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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6.03 일단 쓰고 보자.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그 안에서 정신을 부여잡고 나름대로 열심히 무언가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게 쉽지 않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라는 것도 만만치 않고 말이지. 명확한 것은 내 삶의 시간이 하루하루 줄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에게 늘 그 피할 수 없는 사실을 나 스스로 상기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 내 삶의 끝. 그 마지막은 반드시 다가온다는 것을 말이다.  '유한'한 인간은 '무한'을 살 것처럼 버둥거리고 안절부절 열을 내면서, '유한'한 인생을 소모하게 마련이다.  늘 기억하자. 나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인간이라는 존재, 존재 그 자체의 한계에 대한 잔혹하기까지 한 직시는 때론, 생을 불필요한 질곡에서 구출해내 주기도 한다.


하루하루의 삶을. 그 기억을. 기록이라는 실체화과정을 통해, 눈앞에 구체적인 무언가로써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은 과거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였을 게다. 그 오래전 살아가셨던 인류의 조상님들께서 손에 쥐어 들었을 열악한 도구 대신, 21세기를 살아가는 내 손에 좀 더 발전된 형태의 도구가 들리는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만년필에서 키보드까지.


삶을 기록해야지…. 하며, 한동안 블로그를 파다가, 뭐랄까 자기모순에 빠져버렸다. 이게 내가 진정 나를 기록하는 것인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인가. 회의를 느끼고, 키보드에서 손을 떼버렸었다. 그리고선 삶의 내밀한 기록을 위해, 완전히 개인화된 매체인 종이와 펜을 들었다. 한동안 만족했다. 그러다가 이렇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매일매일 다이어리로 삶을 기록하고,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생산적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고개를 들었다. 삶을 기록하는 방식이나 양태가 꼭 원 트랙 일 필요는 없다. 일단 나의 선택은 투트랙이다. 뭐 언제까지 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다 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사실을 진정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무엇이든 영원할 필요는 없다.' 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랄까?  영원한 것은 없다. 일단 내 삶이 영원치 않을 것이기에. 그렇기에 무언가 지속하고 영원해야 한다는 강박은 나를 괴롭히는 속박일 뿐이다. 모든 것에 편하게 다가가자. 그냥 지금 나는 이렇게 키보드로 내 안에 무언가를 배출하듯 글을 써 내려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 욕망에 충실하자. 그것이 상호작용이던, 철저한 자위로 한정되든 간에, 일단 쓰고 보자. 여기 끄적, 저기 끄적. 그렇게 삶을 기록해내는 공간의 변덕스럽게 변하는 것 그 자체도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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