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갑작스러운 이별이다. 


내 감정이 한 박자 늦게 켜지는 형광등마냥 굼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한 방 세게 얻어 맞았을 때와 비슷하다.  처음에는 조금 화끈거릴 뿐 멍하게 통증도 못 느끼다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차츰 통각이 나의 의식을 잡아끌며 욱신욱신한 통증을 느끼게 되듯이. 죽음을 대할 때도 그러하다. 죽음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이별이란 언제나 갑작스럽게 마련이고, 그 갑작스러움 앞에 멍해진 채 슬픔의 감정이 나를 적셔오는 것을 느끼다가 시간이 흐르고 나면, 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는 그 존재의 부재를 절감하면서 가슴이 칼로 베인 듯 애려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기억들.  부질없는 후회들. 파도처럼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슬픔보다 더 깊은, 밀물 같은 슬픔이다.


2016년 5월 26일 새벽 2시 7분경. 숙이가 떠나갔다. 그로부터 12시간가량이 흐른 후 숙이를 병으로 얼룩진 아픈 몸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한 길을 다녀왔다.  숙이의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기에, 더는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던 길, 그러나 앞으로도 또 가야 할 그 길.


늘 병원에 갈때, 숙이야…숙이 안 아프게 해주려고 가는거야. 다시 돌아오자. 꼭 다시 돌아오자. 를 되내였었다.


숙아. 아픈 몸에서 벗어나서 훨훨 날아가자. 정말 힘들었지? 꿈에라도 나타나 언니의 눈물을 닦아주렴.





자그마치 9년의 세월이다. 고개를 들어 거실을 볼 때마다, 고양이 방을 볼 때마다. 숙이가 예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시각과 나의 기억에는 여전히 숙이가 우리 집 어딘가에 앉아있는 모습의 잔상들이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그게 분명 나에게는 더 익숙한 모습이니까. 물론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숙이의 부재가 익숙해지는 순간도 오겠지. 그러나 지금은 계속해서 숙이와 함께 했던 시간의 추억들을 더듬어보려 한다. 


숙이의 투병 기간이 짧지는 않았지만, 다행히도 내 기억의 영사기는 숙이의 아프기 전 모습을 내 눈앞에 환영처럼 뿌려준다. 너무나도 토실토실 예쁜 아이였다. 반년 넘게 카라를 쓰고 있느라 얼마나 답답했을까. 숙아… 이제 카라 벗고, 마음껏 뛰놀며 그루밍도 하고 있는 거지? 곁에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늘 곁에 있어 줄 것만 같았어. 이렇게 갑작스런 이별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보고 싶다. 숙아. 너의 목소리. 묵직한 존재감. 모든 게 다 그리워.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네. 숙아... 어제도 말했었지만,  우리 다시 만나자. 어떤 식으로든, 어떤 인연으로든 꼭 다시 만나자. 










2007년 9월 경의 숙이. 숙이를 구출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던 때 였다.


잘 때면 사람처럼 누워 자면서, 웃음 짓는 듯한 눈매가 너무나도 예쁜 숙이였다.


컴퓨터의 사진들을 넘겨보면서, 9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 한때 모든 사진 폴더들이 고양이들의 사진으로만 가득 채워지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다행이다. 사진이 많이 남아있어서 이렇게 그때의 기억을 추억할 수 있구나. 내일부터 당장 사진기를 들고, 내 주변의 모든 일상을 다 기록해야겠다. 사진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예쁜 숙이의 모습을, 내 기억의 심연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을까?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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