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를 만난건 2000년 7월 경이었다. 당시 천리안에는 '무료 나눔 코너'류의 게시판이 있었는데,  주로 쓰는 않는 물건들을 올려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보고 연락해서 가져가는 식의 나눔이 행해지고 있었다.  잠실에 사는 어떤 학생이 고양이를 무료로 준다는 글을 올려 놓았었고,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와이프와 나는 겁도 없이 덜커덕 전화를 해서 고양이를 받아오기로 했다.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 잠실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지하철 역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초등학생 처럼 보이는 꼬마 여자아이가 품에 올블랙의 쪼그만한 새끼고양이를 안고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삶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온  옹이와의 첫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아 있는 생명을 물건처럼 주고받고 하는 것이 참 아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뭐...그때는 '생명'에 대한 그정도의 문제의식은 서로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 그 꼬마 아가씨는 짐작컨데 부모님의 반대로 고양이를 키우게 되지 못했기에, 어떻게든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PC통신에 글을 올렸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제 20대초중반의 숙녀가 되어 있을, 10년 전 그 꼬마 아가씨는  그날 자신이 넘겨주었던 올블랙의 새끼 검은고양이가 지금도 이렇게 잘 살아있다는 것을 짐작이나 할까.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굉장히 독특한 생명체. 도저히 평범할 수 없는 독특한 영혼들. 지배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냥이들과의 두터운 인연의 시작. 그 첫 출발점에 옹이가 있었다.

   처음이라 모르는게 너무 많았던 우리였다. 지금이야 인터넷에서 마우스 클릭 몇번 하면, 수많은 정보와 각종 고양이 관련 용품들에 쉽사리 접근할 수 있지만, 그 당시는 지금만큼 그 저변이 확대되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당시에도 냥이를 좋아하고 키우시고 계셨던 분들도 많았겠지만, '애묘인'이라는 포지션이 지금처럼 '대중적'인 지위를 획득한 것은 02~03년정도를 거치면서 인 듯 하다.(그냥 나의 느낌-_-;;;)  잡설이 길었는데,  그당시 초보 집사였던 우리가 워낙 모르는게 많았기에, 사실 지금의 옹이에게 참 미안한 점이 많다. 아기 고양이 일 때, 우리 나름대로는 잘 챙겨준다고 챙겨준 것이지만,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에 시행착오들도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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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1월 10일. 짐작컨데 옹이가 생후 6~7개월 정도 되었을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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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1일. 벌써 9년전이다. 당시 막 새끼고양이 티를 벗어나기 시작했던 옹이


   '옹이'를 통해 고양이란 존재를 만나고. 고양이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70년대 ~ 80년대 대학생들이 리영희 교수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을 접하고, 세상이 뒤짚히는 경험을 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새로이 눈을 떴던 것처럼 (이는 관악 79학번인, 작은 삼촌의 생생한 증언. '세상이 뒤짚히는 걸 느꼈다.' ) , 나는 옹이를 만나고 '생명'에 대한 인식에 대 전환을 맞이 했다. 옹이를 키우고, 다른 고양이들을 만나고, 길위의 자유로운 영혼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 맺어오면서, '생명'에 대한 인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차후에 따로 포스팅을 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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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일. 늠름한 옹이장군의 모습.


  옹이는 풍채좋고, 검은 빛깔 털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미묘였다. 예전에 옆집 아주머니께서 옹이를 보시고는, '아이고 고놈 발도 이쁘게 생겼네...' 하실정도로, '족상'까지 예쁜 냥이였다. 이 당시 옹이는 7~8kg정도의 거묘느낌이 조금은 풍기는 우람한 고양이였는데.  옹이를 유독 따르는 아이가 있었으니 2006년 우리와 만난 '체라'라는 냥이이다. 체라는 우리가 밥을 주는 길냥이가 낳은 새끼중 하나였는데, 그 무리의 경쟁에서 밀려 먹는걸 제대로 못먹고 죽어가던 아이였다. 처음에 데리고 왔을때는 일어설 힘도 없어서, 바닥에 주저 앉아 온몸에 오줌과 똥을 묻히며 배변을 할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는데. 큰 병이 있었던게 아니라, 단순히 영양실조로 인한 탈진이 심각한 상태였기에... 안정적으로 영양이 공급되자 오래지않아 회복되었다. 이런 완전 아기고양이였던 체라를 유독 예뻐해주고 핥아주던게 바로 옹이였다. 당시 앙팡이라는 고양이는 체라를 때리기도 하고 물기도 했는데, 체라가 괴롭힘을 당하다고 비명(?)을 지르며 옹이 뒤로 숨으면, 옹이는 그런 체라를 핥아주고 예뻐해줬던 것이다. 그때의 기억이었는지... 체라는 일편단심 으로 옹이를 따르고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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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 품에 안겨있는 체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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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와 체라의 행복한 시간들.




   그런데, 옹이는 신장결석 진단을 받은지 꽤 오래되었다. 이럴때 결석에 관련되 처방식 사료를 먹여야 하는데, 여러 고양이들과 군집생활을 하느라 처방식 사료를 제대로 먹이지 못했었다. 제대로 케어를 못해주었기 때문에 신장상태는 조금씩 안좋아졌을게다. 많이 안좋아지면, 병원가서 수액치료를 받고 오면 한동안 괜찮다가, 다시 병원에 가고 하는 패턴이 몇 차례 반복되었는데, 올해 1월 초 병원에 두차례 다녀온 이후 상태가 많이 안좋아졌다.  탈수도 심해졌다. 여러모로 아픈 기색이 심해졌다. 08년에 신부전으로 준이를 보낸적이 있었기에, 안좋은 기억이 엄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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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초. 무척이나 수척해진 옹이의 모습(가장 안좋아졌을때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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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옹이곁을 떠나지 않는 체라. 눈빛마져 애뜻하다.

  
   08년 11월 준이를 보내면서 생겼던 트라우마 때문일까. 예전의 죽음에 대한 기억들은 두려움과 절망으로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존재의 부재(不在)라는 일상적 경험으로 구체화된다. 그 죽음의 기억들이 낳은 '존재의 부재(不在)'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은, 끝까지 싸워볼 의지마져 약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옹이가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처방식 파우치를 잘 먹기 시작했고, 조금씩 힘을 내는 것 같다. 생존을 향한 필사의 전투가 옹이의 몸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케어를 해준다면 어느정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꿈을 조금씩 마음에 품어가고 있다.  옹이가 잘 이겨내 주기를, 희망하며... 다시 옹이의 건강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 공간에 담아낼 그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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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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