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2016년. 붉은 원숭이해라는데, 그 한자를 한글로 읽어보자면, 여러 가지 국내 정세와 맞물려 왠지 모르게 입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뭐 굳이 여기에 타이핑 하지는 않겠지만. 


새해. 2015년 12월 31일과 2016년 1월 1일이, 지구의 공전주기의 일정 사이클을 재시작하는 지구 공전의 위치변화를 제외하고 본다면(참고로 저는 불하무식한 문돌이ㅠㅠ) 그 어떤 의미의 차이가 있는가 하고 왠지 좀 삐뚤어진 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나에게도 이 새해라는 게 참 두근두근 뭉클뭉클했던 적이 있었더랬다.


아마도 꼬꼬마 시절을 막 벗어나 나 자신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조금 서툴기는 하지만 나만의 시선을 가지기 시작했던 국민학교 5-6학년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냥 살아지던 인생에서 깨어나, 나의 자아가 눈을 뜨게 되면서 나를 중심에 놓고 세상의 흐름을 사고 하기 시작했던 첫 시기였을 게다. 마치 첫 몽정을 경험한 꼬마 총각이 느끼게 되었던 두려움과 당혹감 또 일말의 설렘 마냥. 그렇게 뭔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던 그 시기. 나는 새해를 맞이하며 설렜고, 의미를 부여했었고,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직은 30대라 나를 위로하고 있다. 여전히 40대는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두 돌이 지나면서 하루하루 업그레이드 속도가 빨라지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뭉클한 자의식이 주는 감동이 나를 휘감기도 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참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같이 늙어가는(?) 나를 바라보며 산울림의 청춘이라는 노래를 중얼거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나는 이 새해가 전혀 설레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일 뿐이고, 나를 둘러싼 불안감들과 가라앉아버린 마음의 무게를, 희망의 언어로 밀어내버리기는 나 자신이 너무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 술 때문인가. 우울함의 진득한 무게감이 나를 지배하는 지금. 뭔 새해의 설렘을 찾겠는가.


새해에 대한 희망찬 포부는, 이 우울함을 극복해낸 이후로 미루어둬야겠다. 하긴 생각해보니 음력 설날도 있잖아… 빨리 여기서 탈출하자. 우선은 술을 좀 멀리해야겠다. 어찌 된 게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게 아니라, 더 가라앉고 우울우울 이러고 있는겐가.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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