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예전에 어린시절 자주 들었던, '나이 먹으면 시간이 총알처럼 지나간다.'는 류의 어른들의 말씀들. 요즘 절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시간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동안은 못느끼는데 막상 지나고보면 부지불식간이다. 휴... 나도 그 어른들의 나이가 되어버린게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가장 안좋은 점들중의 하나는, '감정의 굳은살' 이다. 아니 '감각의 굳은 살'이라 해야 맞을까?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던 - 냐옹이들의 분홍발그스레한 발바닥 마냥 말랑말랑 보들보들한 - 발 뒷꿈치 대신, 늘어난 몸무게와 삶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단단하고 때론 찍찍 갈라지기까지한 내 발 뒷꿈치의 굳은살을 마주하게 되면, 꼬꼬마때 대중목욕탕에서 보았던 나이많은 아저씨들의 발뒷꿈치에서 느꼈던 나이를, 이제 나에게서도 느끼게 된다. 뭐... 발뒷꿈치의 굳은 살이야, 보습해주고 갉아내주면(?) 잠시나마 다시 보들보들한 옛날로 돌아갈수도 있겠지만... 나이 먹으면서 생겨난 감정과 감각의 굳은살은, 이거 뭐 어찌할 도리가 없다.
 
  무언가에 설레인다는 것은, 그 무언가에 대한 나의 감각에 아직 굳은 살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더이상 첫눈을 보고 설레인다거나 하기보다는 '아놔...집앞에 눈 쓸어야 겠군. ㅠㅠ' 이러는 걸 보면, 첫눈을 볼만큼 보았다는 이야기.-_-;;;  첫눈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눈이 황금색으로 바뀌어내린다거나 무지개마냥 '빨주노초파남보' 눈송이들이 내리는 이변이 생긴다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눈이란 존재는 나에게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더이상 첫 눈이라는 존재가, '예전만큼의' 자극이 되지 못하는 삶의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마치 담배속의 니코틴이 더이상 나에게 알싸한 현기증과 어지러움의 쾌감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언제부턴가,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즐거움이나 기쁨의 약발이 길게 가지 못함을 느낀다.. 그닥 즐겁거나 기쁜 일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마냥 즐겁고 마냥 기쁘기엔,  그 즐거움과 기쁨 조차도 너무나도 익숙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요즘 좀 그렇다. 이런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가... 잘모르겠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분명 삶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들에 대한 익숙해짐을 동반할 것이다. 그것을 누군가는 연륜이라고 부르기도 하겠지만, 왠지... 작은 것 하나에도 마냥 신기해하며 기뻐하던 시간들. 다시 돌아갈수 없는 그 시간들이 마냥 그리워진다.  그냥 문뜩 떠오른 아련한 그리움...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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