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참을 인(忍) 글자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들 한다. 참아야지. 화내지 말아야지. 늘 생각하지만, 그러한 나의 결심은 길게 이어지지 못할 때가 많다.


뒤집지도 못하고 누워서, 배고프면 빼에에 울고 눈만 껌뻑이던 신생아 시절을 지나, 이제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자기 고집도 제법 생긴 22개월짜리 아들. 요 녀석과 조금 부대끼다 보면, 내 인격의 바닥을 본다. 아… 이 부족하디 부족한 아버지여. 그대의 아버지는 진정 어른스러운 아버지이셨건만 그대는 왜 그러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이를 키우고 아버지로서 역할 하면서, 내 아버지가 진정 성인군자셨다는 것을 느낀다. 


늘 반성하고 경계하자. 나의 편의를 위해서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면서, 그것이 여의치 않았을 때 가장 쉬운 선택을 해오지는 않았는지? 또 아이를 혼낼 때 그것이 긍정적인 훈육이 아닌 스스로 감정을 제대로 제어 해내지 못한 ‘못난 화풀이’ 수준의 것은 아니었는지. 


아이는 순백의 도화지를 가지고 태어난다. 훗날에는 아이 스스로 그 도화지 위에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나가겠지만, 지금 이렇게 어린 영유아 혹은 어린이 시기에는, 부모의 행동과 역할이 그 도화지에 자국을 남기게 마련이다. 내 아버지로서의 역할이란 그 도화지에 멋들어진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도화지에 나쁜 얼룩이 묻지 않도록 그래서 아이가 그 위에 마음껏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것일진대, 내가 내 인격의 미성숙함으로 내 아이의 도화지에 얼룩을 남길 수는 없지 않은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나의 분신. 내 아들 성현이. 사실 나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내가 이토록 아이를 좋아할 줄은 몰랐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 나도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아이가 태어나고 이제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참 많은 게 바뀌었지. 아이가 태어나고 커가면서, 나 또한 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아이가 10대 시절에도 또 그 이후에도 대화의 상대로 남을 수 있는 아버지 되기. 그게 아버지로서 나의 목표인데, 그러려면. 요즘 들어 자주자주 마주하게 되는 내 인격의 바닥을 좀 멀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성현이 ^^








Posted by Hu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