모두 잊고... 편히 쉬렴... 넌 정말로 사랑스러운 고양이였어, 우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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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사진찍던날... 유난히도 울어서, 예쁜사진을 찍기 힘들었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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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들과 함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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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방안에서 지내면서 정말 보내기싫을정도로 매력적인 냥이였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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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졸고있는 우주. 정말 예쁘고 애교많은 턱시도 냥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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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안으면, 어느새 얼굴을 팔에 기대고 잠들곤 했던 우주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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