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블로그를 생각하고 이 공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써내려간 글들은, 귀차니즘과 게으름으로 인해 일상으로 외연을 넓혀가지는 못해왔다. 물론 반짝 일상적인 주절거림 들은 며칠간 담아보기도 하였으나 길게 이어지지 못했고, 주로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써내려간 포스팅이 꽤 많았다. 


특히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 일상 속에서의 아이들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비일상적인 일이 생겼을 때(죽음)의 이야기들을 써내려갔었기에 주로 비공개로 잠자고 있는 글들이 대부분이고, 공개된 글들도 무겁고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죽음’이라는 차가운 이별을 담아내는 것은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다. 기억기록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글을 쓰지만, 가슴속 기억의 심연에 잔잔히 가라앉아 있는 슬픔 들을 다시 끄집어내는 일은 과거에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너무나 불편하고 힘든 일이다. 


그렇게 죽음과 같은 특별한 사건 중심의 포스팅에 매몰되어, 일상의 소소한 살결들을 드러내지 못하다 보니 진정 기억되어야 할 소중한 시간을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들의 반복이 된다. 그러다 보니 ‘훈쓰 Lovely cat ♡’ 카테고리를 클릭해보면, 아이들과 함께해온 시간이 별로 없다. 그저 처음과 끝만 보인다. 이는 온전한 실체가 될 수 없다. 우리의 인생에서 탄생(출생)과 소멸(죽음)이라는 시작과 끝이, 분명 중요한 지점들이긴 하지만, 그것만 이야기해서는 온전한 우리의 인생을 말한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탄생과 소멸 사이를 채우고 있는, 삶의 나날들이 진정한 우리의 인생 아니겠는가. 


꼭 고양이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밖의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블로그가 일상을 담아내지 못하고, 뭔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가뭄에 콩 나듯 글을 쓰다 보니 포스팅의 가뭄은 이어진다. 막상 뭔가를 쓰려고 해도, 특별한 것이 아니기에 잠시 주저하다 보면 글을 써보겠다는 욕망의 추동은 금방 힘을 잃곤 한다. 어차피 내 블로그의 성격 자체가 ‘정보제공형’ 블로그 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공개되어있는 사적 공간에 가깝다. 불특정다수 앞에 공개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내 공개 일기장정도 되겠다. 고로, 그냥 생각 났을 때 아무거나 끄적이자. 그냥 꼴리는 데로 쓰자는 말이다. 


그걸 거창하게 포장하면, 블로그의 일상화.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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