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후다닥거리며 아이들 등교시키고, 등원시키고. 정신없이 오늘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일상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희로애락 속에서, 말 그대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오늘. 그리고 또 오늘의 연속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곧 머지않아 겨울이 오겠구나! 느낄즈음. 늘 마왕의 기일이다. 작년 이맘때 즈음 아이들과 마왕 추모식에 참석했던 생각이 나면서...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에 놀란다. 마왕이 떠나던 그때 채 돌도 되지 않았던 첫째가,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이니... 아... 세월의 무상함이여. 

마왕 !  그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지?  몇 년 지나면, 이제 내가 마왕보다 나이가 더 많아지겠네. 하하. 그래도 아직은 내가 어려 ! 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께 !  마왕을 생각하면, 늘 가슴한켠이 허전하네... 

 

 

 

 


오늘 마왕의 기일, 상헌 형님께서, 무한궤도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를  형님의 유튜브 채널에 연주해주셨길래, 이렇게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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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나 보다.  기나긴 뜨거운 여름의 터널을 지나 서늘한 바람의 감촉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 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보면 어김없이 마왕의 기일이다. 그가 떠난 지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마왕 신해철 5주기 추모식.  2주기 추모식 이후, 오랜만에 다시 찾은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  그런데... 각자 저마다의 치열했던  '생'의 시계를 멈추고 영면하신 분들이 계신 곳이기 때문일까?  이 곳에 오면. 시간이 정지해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본관 안에 들어서자,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철기군( 故 신해철 팬클럽 : http://cromfan.com/xe/ )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이곳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5주기 추모식을 마친 후, 다시 서울로 이동하여 노들섬에서 열리는 공연에 참석하는 일정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이들 둘에 아내와 함께 참석하기를 소망했던 나는...  열심히 운전해서 와야 했다. ^__^   핑크퐁 메들리(?)를 들으며...^_^;;;




철기군의 익명게시판 글에서,  참석하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글을 보았다. 마왕 팬의 연령대를 미루어 짐작하건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정신없이 치열한 삶을 살아내고 있을 것이기에,  그것을 감안하면 5주기임에도 이 정도면 많이 모였다고 나스스로에게 쓰담쓰담을 했지만,  줄어든 숫자에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깃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 마왕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이라는 곳에 모이지 못했을 뿐... 작년의 내가 그러했듯. 마왕의 기일. 아쉬움과 그리움을 저마다의 가슴에 품었을 게다. 




사진 출처 : 철기군 익명게시판 12879 번 게시글


공식적인 분향은 없다고 들었고, 예식실에서 유가족분들이 기제사 올리시는 것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했는데, 유가족분들 기제사 끝나고 헌화하러 가신 다음에 잠시 비공식적(?)으로 팬들이 분향할 수 있는 시간이 잠시 있었나 보다. 그런 상황을 알지 못했기에, 유토피아 추모관 본관 안의 팬분들이 헌화하러 이동하실 때 우리 가족도 같이 나가서 헌화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는데 아쉽다. 





내 아이들도 정말 많이 자랐다. 그가 떠나던 2014년 10월. 채 돌도 되지 않았던 성현이. 아기 띠에 안긴 채 짙은 슬픔 가득했던, 아산병원으로... 극적인 결정이 있었던, 원지동 서울 추모공원으로 같이 함께했던 성현이는,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된다. 2016년 9월에 태어난 유리. 유리는 '신해철 아저씨'에게 온 것이 처음이다. 2016년 10월 2주기 추모식. 유리가 태어난 지 1달 약간 넘었던 시점이라, 내가 아들 성현이만 데리고 참석했었다. 마왕도 그대로... 나도 나이만 한 살씩 더 먹어갈 뿐 그대로인 것 같은데... 아이들은 하루하루 자라난다.







2주기 때, '신해철 아저씨 편히 쉬세요' 하며 국화꽃을 놓았던 아들 성현이. 이제 훌쩍 자라 미운 일곱 살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내 아이. 제법 의젓하게 마왕에게 헌화를 한다. 유리도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 '신해철 아저씨'에게 국화꽃을 드렸다. 


여담이지만, 아들 성현이를 보면서. 마왕의 노래, '아버지와 나'가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내가 1992년 아버지의 차 안에서 테이프로 그 노래를 틀었을 때 나는 '아들'이었다. 한창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던 10대였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르고 싶어 했던 나. 그리고, 지금 내 나이 즈음의 아버지가 계셨고. 그런데, 이제 내가 '아버지'의 위치에 서 있게 되었다. 사실 아이들과 나 사이의 진정한(?) '아버지와 나'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그에게 나도, 국화꽃 한 송이 올리고 그의 앞에서 다짐했다. 결의했다.  내년 이맘때 즈음, 다시 이곳에 와서 마왕에게, 나 이렇게 잘 지켜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을 한동안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다가, 마지막으로 그의  묘비 앞에서 묵념을 올리고 언덕을 걸어 내려오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잊지말고 기억해줘요 ' 



갑자기 왜 이 노래가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마왕... 늘 잊지 않고 기억할 거야. 피눈물이 흐르는 듯한 원통함은, 세월의 퇴적이 만들어낸 감정의 굳은살 아래 침잠한 채, 그 시퍼렇게 날이 선 감정이 조금 무디어질 수는 있겠지만, 결코 잊지 않을 거야. 기록하고 기억하고. 그렇게 내 안에 계속해서 마왕은 살아있겠지.











아버지와 나 PART Ⅲ - 'Statman' (↑↑↑ 유튜브 영상 9:00 부터)


그와 나 사이를 가로지르는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 위로는 화해의 비가 내렸고 심지어는 가끔은 꽃구름이 흘러 다닐 때도 있다

우리 두 사람은 강의 이편과 저편에 서서 가끔씩 손을 흔들기도 하지만

그저 바라 볼 때가 사실은 대부분이다

그의 잔소리가 언제부터서인지 모르게 살갑게 느껴지는 것은 

나의 삶이 타들어가는 번뇌의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인지

혹은 그의 삶이 휴식과 완성의 시기를 원하기 때문인지

분명한 것은 천진한 웃음을 띤 그의 얼굴은 아들의 어릴적 얼굴을 닮아가고

정작 아들의 거울에 비친 얼굴은 아버지와 닮아 있다

난들 왜 그가 기뻐할 번듯한 세속의 성공과 안정을 주고 싶지 않았겠는가만은

아무래도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멀지 않은 미래에 안겨줄

그의 얼굴과 나의 얼굴을 모두 가지고 태어날 그의 손주뿐인듯하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내가 그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언어들을

순간의 울음소리로 알리리라

그렇게도 나는 나일뿐이고 싶어 했으나 이제는 또 다른 그가 되어 주고 싶다

나는 이 세상에 그가 남긴 흔적 혹은 남기고 갈 증거이다

나는 그의 육신을 나누어 받은 자


Hey STARMAN

Hey STARMAN

지구의 별이 되어 살다 우주의 별로 돌아가다


아이는 열리지 않는 그의 방문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칭찬에 굶주리고 대화에 목이 마른 아이였다.

기다림이 원망으로 바뀌자 아이는 망치를 들어 문에 못질을 해버리고 그곳을 떠났다.

세상의 머나먼 끝에서 고독에 눈물을 흘리던 날

아이는 그가 스스로 방문을 열어준 적은 없었으나

문을 잠근 적 역시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Hey STARMAN

Hey STARMAN

Hey STARMAN

Hey STARMAN


아이가 오래 전 박아 넣은 날카로운 못들을 하나씩 빼내자 문짝에선 피가 흘렀고

문을 떠밀자 그 문은 힘없이 열렸으며 그 문의 저편엔 주름과 세월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하여 수줍은 아버지와 겸연쩍은 아들은 난생 처음 뺨을 맞대게 되었다.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는 먼지가 되리라 세상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이

언젠가 이 노래는 잊혀지리라 세상 모든것들이 그러하듯이

그러나 아들은 아비를 기억하고 또 아들의 아들이 그 아비를 기억하며

그들의 피는 이야기나 노래보다 조금. 더 오래 흐르리라

그리하여 우리 세상에 잠시 있었던 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야기하리라


다른시간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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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집을 나서며...


등원해야 하는 아들래미 준비시키면서 씨름하느라 아침부터 지지고 볶고 나서, 이 녀석 등원하는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현자타임... 약간 맥이 풀린 느낌이다.  매일, 잠들기 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아이들에게 웃음만 보여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고 다짐해보지만, 그 다짐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일상이라는 게, 뭐 다 그런 거겠지만, 이왕이면 품 안에 아이들을 가득 안을 수 있는 짧은 시간들. 웃음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데... 쉽지 않네.


하루하루 뭔가 쫓기는 기분이다.  '~해야만 한다'에 쫓기다가,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결핍'에 주저앉아, 나의 하루를 제대로 보듬고 쓰다듬어주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삶이라는 것은 그리 거창할 것 없는데, '인간의 삶에  거창한 소명 같은 것은 없고, 태어난 것으로 목적을 다했고,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보너스게임'이라는 마왕(故 신해철)의 말처럼. 어찌 보면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경이롭고 행복해야 할 일이다


(내가 혹은 다른 누군가가)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가 내 삶의 번뇌와 질곡의 원천인 것 같다. 그 팍팍한 당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기.  '괜찮아. 지금도 잘하고 있어. 이걸로 됐어.'  토닥토닥.  잔뜩 들어간 힘을 좀 빼고, 당위를 내려놓고... 좀 이완된 상태로 삶을 여유롭게 마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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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돌베개 출판사에서 음악평론가 강헌이 쓴 『신해철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를 출간하면서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고 





당연히  텀블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강헌 선생님이  '신해철' 관한 책이라는  자체만으로도구매의 이유는 충분했고거기다가  텀블벅 프로젝트에 참여할  제공되는 각종 리워드가 모두  매력적이었기에.



그리고 3개월가량의 묻지마 기다림물론프로젝트 진행에예정된 날짜들은 있었다그냥 별생각 없이 기다렸다는 의미.  어제 오후드디어 택배가 도착했다이런 류의 포스팅은, 몇 마디 말보다는 사진이다



저자 친필 사인본은 진작 받아보았고후원자 이름이 게재된 신해철 JUKEBOX뮤지컬 <THE HERO> 대본집 특별판도 기대가 되었지만가장 기대했던 것은역시나 한정판 오르골이었다아날로그적 감성 물씬 풍기는 오르골. '일상으로의 초대' 라는 곡을 떠올리면, 1998 열정적이었던 그때 그시절 시공간의 향취까지  가슴에 떠오른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게 믿기지 않는다내가 40대에 접어들었다는 것도…  마왕이  세상에 없다는 것도… 모두다 믿기지 않는다.  하아…이런저런 생각들. 추억과 향수. 상념들이 고개를 든다.  어서 자야겠다. 



오르골 태엽을 감고카메라를 들고 손각대로 동영상을 찍었다다음부터 동영상은 왠만하면 삼각대를 써야겠... -_-;;;





본가, 어느 박스 안에 챙겨져 있을, 솔로 앨범들과 넥스트 시절 테이프들 말고는, 모두 다 챙겨와서, 책장 한 칸을 마왕을 위해 꾸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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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둘째 유리가 2016년 9월 18일 태어나고, 두 아이들과 정신없이 부대끼며 살아가느라 1년이란 시간이 눈 깜짝 할 사이에 흘러가 버린듯하다. 작년 마왕 2주기 때는 유리가 태어난 지 한 달 약간 넘었던 시기라, 내가 성현이만 데리고 2주기 추모식에 다녀왔었다.


올해, 팍팍한 일상을 이유로 3주기 추모식에 불참하게 된다. 계속 철기군을 확인해가며, 질문 글도 올리며, 마왕의 3주기 추모식 참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여러 가지 상황들이 변했다. 조금전까지도 불참의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다가 결국 이렇게 선택을 하게 되었다. 마음이 한켠이 무겁다. 내년에는 꼭 추모식에 참석하리라.


마왕... 애들하고 아내와 같이 곧 보러갈께... 

의미도 없이 잊혀지지 않도록, 영원히 기억할께... 마왕.


철기군 홈페이지로부터. ( http://cromfan.com/xe/ )

철기군 홈페이지로부터. ( http://cromfan.com/x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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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2016년 10월 27일.  마왕의 2주기. 


마왕이 떠난 지 벌써 2년이라니. 시간은 이렇듯 속절없이 지나간다. 붙잡고 싶은 마음에 두 손으로 바둥거리며 움켜쥐려 해도 그럴 수가 없는 게 시간이고 세월이다. 그 무정한 세월의 흐름에 풍화되어 깎여나가는 기억의 나약함에 맞서려면, 무언가를 계속 기록하고 또 되새겨야 한다. 


신해철의 죽음… 그의 부재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여전히 박탈감과 황량함으로 가득 차 있다.


어찌, 빼앗긴 들에 봄이 오겠는가…


나는 한국사회가 신해철이라는 사람… 그리고 그가 가진 에너지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더 정확히 말하면 빼앗겨버렸다. 그의 부재가 주는 아쉬움, 안타까움, 그 원통함은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가도 도무지 옅어지지 않는다. 


내가 그랬듯, 나의 아이들도…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생각을 공유하며 자라나 주기를 바랬다. 넥스트 1집에 수록 된,  ‘아버지와 나 Part 1’을 아버지의 차에서 틀었던 중학생의 내가, 아버지가 되어 내 아이와 그 노래를 들으며 얘기하고. 또 혹시 알겠는가. 마왕이 살아있었다면,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마왕이, 아버지의 관점에서 또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주었을지. 뭐… 영영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 되어버렸다.


아쉽고 안타깝다. 그래서, 원통하다. 


어찌, 빼앗긴 들에 봄이 오겠는가… 그저 내 마음은 황무지일 뿐이다.


몰아치는 망각에 맞서, 굳건한 기억을 지켜내고, 의미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데리고 마왕의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무언가였다. 



마왕의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으로 출발.




1년 만에 찾은 이곳. 두 번째 발걸음이어서 인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2016년 10월 27일, 목요일. 평일에 치러진 추모식.




주말이나 휴일이 아닌, 목요일. 평일임을 감안할때, 꽤나 많은 사람이 마왕의 기일에 마왕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아들 성현이에게도 보라색 리본을 달아주었다.

1주기 추모식 때는 애기티 풀풀 나던 성현이가, 1년이 지나 제법 늠름하게 자랐다.










"신해철 아저씨, 편히 쉬세요." 성현이가 국화꽃 한 송이를 올렸다.




마왕…. 편히 쉬소서. 내년에 또 찾아올게요.







마왕의 의료사고에 대한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마침표가 찍어지기까지 아주 시간이 걸리는, 지리한 법정 다툼이 되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마왕의 수술을 집도했던 집도의는 제대로 책임을 지게 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잠깐 덧붙이자면,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집단 모두를 싸잡아 도매금으로 매도하고, 비난하려는 아니다. 다만 책임을 방기하고 명백한 과실을 저지른 특정한 의사와 그의 직무유기 행위에 대해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들의 의료행위에 대해 결과만을 가지고 심판하려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심한 외상을 입고 실려 환자를 응급수술한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고 해서, 다수대중이 의사의 의료행위를 의료사고로 몰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낱같은 가능성을 보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메스를 의사에게 박수를 쳐야겠지. 그러나 또한 분명한 것은, 의사집단의 의료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해 무조건 덮어놓고 모든 것에 면죄부를 주는 것도 옳지 않다.   신해철 케이스를 보아도, 그것은 불합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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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7일.  세월이 참으로 하수상하다.



훗날 역사는 이날 이 순간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하겠지. 그러나…. Park  모 씨의 그 어떤 하수상함을 넘어서, 나에게 오늘이 중요한 것은, 오늘이 바로 마왕의 기일이라는 것. 마왕이 떠나던 그 날...돌도 안 지났던 내 아들 녀석은, 이제 어느덧 꽉 채운 36개월을 바라보는. 아이로 자라났고. 오늘 날이 밝으면, 아버지(=나)와 같이 '신해철 아저씨'를 기리기 위해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으로 향하겠지.




마왕...해철이형. 한숨 자고... 당신을 만나러 갈께요, 내 아들 녀석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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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문자가 왔다. 지난번 LP 한정판 앨범의 CD 버전의 앨범 발매소식. 예약안내 문자가 오자마자 바로 예약을 했다. 지난번 포스팅에 말했듯 무조건, 무조건이니까. 그게 울궈먹기던 장삿속이던 신해철의 이름을 팔아먹는 자본의 상술이든 뭐든 기꺼이 그 장단에 맞춰 춤을 춰주리라 생각했으니까. 


마왕이 살아생전, '있을 때 잘하라고' 그렇게 늘 말해왔었건만. 뭐랄까 마왕이 가고 나니 깍듯이 챙기는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들었던 청개구리 동화 얘기도 생각이 나고. 마왕… 다 그런 건가 봐. 미안.







어제 11월 11일 앨범이 발매되었다. 발송되었다는 문자가 오고, 정확히 하루가 지나서 택배가 도착했다. 지난번 LP 한정판 앨범 배송 때의 삽질로 욕을 먹고 정신 차린 YES24가 이번엔 아주 적절한 상자에 제품을 넣어서 배송했다. 제품의 구성은 LP 앨범과 동일하다. 다만 LP가 CD로, 그리고 사진 5매와 가사포함 포토북의 사이즈가 그것에 맞게 다운사이즈 되었다. 배송받자마자 사진을 찍고, CD를 부랴부랴 아이튠즈로 리핑했다. 지금 음악을 틀어놓고 포스팅을 작성 중이다. '단하나의 약속' 데모 버전이 이런 느낌이었던 거로구나. 참 애절한 발라드 곡이다. 앨범에 실린 '단 하나의 약속'이 나오기 위해 존재했을 수많은 데모 버전 중의 하나이겠지. 이 앨범에 들어있는 Welcome To The Real World 나 I Want It All 같은 마왕의 유작을 듣고 있는데, 반가운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곡들을 마왕이 온전히 완성하지 못했고, 미완성된 상태에서 다른 이들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것이 말이다.


네 번째 CD의 타이틀 곡으로 '더 늦기 전에'가 실려 있다. 한국 사회의 기념비적인 공연이라 할 수 있는 '92 내일은 늦으리 앨범의 타이틀 곡을 들으며, 나는 수십 년의 시간을 워프해서, 중학교 2학년의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간다.  2015년의 시공간에 앉아 있지만, 나는 1992년을 느낀다. 그때의 시간들. 느낌들. 그리고 지금의 나. 그리고 마왕의 부재. 다시 '존재의 부재'라는 현실 앞으로 돌아온 나는 무기력하다. 그저 과거의 시간들. 그 순간들을 추억하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립다.


마왕의 한정판 유작앨범, Welcome To The Real World 개봉하며 찍은 사진을 붙여놓고, 포스팅을 마무리해야겠다. 우리의 보물창고 유튜브에서 찾은 '92 내일은 늦으리 공연의  피날레곡 '더늦기전에' 실황 영상은 보너스. 





4CD + 사진 5매 + 가사포함 포토북 + 1DVD(포토북 맨 뒷페이지에)


4CD + 사진 5매 + 가사포함 포토북 + 1DVD(포토북 맨 뒷페이지에)






포토북 맨 뒷페이지. Welcome To The Real World 뮤직비디오 DVD


마왕이 떠나가고 발매된 앨범들.







[[Various Artists_더 늦기 전에_1992 내일은 늦으리]]





 1992 '내일은 늦으리' Album [Produced by Shin Hae Chul]
- Composed & Lyrics by 신해철(Shin Hae Chul)
- 넥스트(N.EX.T), 봄여름가을겨울, 윤상, 유영석, 신성우, 015B, 김종서, 이승환, 신승훈, 서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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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기일이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비가 뿌려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내리쬐던 점심때 즈음, 1년 전 오늘을 떠올리며 마음이 꽁깃꽁깃해져 있는데, 벨이 울리고 어마무지하게 큰 박스 하나가 택배로 날아들었다. 처음에는 박스가 너무 커서 마왕의 한정판 LP 앨범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더랬다. 아마 마왕의 한정판 LP 앨범을 구매해서 오늘 택배로 받은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듯. 


이런 오픈케이스류의 포스팅은 몇 마디 말 아닌,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게 옳을듯싶다.



박스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일반적 사이즈의 CD 케이스를 올려놓았다


오잉?


흠...?!





오동나무 박스 케이스








4LP(투명,화이트,레드,블랙) + 사진 5매 + 가사포함 포토북 + 넘버링 카드(번호 랜덤) , 오동나무 박스 케이스


넘버링 카드, 번호는 2033
















우측은 지난해에 발매되었던, 한정판 베스트 앨범 Reboot Yourself




23살 즈음이었나, 집을 이사하면서 턴테이블은 완전히 나와 작별하였더랬다. 당시로써는 굳이 그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또 모든 앨범을 CD로 사기 시작한 지도 오래되었을 때였으니까. 그리고 15년여가 흐른 지금, 마왕의 LP 한정판 앨범을 구입하게 되면서, 다시 조금은 불편한 과정을 통해서 음악을 듣는 아날로그적 회귀를 해보려고 한다. 장비병 돈 잔치를 할 여력은 없고, 입문용으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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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마왕의 1주기 추모식에 다녀왔다.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은 10월 27일 새벽. 마왕의 기일이다. 창 밖에는 울적하게만 느껴지는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신해철이라는 이름을 가슴속에 담았던 사람이라면, 오늘 마왕의 기일에 내리는 창밖의 비를 보면서 나와 같은 공허함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을게다. 


벌써 1년. 


그러나 여전히 너무나도 원통하고, 원통하다. 정말 너무 소중한 존재를 빼앗겨 버린, 아픈 상실감을 지울 수 없다. 너무나도 슬프지만, 마냥 슬퍼하고만 있진 않겠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중요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기에...



마왕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러,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으로 출발하기 직전


아들 성현이에게도 보라색 리본을 달아주었다


내가 그랬듯, 성현이도 마왕의 음악과 말들을 들으며 자라길 바랬었다



'Here I stand for you'라 명명된 이번 1주기 추모식. 실내 추모관에 모셔졌던 마왕의 유골함을 야외 안치단으로 옮겨서 모시는 봉안식도 거행되었다. 추모식, 유골함, 야외 안치단, 봉안식. 이런 단어들을 내 손으로 써내려가다가도,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게 된다. '신해철'이라는 이름과 이 단어들이 같이 쓰이고 있다니. 신해철이라는 이름 석 자 앞에 故 라는 글자를 붙여야 한다니. 알 수 없는 차가운 낯설음의 감촉이 내 가슴을 할퀸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린 이 상황들에 조금씩 익숙해져만 가는 나 자신이 슬프다. 죽음에 대해 여러 고민 어린 메세지들을 던져왔지만, 왠지 죽음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았던 한 남자의 부재(不在)는, 나에겐 죽음-영원한 소멸의 무한한 지속-이라는 관념만큼이나  받아들여지기 힘든 그 무언가이다. 

















그에 대한 기억을 글로 써내려가기도 힘든 지난 1년여의 시간이었다. 정말로 글을 쓰지도 못하겠더라. 가슴 속에 켜켜이 쌓인 그리움과 슬픔의 실타래들이, 부정과 분노의 감정들과 뒤엉킨 채 정리되지 않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다. 이렇게 떠나가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았던 사람. 


그가 무슨 암 투병이라도 하다가, 그렇게 치열하게 병마와 싸우다가 영원한 안식의 길로 떠났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으리라. 신해철이라는 사람에게서, 스스로 마지막을 정리하거나 사고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앗아가 버린 그 상황들은 분명 인간의 실수와 실수의 연속이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들로 그는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가 아산병원으로 이송되는 앰뷸런스 안에서 잠시 눈을 떴었다고 들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을 세상의 풍경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어찌 그가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끝내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겠는가. 원통하고 또 원통할 뿐이다.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여행을 끝내리...미련없이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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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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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10시경 휴대전화로 문자가 날아들었다. 너무 늦게 잠든 터라 무척 피곤한 상태였는데, 그 문자를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여전히 그의 이름은 내 가슴 한켠을 애리게 한다. 





건드리기만 해도 버벅이는 아이폰4s로 페이지에 접속하려다가 포기하고, 컴퓨터를 켰다. 비몽사몽간에 페이지에 접속하고, 살펴보다가 구매했다. 무조건이라는 말. 그래 무조건이다. LP판 버젼으로 나오는 한정판이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턴테이블 하나 들여놓으면 되는거지.







앞으로도, 이런 앨범들은 가끔 나올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더는 신해철이나 N.EX.T의 이름으로 신곡은 나오지 않는다. 이미 그가 세상에 들려준 노래들을 여러 가지 형태로 묶어놓은 앨범이 나오겠지. 물론 그가 만들어 놓고 발표하지 않는 곡들이 깜짝 선물처럼 함께 들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일련의 앨범들이 신해철이라는 이름을 팔아먹는, 산업자본의 상술이라도 좋다. 기꺼이 그 상술 위에서 원 없이 춤을 춰주리라. 신해철이니까. 마왕의 이름이 아로새겨진 앨범이니까. 이 세상에 남겨진 그의 흔적과 숨결이니까. (그리고 조금이나마 남겨진 그의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말이다.)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동안 도무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수많은 기억과 생각들과 말들이 회오리쳐 맴도는데, 밖으로 쏟아낼 수가 없었다. 조금씩 써내려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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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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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혼자 나가던 고양이 밥주는 길.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와이프와 같이  아들 성현이를 아기띠로 가슴에 안고선, 세식구가 길냥이들을 만나러 나갔었다.  처음이었다. 그때 사촌동생의 문자를 받았다. 요며칠사이 늘 조마조마해왔던 일이었다. 핸드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내 마음속 불안의 그림자속에 부유하던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이 있었다.

 

신해철.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

 

수많은 죽음들을 보면서, 슬픔에 익숙해져버렸다고 생각했었다. 눈물이 많이 말라버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내 가슴 속으로 훅하고 파고 들어오는 그 감정들. 가드도 올리고 있지 않다가 정통으로 한방 맞아버렸다. 길위에서 아기띠로 아이를 가슴에 안은채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37살짜리 남자가 바보같이...   

 

여전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오늘밤. 술한잔 해야겠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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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2018년 7월 11일 02시 39분에 옮겨놓습니다. 

- 글작성 시간은 원본 글의 작성시간에 따릅니다.



신해철은 자기 스스로를 '개혁적 마초' 라 지칭했다. 화들짝 놀랠 사람도 있겠지만, 원래 우리나라에서 어떤 이념이나 사상적 스펙트럼이라는 게 원래의 기준과는 좀 달라지게 된다. 내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모더니스트에, 자본주의자가 존재하는 만큼 공산주의자도 존재하고, 공산당도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럴 때 만이 사회가 건강하다고 믿는 얼치기 중도 정도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내가, 좌파 취급을 받거나, 술김에 미친 척 좌파행세를 할 수도 있는 건 우리 사회에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그러나, 자신의 것을 놓지 않고, 자신의 소유에 집착하는 좌파가 어디 가당키나 하겠나? '국가보안법 폐지 찬성 = 좌파' 류의 등식이 공식적으로는 아니나, 암묵적으로 통할 수 있는 사회이고, 또 주류기득권의 이데올로기와 대립 선상에 있는 생각들을 가진 사람을 좌파라 칭할 때는 얼추 들어맞는 말일 수도 있으나, 내가 생각하는 '좌파'의 상과는 좀 다르다는 얘기. 흠... 얘기가 좀 따른 데로 새버렸는데... 

 

신해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신해철이 말하는 부분들은 사실 굉장히 '상식적'인 부분들인데, 우리나라 사회에서 받아들여 지기에는 '뼛속까지 페미니스트'라고 손가락질 받기 딱 맞다. 굳이 따지고 보면 굉장히 상식선에서의 얘기들인데 말이다. 스스로 나 자신을 평가해보건데, 여성 문제에 대한 나의 성향도를 까발려보자면 나 또한 얼추 '개혁적 마초' 정도의 위치에 설 것 같다. 상식선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며, 서로 웃고 사랑하며 즐겁게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 어떠한 이유로도 그 사람이 처한 위치나 타고난 불변의 무언가로 인해 착취를 당하지 않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일 게다.

 

신해철... 아니 N.EX.T의 5집이라 불러야 하나? 하여간 그 앨범은 CD2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장의 컨셉은 굉장히 사회문제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 두드러져 보인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앨범. '사탄의 신부'라는 노래, 정확한 전문용어는 알 수 없으나 아주 하드하거나 매니아틱한 음악이 귀에 익지 않는 나 같은, Normal 귀가 들었을 때, 좋다고 느껴졌던 노래. 물론, 음악 자체보다도 '가사' 같은 것에 의미를 두는 내 성향상, 좋게 들린 것일 수도 있다.

 

아래 파란박스 안의 글은, 각 곡마다 신해철이 자신의 노래들에 만드는 음악적 과정과 그 곡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써놓았는데, 그중 '사탄의 신부'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써놓은 부분이다.


나는 사탄인 뱀이 에덴에서 이브를 유혹한 것은 이브가 도덕적으로 취약해서가 아니라 띨띨한 남성인 "아담과 얘기해 봐야 눈앞이 캄캄해서" 였다고 믿는다. 이브의 덕으로 우리 인류는 책임없는 안전, 진보없는 행복의 노예상태에서 벗어나 자유의지를 가지고 세상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제 유혹자는 다시 한번 노래를 부른다. '현모양처 같은 X까는 소리 하지말고 너자신의 삶을 살아라.' 해서, 이 여왕은 '눈물의 여왕'이며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해 고난과 시련이란 이름의 마차에 올라야 한다. '다크 신데렐라'라고나 할까.

 

나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손에 넣지 않고서는 남녀평등이란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니까 전업주부란 위대한 직업임을 알면서도, 그 자체의 경제력과 생산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중생이 만면에 웃음을 띄며 장래희망에 현모양처라고 적을때, 확 다 불 싸질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곤 한다. 오늘도 미스 김에게 커피를 부탁하는 조 대리의 얼굴에 커피잔을 던저버리고 싶어하는 많은 미스 김들에게 이노래를 드린다.






[사탄의 신부 / < N.EX.T 5 - The Return Of N.EX.T Part III > ]






어둠보다 더 검은 눈을 가진 소녀여

이제 작은 손을 내밀어 너의 운명을 잡아라

단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전부 너의 것이 되리라 이 모든 세상이

 

너의 흘린 눈물은 보석이 되고

남 몰래 숨긴 한숨은 노래가 되며

지나간 아픈 시간은 꿈이 되리라

아침해가 떠오르기 전에

 

*

wake up, my queen 한 겨울의 여왕이여

now arise, my queen 자신의 주인이여

고난과 시련이란 이름의 마차를 타고

폭풍 이는 벌판 위에 영원히 피어나라

 

wake up, my queen 첫 눈물의 여왕이여

now arise, my queen 운명의 주인이여

너 홀로 의지의 배를 타고 내게로 오라

이 영겁의 고독에서 몸부림치는

날 구해다오

 

dear my queen, out from the screen

dream on forever

dear my queen, twisted heroine

shine on forever, and ever and ever

 

 

너 자신조차도 미처 알지 못하던

네 깊은 곳에 숨겨진 너를 찾아내야 해

 

너의 바램은 나의 소원이 되고

누구도 너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리

소녀여 이제 일어나 나에게 오라

아침해가 떠오르기 전에

 

wake up, my queen 한 겨울의 여왕이여

now arise, my queen 자신의 주인이여

고난과 시련이란 이름의 마차를 타고

폭풍 이는 벌판 위에 영원히 피어나라

 

wake up, my queen 첫 눈물의 여왕이여

now arise, my queen 운명의 주인이여

너 홀로 의지의 배를 타고 내게로 오라

이 영겁의 고독에서 몸부림치는

날 구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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