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태권브이 관련 행사들이 진행된지도 10여 일이 흘렀다. 성현이에게 선물해주겠다는 일념으로 빨빨거리며 본관과 U-PLEX를 종횡무진 누볐다. 이 행사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5종의 피규어 세트’와 ‘태권브이 엽서 세트’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진한 여운을 나에게 남겼다. 그리고 성현이에겐 ‘태권브이’라는 말과 그 의미를 남겼다.
태권브이 피규어와 태권브이 엽서 세트
태권브이 5종 피규어
태권브이 엽서 세트
유한한 삶속에서 추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렬한 여운으로 코끝을 맴도는지를 요즘 들어 절절히 느끼고 있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는 것은 10대나 20대 때와 다를 바가 없을진대,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가고 나이를 세는 숫자의 카운트에 가속도가 붙어가는 것만 같은 요즈음이다. 속된 말로 정말 무섭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두려움 마져 드는 요즘, 과거의 추억은 참 아련하기만하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추억의 통로로 나를 안내했던 키워드는 ‘태권브이’였다. 시간의 장막을 걷어 젖히고 잠시 돌아간 기억 속의 과거. 유치원생 꼬마인 내가 있고 30대 중반의 젊고 강한 아버지가 계신다. 엄마도 건강하시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다. 치매로 인해 투명인간처럼 無존재가 되어버리신 외할아버지는 독일 병정 같은 건장한 호랑이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마루의 소파에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담배를 피워무신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이곳 연남동은 이렇게 변해버리기 전, 정겨운 동네의 모습이다. 그때 동네의 어르신들. 돌이켜보니 다 내 나이 즈음이거나 나보다 어렸구나. 곧 40대를 바라볼 내 친구들은 다 코흘리개들. 지금은 경의선 숲길 공원으로 변해버린, 철길에서 아이들과 뛰노는 내가 보인다. 손을 뻗어 잡아보고 싶지만, 아스라이 사라져 갈 뿐이다.
아련하기만 한 추억의 시간들.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자체가 길지 않으니, 그 속에서 해맑았던 어린 시절이란 찰나와도 같다. 우리 인간이란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고, 저만치 사라져 가는 그 시간의 흔적들을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그 시간들이 눈물겹게 그립고 그립다. 천하무적! 로보트 태권브이는 이렇게 나에게 추억의 애잔함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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