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쓰고 싶었다. 써야지, 써봐야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글쓰기] 버튼을 누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서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또 1년이 되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내 삶을 스쳐 지나가는 시간의 속도를 체감한다는 것은 나도 이제 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일까.

아무 말이나 내뱉어보고 싶었다. 가끔 술한잔하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생각의 질곡들을 마주한다. 예전에는 정말 아무 말이나 쉽게 써 내려갔던 것 같은데, 뭐랄까 알 수 없는 끈적이는 막이 내 생각을 둘러싸고 있는듯한 느낌이랄까...?  내 머릿속의 여러 가지 생각과 상념들은, 끈적이는 내 자아 안에 갇힌 채, 도무지 내 밖으로 나와서 실체화되지 못했다. 너무 거창했나. 뭐 어쩌면 그도 저도 아닌 그냥 무기력감이 나에게 안겨준 귀차니즘이었을수도 있다.

기록하지 않고 그냥 흘려버리니 아무것도 남지 않고 텅 비어 버린 느낌이다.  역시나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못하는 것 같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고 싶어서 지난 세월(?) 몇 차례 블로그 포스팅을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냥 혼자만의 공간에서의 주억거림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발행될 글을 다듬어 만들어내고 있는 나 자신과 자주 마주쳤다. 내가 원했던 것은,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컴퓨터를 켜고, 내 마음속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그냥 쏟아내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질 글을 쓰고 다듬고 수정하고, 더 나아가 자기 검열을 하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다가 다시 시들. 나는 다수 대중에게 읽혀질 글을 포스팅하고자 했던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이 볼 수도 있는 이 공간에, 그냥 내 삶의 흔적들을 그냥 끄적거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래서 2021년.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21년 8월 20일 밤... 이렇게 글을 끄적여본다. 특정한 주제도 없고, 정리된 것도 아닌 글의 뭉치들을 이렇듯 그냥 써 내려 가본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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