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흐린듯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던 어제 오후, 성현이와의 한강 나들이. 성현이가 자주 한강에 놀러 가자고 한다. 놀이터에는 미끄럼틀도 있고, 잔디밭과 산들바람 그리고 강이 있는 한강 공원이 무척이나 좋은가 보다. 왠걸. 도착하자마자 놀이터 쪽에서 엄청 뛰어다닌다. 처음 한강에 놀러 왔을 때는 쭈뼛쭈뼛 대며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던 복합미끄럼틀(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미끄럼틀도 달린 놀이 공간? 구조물? )위도 이제는 날아다닌다. 몇 번 와보니 익숙해졌다는 거겠지. 미끄럼틀이 세 종류가 있는데, 가장 긴 S자형 곡선 미끄럼틀을 좋아한다. 그러나 아직 혼자 타긴 무서운가보다. ‘아빠랑 같이 탈 거라고’ 연신 나에게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내 다리 사이에 앉히고 같이 짧은 활강을 하며 땅으로 내려온다. 바닥으로 내려오자마자 성현이는 부리나케 뛰어서 다시 구조물로 올라간다. 기어 다니고, 겨우 걸음마를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정말 쏜살같이 뛰어다닌다. 28개월 차, 성현이.







아빠랑 같이 미끄럼틀 타자. 내려가기 직전 !!!






1989년이었던가 1990년이었던가, 국민학교 5-6학년 시절. 아버지와 한강 고수부지에 가서 연을 날렸었다. 한강에 가면 지금의 편의점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곳에서 비닐로 된 연과 얼레를 팔았더랬다. 한 두세 번 해봤을까? 그런데 무척 재밌었나 보다. 상당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그 시간 속에 나와 아빠, 엄마.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은 기억들인데, 벌써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렸네, 아… 세월이여.


성현이를 데리고 한강공원 편의점에 들렀다. 연과 얼레가 있다. 30년이 지났지만, 특별히 바뀐 건 없다. 옛 기억에 어린 시절 학교에서 만들었던 방패연이나 가오리연은 그렇게도 잘 안 날았었는데, 국민학교 5-6학년 시절 한강 고수부지에서 만난 이 비닐로 된 연은 금방 바람을 잘 탔더랬다. 


몇번 한강을 오면서 이 연과 얼레들을 보고, 성현이가 좀 크면 같이 해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날이 오늘일 줄 몰랐다. 성현이가 초등학생이라도 되면 해볼까 했던 것 같은데, 오늘 성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연과 얼레 세트를 5,000원에 샀다.


성현이와 '연'의 첫 만남.


성현이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미확인 비행물체'


'연'에 연결된 실 끝에 이렇게 동그란 매듭이 묶어져 있다. 여기에 얼레의 실을 묶어주면 된다.


얼레에 감긴 실의 시작 부분이 스티커로 표시되어있다.





연을 공중에 띄우려고 도움닫기(?)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살짝 바람에 연을 놓아주듯 얹어주면서, 얼레를 풀어주면 연은 알아서 하늘을 날아오른다. 성현이에게도 얼레를 쥐여줘 봤다. 28개월 차의 성현이. 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건 당연하지. 그래도 제법 잘 날린다. 우와 우와를 연발하면서. 성현이에게 훗날 이 시간들이 어떻게 기억될까.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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