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부모님 댁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성현이를 안고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성현이가 마루에 있는 동안 성현이 몰래(?) 부모님 댁 안방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장난감 개봉기에서 가장 화룡점정이 되어야 하는 샷이 아이가 장난감을 보고 기뻐하는 사진 혹은 동영상일 텐데, 역시 그 순간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야 했다.







상자에 대략적인 설명들이 나와 있다. 상자를 통해서 들여다본 카봇의 모습. 또봇과 달리 선이 가늘고 날렵한 모습이다. 그리고 실제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순찰차의 모습과 유사한 차량의 모습이다. 좀 더 사실적 모형화로 만들어진 제품 같다. 박스샷은 이 정도 찍고 어서 개봉해보자. 역시나 이 순간이 제일 짜릿한 순간이다.







문득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프라모델 장난감은 통칭 ‘조립식’이라고 불렸다. 왜냐? 정말로 조립해야 했거든. 문방구에는 조립식들이 넘쳐났고, 요즘과 같은 완제품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말그대로 만드는 과정 자체가 ‘놀이’가 되어야 했는데, 그것이 즐거운 유희가 되려면 어느 정도 조립식을 조립하는 데에 숙련된 기술이 있어야 했다. 그 이전에 그것은 ‘노동’이기도 했고, ‘고행’이기도 했다. 로봇 발하나 만드는 데에, 제품 전체에 써야 할 접착제를 모조리 덕지덕지 발라놓았던 어린 시절 내 친구에게는 분명 그것은 고행이었으리라. 그런 조립식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요즘 아이들의 장난감에는 왜 조립식이 없고, 완제품이 없지? 무슨 재미로 장난감을…? 하다가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실제 아이들이 굳이 그 실패와 고난의 과정을 겪을 필요 없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멋진 장난감 로봇을 가지고 노는게, 놀이의 본질에 더 가까운 일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깨달음. 30년 전에는 그 시대의 한계로, 우리가 셀프조립을 하며 무수히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봐야 했던 것뿐이다. 에고… 뭔 사설이 이리도 길었나. 아들 장난감 개봉기에. 


일단 지난번에 또봇 태권 K와 또봇 R 그리고 오늘 카봇을 개봉하면서 느끼는 건데, 로봇을 제품 상자 안에 제대로 고정하기 위해 묶어놓은 저 끈을 푸는 작업이 가장 큰 난관 같다. 그래도 이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 어린 시절처럼 미완의 슬픔을 느낄 일은 없으니. 다만 조금 귀찮을 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성현이의 반응 !!! 요 녀석이 몰래 내가 안방에서, 카봇을 로봇에서 자동차로 변신시키려고 낑낑대고 있는 현장을 급습하는 바람에 완벽한 깜짝쇼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반응은 좋다. 경찰차, 경찰차 하면서 연신 방패에 있는 버튼을 눌러 사이렌을 울린다. 아이가 기분 좋아하는 모습은 역시나 모든 부모의 로망이고 행복일 것이다. 지금 이렇게 장난감 하나에도 너무 행복해 할 수 있는 성현이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 삶. 성취. 행복.










그리고 전반적인 총평.


카봇과 또봇은 분명 다른 느낌이다. 카봇은 선이 가늘고, 또봇은 선이 두텁다. 카봇은 또봇에 비해 사실적이다. 카봇은 실제 자동차를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이다. 그리고 변신 로봇 장난감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변신 과정인데 변신할 때 느낌이 안정적이고 탄탄한 것은 또봇이다. 카봇은 처음 변신할 때에는 이러다가 잘못해서 망가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자동차로 변신한 후에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변신상태가 잘 틀어진다. 이것은 또봇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변신의 난이도는 논외로 한다. 또봇 R과 또봇 태권 K가 또봇 라인업중에서 비교적 덩치가 크면서, 변신 난이도가 '하'에 속하는 또봇이라 변신의 난이도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역시나 세상에 완벽한 그 무엇은 없다.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것은 카봇의 사실적이고 샤프한 외형에, 또봇의 안정적이고 단단한 느낌의 몸체와 변신과정을 가진 로봇 장난감이 아닐까 싶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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