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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21 연희동 고양이 살해 사건을 보면서... 10
연희동 인근 궁동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어제밤...트위터를 둘러보다가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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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nimals.or.kr/main/board/board.asp?num=6402&bname=zetyx_board_junior&ct=yes&cpage=1&search=&keyword=&cate1=a&menu1=


(참혹한 사진이 포함되어있습니다. 클릭을 권하진 않습니다. 보실수 있는 분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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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연희동... 내가 거주하는 곳이  연남동. 그리고 우리집에서 몇발자욱만 옮기면. 행정구역상으로 연희동으로 넘어가게 된다. 말이 길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이야기. 순간 가슴 속에, 뭔가가 꿈틀거린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대라고 할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잔인하다. 희생된 아이가, 길냥이인지 집에서 키우던 아이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어제밤. 잠들기 직전 몽롱한 상태에서, 한대 얻어 맞은듯한 충격을 느끼며...


다시한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바깥아이들과 친해지지 말아야지. 그 길위의 아이들에게, 신뢰받지 말아야지...


나도 고양이가 좋아서...길위의 아이들을 챙기기 시작한지 햇수로 12년차.  처음에는 애들 하나하나 이름짓고. 교감하고... 스킨쉽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데리고 들어오고 ^-^;;;  그렇지만, 동물구조협회 같은 곳에, 사람으로부터 큰 상처를 입고 구조되는 아이들의 성격이 모두 '친화적'이라고 분류되어있는 것을 보게되었고.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위협적인 인간개체들이 등장하는 일을 몇차례 겪으면서. 그들과의 투쟁과 갈등을 겪어내며... 조금씩 아이들과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그져 사료만 남아 있다. 말 그대로 '바람과 함께' 사료만 놓고 '사라지다'류의  007작전. 1년 365일 비가오나 눈이오나... 단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이들을 만나러 나가지만. 난 그 아이들에게 바람이어야 한다.  아니면, 깜빡 잠든 사이, 어느새 선물을 놓고 사라지는 산타클로스 형아 이거나....

아이들에게 받는 신뢰는 나에게도 너무나 달콤하다. 그러나, 길냥이들이 인간에게 신뢰를 나누어줄때. 그들이 치루게 될 수도 있는 예비된 위험은 그 달콤함으로 덮어버리기엔, 너무나 치명적이다. 



십 수년 전에 밥주기 시작할 때, 처음에는 나를 보며 낯설어하다가, 밥을 주고, 이름을 부르고 교감하면서 나를 반기는 냥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쁘고. 좋아서. 어쩌면 그 만족에 이렇게 밥 챙겨주는 일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로지 냥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볼때, 인간이란 개체를 낯설고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는게. 길위의 삶을 살아가는데에는 도움이 되리라. 열명의 사람들중엔 아홉명의 좋은 사람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악마가 존재 할 수도 있으니까. 연희동에서 아이를 살해한 그 악마같은 놈 처럼...


물론, 친화적인 성격은 정말 타고나는 성향일 경우가 많다. 집에서 출산한 고양이 형제자매들을 보아도, 어떤 녀석은 유독 사람과 안 친한데, 어떤 녀석은 너무나 친화적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니까 말이다. 밥주러 나갔을때...아이들이 모두 나를 반기지만. 나와의 일정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몇몇 아이들은 아예 다리에 몸을 부비고. 내가 두손으로 안아 들어도. 저항을 안할 정도로. 밀착형 길냥이들이 있다. 그건 타고난 성격 같다. 도무지 바꿀 수없는. 흠... 그 좋은 성격을 바꿔야 아이들이 생존에 유리해질꺼라는 생각하게 만드는 이 현실도, 참 서글프다.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타고난 성격을, 경험으로 고쳐주려고. 너무 나와 심하게 거리를 좁힐때면. 엉덩이를 살짝 때려주곤 했지만... 마음에 '미움'이 실리지 않은 엉덩이 때리기는 그아이들에게는 '궁디팡팡' 수준이라...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래서 결국, 1-2초내에 밥만 투여하고 빠지는 방법을 쓴다. 그냥 나랑 교감할 시간을 그아이에게 주지 않는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았다. 너무 심하게 다가오면 발구르거나, 궁디팡팡 혹은 밥만주고 사라지기. 참 모든게 서글프다. 맘편히 예뻐하고 신뢰받는 것보다, 이런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나도. 이 차갑고 딱딱한 도시도. 그 위에서 하루하루 생존의 위기속에 생존하는 아이들도...흠...

다른 어느 나라의 풍경에서 보게되는 평화로운 일상은 불가능한 걸까. 사람들도 냥이들도 서로 의식하지 않고 편안히 공존하는 그런 모습은 너무나 머나먼 미래인 걸까...

정의로운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첫번째 행동은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머릿속에 맴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의 증가. 저변의 확대. 인식의 전환. 반려동물 관련 법 조항들 재정비 혹은 신규입법. 문화적 차원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공유 및 확산.. 너무나도 쉽지 않고 더디게 가야 하는 길인 듯 하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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