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저녁 즈음. 故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실종 관련 속보를 접했다. 처음에는 뭐 작은 해프닝이겠거니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저런 안 좋은 속보들이 쏟아지고, 가슴속에도 좋지 못한 예감이 들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12시 즈음 수색 관련 뉴스를 보고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얼마 후. 노컷뉴스에서 뜬 속보를 보았다. 


오보 아닐까 하는 초라한 기대를 가졌지만, 사망을 확인해주는 공식적인 뉴스들이 여러 언론 매체에서 쏟아졌다. 새벽 2시.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의 브리핑을 보면서, 이름조차 언급해주고 싶지 않은, 우익 유튜버의 저열한 질문을 보면서 분노했다. 자살 보도 권고 기준 관련 보도지침http://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12 )  자체를 알 리도 없지만, 알았더라도 지킬 생각도 없었을 그의 역겨운 질문들.  일단 그런 브리핑 현장에, 우익 유튜버 나부랭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참 의아스러운 일.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가슴이 무겁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정방향으로 움직여왔던 중요한 한 축이 무너져 내린 듯한 상실감.  물론 어제 이야기 되었던, 좋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변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지금은. 적어도 죽음을 애도할 기간 동안은 이런저런 모든 이야기는, 일단 미루어두고... 故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명복을 빌고 싶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히 쉬소서.



아…. 그리고 한가지. 죽음을 대하는 자세.


어제 내가 놀랐던 것은, 관련 뉴스를 보도하는 실시간 생방송 채널에 올라오는 채팅창의 글들이었다.  죽음을 두고, 진심으로 낄낄낄 거리는 글들. 아무렇지 않게 그런 글들을 써 내려 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악플을 달아보지 않았다. 반대하고 싶은 의견엔 정중하게 반박 글을 달았었다. 저열한 욕지거리나 악플은 내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라 생각했다.  


뭐 요즘 워낙 악플들이 일상화되어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저렇게 악플을 달고, 죽음 앞에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시시덕거리며 조롱의 글을 뱉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내 곁에 평범한 얼굴로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에,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DAUM 뉴스의 댓글을 보면서 우연히 MY 라는 것을 눌러보니, 내가 쓴 댓글들을 볼 수 있더군. 사실 댓글을 거의 보지도 않고, 달지도 않기에 잊고 있었던 댓글들이 보이더라. 

아래는 2013년 고 성재기 씨 사망 사건에 내가 쓴 댓글이다. 

뭐 나의 방식만이 옳다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죽음 앞에선... 이래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죽음 앞에선 말이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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