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 길냥이님들 챙기는 캣맘들이 많이 늘어났다. 음...난 남자니까 캣파둬(?)인가...어쨌던 내가 밥을 주던 영역에도 또다른 분이 가져다 놓으신 사료가 있는 것을 보면 흐뭇~ ^^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각설하고...어제의 일.


어제도 밥을 주다가, 몇몇 장소가 밥주기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확인하고, 우선 부모님댁에 들려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깥에서 나이지긋한 어르신이 목청높여 뭐라뭐라~ 소리치고, 거기에 뭐라고 말하는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차문제로 다툼이 생긴건가?' 생각했다. 얼마 후 다시 밥주러 다시 부모님댁에서 출발. 내려가보니 나이지긋하신 아저씨가 어떤 젊은 여자분의 다툼은 계속 진행중...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무슨 상황인지 살짝 보고 있는데. 아저씨의 입에서 '고양이 밥주지 말라고~~ 블라블라'


'고양이???' 이 단어가 귀에 촥 감기고.


그렇다면... 저 여자분은 캣맘 동지!!!


성깔 좀 있으신 나이드신 남자분과 젊은 여자분 사이에 다툼이 생겼을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상황이었다. 위압감(물리적 폭력을 행사할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을 조성한채, '야야', '니가 어쩌구저쩌구' + 삿대질(?)신공까지 발휘 하며 빗나간 마초적 남성성을 과시하는 그런 분위기.


일부러 동네사람들 다 들으라는 듯이 목청껏 길냥이들 밥주는 것에 대해, 소리지르고. 자신이 받았다는 피해를 확성기에 대고 말하듯 동네에 전파 하는 상황이다. 확실한건 여자분이  뭔가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 또 이미 이 다툼을 쉽게 해소할 타이밍은 넘어간 듯 보였다.  



곤경에 처한 동지를 구해야겠다.  그리고 일부러 동네방네 시끄럽게 고양이~ 고양이~ 하면서,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줄 다른 사람들을 모으고 싶어하는 듯 까지 보이는 아저씨 방송의 볼륨을 낮추고 싶었다. 안그래도 이 싸움이 일어난 골목라인이 이상하게 고양이에 대해 능동적인 적대감을 보이는 분이 몇몇 계시는 곳이라. ㅡ_ㅡ^


그쪽으로 가서 여자분을 아저씨와의 공간에서 벗어나도록 떼어놓고, 아저씨께는 어르신도 그만하시고 들어가시라는 류로 적당히 달래서 들여보냈다. 이때 중요한 건,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공손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 싸워봤자 길냥이들에게 좋을게 없으니 말이다. 또 그리고 내입장을 설명하고 그들에게 납득시키려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 내가 그들의 입장에 설득되지 않듯, 그들도 내입장에 설득되지 않는다. 그져 평행선 일뿐...그냥 싸움이 커지지 않게 조기 진화 하는게 가장 합리적 선택이다. 뭐, 그런 아저씨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양이들에게 나쁜 짓을 하겠냐마는... 혹시라도 사람과 사람의 다툼에 감정이 격해져서, 즉 그 아저씨 입장에서는 고양이 밥주는 사람들이 싫어서, 결국 사람에게 화풀이 하려고 고양이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적당히 싸움을 마무리 짓고, 놀라셨을 그 여자분께 몇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며, 이야기를 해보니... 그 분은 이 동네에 사시는 분도 아니셨다. 얼마전까지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셨는데, 그때 챙기게 된 아이들이 걱정되어, 버스를 타고 와서 밥을 주는거라고... 또 고양이에게 주는 것도, 사료로 만든 경단. 그 정성스러운 노력과 마음에 감동~ ^^ 수분섭취가 부족한 아이들이 늘 맘에 걸렸는데, 그분이 만든 경단은 아이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덜하게 했으리라.

여전히 고양이 밥주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적대적 상황에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일제의 수탈과 전쟁의 폐허위에서 시작해,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우는 압축적 초고속 성장을 이룩해낸 대단한 나라. 분명 물질적으로는 비교 할수 없을 만큼 풍족해졌다. 그러나 '삼십년에 삼백년을 산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 라는 책 제목 처럼. 그 눈부신 성장 속에서, 놓쳐버린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여유를 상실한 조급함들의 변형된 모습들이 사회 곳곳에서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절망속에 희망의 꽃이 싹트듯... 부쩍 늘어난 캣맘 동지들을 보면서 희망을 품게 된다, 어제와 또다른 내일이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고양이가 도시에서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고 느릿느릿 접대냥이가 될 정도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다른 나라의 사진 속 풍경을, 언젠간 이땅에서도 보게 되기를 바라며...그 모습을 나의 카메라로 담게 되는 그 날을 바라고 또 바란다.




ps/ 어제 그 여자 분 덕(?)에, 주의해야 할 대상의 얼굴을 익혔다. 늘 조심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컨셉으로 밥을 주긴하지만, 그 골목라인에 고양이 싫어하는 아주머니 몇분의 얼굴만 알았지. 그 아저씨는 나에게 뉴페이스였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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