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84 태권V를 기억한다. 1978년에 태어났던 나에게, 1976년과 1982년의 태권V보다는 1984년 태권V가 시간적인 접점을 가진다. 여전히 태권V의 가사와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내가 내 아들과 함께 태권V를 만났던 하루였다


오늘 일요일, 별생각 없이 부모님과 함께 일주일 치 장을 보러 신촌 현대백화점으로 향했다. 1층 입구부터 거대한 태권V 피규어가 서 있는 것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긴 했었다. 지하 식료품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상품권 교환을 위해 5층 데스크에 들렀다가, 두둥- 스탬프 이벤트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미션 용지에 스탬프 5개를 다 모으면, 태권V 엽서나 태권V 피규어를 준단다.







성현이에게 로봇 태권V 피규어를 안겨줄 생각을 하니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성현이 엄마가 언제 그걸 다 찍고 왔다 갔다 하냐고 말했지만 굴할 수 없었다. 나는 아버지이므로. 하하하. 그리하여 나와 성현이 엄마,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4장의 미션 용지를 들고, 신촌 현대백화점 본관 1층, 5층, 10층, 그리고 U-PLEX 1층, 12층에 흩어져있는 스탬프 데스크를 모두 찾아가 스탬프를 모두 다 찍었다. (생각해보니 성현이도 한 사람의 사람인데, 성현이 몫까지 찍어야 했던 것 같다. 태권V 피규어도 5개가 풀세트 인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열심히 도장을 찍어 받은 피규어 인증샷은 이 글의 맨 마지막으로 미루기로 하고, 글을 이어 나가보자. 앞에 말했듯 현대 백화점 신촌점 곳곳을 누비면서 도장을 찍는데 그중에는 U-PLEX 12층도 있었다. 거기에서는 태권브이 40주년 특별 전시가 진행 중이었는데, 성현이를 꼭 데려와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행사를 하는 걸 보면서도 그냥 지나친다면 왠지 부모로서 직무 유기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하여 피규어를 받자마자 부모님과 성현이, 나와 아내 이렇게 다섯 명이 다시 전시장으로 고고고.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약간 약식 전시 같고, 고덕동에 브이 센터에서 대규모 전시를 진행하는 것 같다.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해주러 간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잠시나마 아빠인 내가 추억에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내가 직접 가져 놀던 그 장난감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어찌 보면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이다. 내 아들을 데리고, 내가 내 아들만한 나이의 아이였던 시간의 추억들과 만나게 되는 경험은 참 묘한 느낌을 준다. 인생이란 게 참 짧고 금방 지나간다는 것… 영원을 꿈꾸지만, 유한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인간의 한 세대, 그리고 그 안에서도 찰나와 같은 젊음의 시절이라는 것이 얼마나 하룻밤의 꿈과 같이 짧은 것인지…


오늘 스탬프 미션을 다 수행해내고 받은 피규어. 왠지 차렷 자세한 태권브이 하나가 빠진 것 같아 좀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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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부모님 댁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성현이를 안고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성현이가 마루에 있는 동안 성현이 몰래(?) 부모님 댁 안방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장난감 개봉기에서 가장 화룡점정이 되어야 하는 샷이 아이가 장난감을 보고 기뻐하는 사진 혹은 동영상일 텐데, 역시 그 순간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야 했다.







상자에 대략적인 설명들이 나와 있다. 상자를 통해서 들여다본 카봇의 모습. 또봇과 달리 선이 가늘고 날렵한 모습이다. 그리고 실제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순찰차의 모습과 유사한 차량의 모습이다. 좀 더 사실적 모형화로 만들어진 제품 같다. 박스샷은 이 정도 찍고 어서 개봉해보자. 역시나 이 순간이 제일 짜릿한 순간이다.







문득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프라모델 장난감은 통칭 ‘조립식’이라고 불렸다. 왜냐? 정말로 조립해야 했거든. 문방구에는 조립식들이 넘쳐났고, 요즘과 같은 완제품은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말그대로 만드는 과정 자체가 ‘놀이’가 되어야 했는데, 그것이 즐거운 유희가 되려면 어느 정도 조립식을 조립하는 데에 숙련된 기술이 있어야 했다. 그 이전에 그것은 ‘노동’이기도 했고, ‘고행’이기도 했다. 로봇 발하나 만드는 데에, 제품 전체에 써야 할 접착제를 모조리 덕지덕지 발라놓았던 어린 시절 내 친구에게는 분명 그것은 고행이었으리라. 그런 조립식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요즘 아이들의 장난감에는 왜 조립식이 없고, 완제품이 없지? 무슨 재미로 장난감을…? 하다가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실제 아이들이 굳이 그 실패와 고난의 과정을 겪을 필요 없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멋진 장난감 로봇을 가지고 노는게, 놀이의 본질에 더 가까운 일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깨달음. 30년 전에는 그 시대의 한계로, 우리가 셀프조립을 하며 무수히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봐야 했던 것뿐이다. 에고… 뭔 사설이 이리도 길었나. 아들 장난감 개봉기에. 


일단 지난번에 또봇 태권 K와 또봇 R 그리고 오늘 카봇을 개봉하면서 느끼는 건데, 로봇을 제품 상자 안에 제대로 고정하기 위해 묶어놓은 저 끈을 푸는 작업이 가장 큰 난관 같다. 그래도 이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 어린 시절처럼 미완의 슬픔을 느낄 일은 없으니. 다만 조금 귀찮을 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성현이의 반응 !!! 요 녀석이 몰래 내가 안방에서, 카봇을 로봇에서 자동차로 변신시키려고 낑낑대고 있는 현장을 급습하는 바람에 완벽한 깜짝쇼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반응은 좋다. 경찰차, 경찰차 하면서 연신 방패에 있는 버튼을 눌러 사이렌을 울린다. 아이가 기분 좋아하는 모습은 역시나 모든 부모의 로망이고 행복일 것이다. 지금 이렇게 장난감 하나에도 너무 행복해 할 수 있는 성현이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 삶. 성취. 행복.










그리고 전반적인 총평.


카봇과 또봇은 분명 다른 느낌이다. 카봇은 선이 가늘고, 또봇은 선이 두텁다. 카봇은 또봇에 비해 사실적이다. 카봇은 실제 자동차를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이다. 그리고 변신 로봇 장난감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변신 과정인데 변신할 때 느낌이 안정적이고 탄탄한 것은 또봇이다. 카봇은 처음 변신할 때에는 이러다가 잘못해서 망가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자동차로 변신한 후에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변신상태가 잘 틀어진다. 이것은 또봇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변신의 난이도는 논외로 한다. 또봇 R과 또봇 태권 K가 또봇 라인업중에서 비교적 덩치가 크면서, 변신 난이도가 '하'에 속하는 또봇이라 변신의 난이도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역시나 세상에 완벽한 그 무엇은 없다.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것은 카봇의 사실적이고 샤프한 외형에, 또봇의 안정적이고 단단한 느낌의 몸체와 변신과정을 가진 로봇 장난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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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이의 장난감 인프라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무 빈약하다는 자각을 한 이후로, 너무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 장난감류를 잘 챙겨주는 것도, 무척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부모가 육아 관련 커뮤니티를 자주 들여다본다거나, 아니면 주변에 또래 집단이 있거나 해야 비교 대상이 생기는데, 성현이의 경우 통큰블럭 이후로 크게 신경 못쓴 게 사실이다. 아빠인 내가 성현이 장난감만은 정말 빵빵하게 갖추고 행복하게 지내게 해주겠다고 생각해왔었는데, 그러지 못해왔던 것 같다.


우선 그 시작이 또봇이다. 이 또봇은 성현이가 감정이입을 심하게 하려면, 아마 또봇 만화를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봇의 적정연령이 37개월령 정도로 쓰여 있던데, 아직 성현이에겐 좀 이른 편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성현이가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인다. 성현이가 요즘 자동차 종류들에 부쩍 관심이 많아져 있기 때문인지, 로봇 형태의 또봇이 아니라 자동차로 변신한 모습을 더 선호하고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로봇 형태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봇 종류를 하나하나 다 모아주고, 그다음에 카봇으로 넘어가 봐야겠다.


성현이에게 짜잔- 하고 또봇 상자를 앞에 놓았을 때, 성현이 얼굴에 퍼지는 미소, 상자를 개봉하고 안에 내용물을 보여주었을 때, ‘우와-’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심정은 너무나 행복함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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