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2018년 7월 11일 11시 37분에 옮겨놓습니다. 

- 글작성 시간은 원본 글의 작성시간에 따릅니다.




2006년 8월 11일. 똘레가 다시 태어났다. 똘레를 잃어버렸다가, 극적으로 다시 찾았다. 지금은 늘 그래왔듯이, 언제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와 있는 똘레. 밤새 바깥에서 두려워하며, 겁에 질려있었던 탓인지. 처음에는 '냐옹~' 소리도 크게 못내다가, 목욕시켜준후에,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제는  피로가 몰려오는지 침대위에 식빵굽는 자세로 앉아서 졸고다가 어느새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가 곤히 잠을 자고 있는 똘레를 보며,  똘레를 다시 찾고난 다음의 안도감과 똘레를 헤매일 때의 절망감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기록성 포스팅.


똘레야~앞으로 잘할께...ㅠㅠ




[ '똘레' 실종사건, 사건개요 ]


  • 06년 8월 11일 00시 00분~01시 30분 : 똘레가 어쩌다가 현관문 밖으로 나가게 됨(추정)
  • 06년 8월 11일 01시 30분~08시 00분 : 똘레를 잃어버렸다는 자각도 하지 못함 ㅠㅠ
  • 06년 8월 11일 08시 05분~09시 00분 : 똘레가 부재를 자각하고, 집안과 집밖을 수색.
  • 06년 8월 11일 09시 00분 경           : 잔뜩 겁먹고 웅크리고 있는 똘레를 발견.
  • 06년 8월 11일 09시 00분 ~09시 05분 : 똘레를 무사히 구출해서, 컴백홈 






똘레는 다시 집에 돌아오고나서도, 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놀란듯한 두군과 지저분해진 털들, 그리고 새까매진 하얀양말^^이 똘레가 밤새 겪었을 두려움을 말해주는듯 했다. 내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 시각이 대략 새벽 2시 30분쯤인데, 그때 똘레는 바깥의 낯선환경에서 두려워하고 있었으리라. 내가 잠에 빠져있을때, 또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며 길냥이들 밥을 주고 있을때에도, 똘레는 내가 자신을 찾아내주기를 바라고 있었으리라. 

 

정말 천만다행인건, 똘레가 놀라서 바깥으로  나가서 길을 잃지 않았다는것. 만약 우리집 원룸건물 앞에서 사람이 똘레를 쫓아버려서 멀리 도망가버렸다면, 정말 찾는 일은 쉽지 않았을것이다. 

 

또 집을 나간후 약 8시간 여만에 찾은것이니, 심각하게 긴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찾았다는것도 정말 다행이다.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여러가지 안좋은 경우의 수는 늘어나게 마련이므로.

 

똘레가 너무 배가 고파서, 다른곳으로 먹을것을 찾아 헤매이려 하거나, 혹은  205호 사람이 저녁에 들어와서, 창밖 창문베란다에 있는 똘레를 발견하고 쫓거나 놀라는 반응을 보였더라면, 똘레는 또 창문베란다쪽에서 복도창쪽을 뛰어서 어디론가 도망가버렸을테니. 또, 복도쪽 창문에서 폭 20cm정도의 평평한 창틀을 지지대로 삼아 점프해서 그 창문베란다 쪽으로 뛰는건 가능했을지라도 (사실 이것도 그리 쉬워보이진 않았다. 처음엔 어떻게 저기로 간거지? 하고 의아했었다. 역시 고양이라서 가능한 일인듯) , 창문베란다쪽 에서는 그 철제난간(60cm정도 높이)에 매달려서, 건물에서 흔히 볼수 있는 계단의 긴 은색 철제 손잡이 같은 둥근 봉위 올라가서 다시 반대편으로 뛰려해도, 말그대로 봉이므로 폭도 좁고, 평평하지 않으므로 디딤발을 제대로 짚을수 없을것이기에, 제대로 뛸수도 없고, 아래로 떨어질 위험이 컸을것이다.

 

만약 어머니께서 그곳의 똘레를 발견치 못하셨다면, 나는 집안에도 없고, 밖에서도 찾을수 없는 똘레를 찾아헤매이다가, 절망적인 생각에 휩싸였을것이다. 사람이란 대개 그럴것이다. 처음 몇시간은 당연히 찾을수 있을꺼라는 생각을 가지고 찾아헤매일것이지만, LOST 의 시간이 점점더 길게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그 희망은 조금씩 침식되고, 그 틈을 절망이 메우게 될테니까. 

 

처음에는 당연히 찾을수 있을꺼라는 생각에서 찾아헤매이다가, 계속해서 나타나지 않고, 찾을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끼게 될것이다.  정말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생각에, 조금씩 지쳐가며 내 앞에서 서서히 진실로 굳어져 가고 있는 "똘레를 잃어 버렸다"라는 절망의 현실앞에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그것이 서서히 깨트리기 힘든 거대한 벽으로 느껴졌을것이다.

 

오늘 일을 겪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부녀자2명을 납치 살해한 사건을 떠올리면서, 그런 험한일을 당하며,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피해자들. 그들은, 누군가의 아내였을것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였을것이고, 누군가의 여동생,누나였을것이고, 누군가의 딸자식이었을것인데. 그들이 18일동안 실종되어 살아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가족들은 얼마나 그동안 빌고 빌고 또 빌었을까...그런 가족들의 바램 앞에, '유흥비마련'을 위해 그 모든 관계를 짖밟아버린 쓰레기같은 인간들의 범죄가 밝혀지고, 가족들이 애타게 찾던 그녀들은, 그들의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음이 드러나게 되었을때...가족들이 느꼈을 분노는, 안타까움은. 울분은. 어떻게 말로 설명할수 있을까.

 

우리는 늘 잊고 살아간다, 늘 소중한 존재들이 곁을 지켜주고 있는데, 늘 함께 있을때는 그 존재들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다가, 그 소중한 존재의 '부재'상황을 맞이하고서야 그것을 깨닫게 되는것 같다. 늘 내곁에 있는 모든 소중한 존재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똘레를 찾아헤매인 1시간여의 시간들은 다시한번 그것에의 자각을 다시금 하게 해준것 같다.

 

사랑하는 부모님. 사랑하는 현숙이. 똘레. 그리고 내 주위에서,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벗들. 그 모두들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지.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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