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태어난 지는 이제 50일을 향해가고 있고, 올해 12월 26일이면 세 돌이 되는 아들 성현이는 나날이 놀랍게 발전해간다. 이전에도 그러했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요 녀석이 자신의 뚜렷한 의지와 주관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2013년 12월 26일생. 아직 36개월도 안 된 아이이지만, 벌써 몇 개월 후면 한국 나이로는 다섯 살이 된다. 한창 예쁜 짓을 많이 할 시기. 애교도 많이 부리고, 뜻밖의 언어적 성장을 보여주어서 주변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제는 제법 말도 잘 통한다. 감정표현도 풍부해지고, 스스로의 감정 그 자체도 성인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 또 혼내면 자못 서운한 기색을 보이기도 한다. 당연하겠지. 무언가를 잘못했을 때 혼내고 훈육하면 그것을 그대로 아무 서운함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듯 했던 영유아시기는 이제 거의 다 지나간 듯하다. 아이는 하루하루 드라마틱하게 자라가는데, 정작 부모인 나는,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제대로 인지 못 한 채 아이를 대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부모가 챙겨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부모가 선택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수동적 객체에서, 점점 능동적 주체로 자라나고 있다. 오로지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하고, 부모의 통제(?)에 따라야 했던 아이가, 이제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스스로 날기 위한 어설픈 날갯짓을 시작했다고나 할까. 아이는 무언의 이야기를 한다. ‘아빠 !!! 나도 이제 컸어요!!!’


이제 아직 세 돌도 안 된 아이를 바라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좀 과한 것일까?


뭐라 설명하기 힘든, 묘한 시원섭섭함. 뭐랄까… 아쉬움이 좀 더 진하게 배어 나오는 감정이다. 시간은 화살과도 같이 날아가고, 우리 인간들은 그것을 잡을 수 없다. 뒤집기도 못하던 그때, 목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던 그때, 배밀이를 하던 그때,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던 그때, ‘아빠, 아빠, 아빠’ 말 한마디에 기뻐하며 동영상을 찍던 그때 그 시절들엔, 아이가 좀 더 빨리 자라나서 의사소통도 하고 같이 능동적으로 교감하게 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앞날을 바라보며 정겹기만 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시간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면 안 될까… 아들아. 내사랑 성현아. 



마왕의 추모식에 참석한 아들 성현이.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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