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날이다. 사소한 감정적 잽에도, 금방 정신적 HP가 고갈되어버리며 그로기 상태에 빠지곤 한다. 어떤 날은 별다를 것 없는데도, 괜스레 가슴에서 희망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곤 하는데, 이러한 날은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축축 처진다. 이러할 때, 정말 기분 나쁜 것은 내가 걸어가는 길에 대한 회의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다는 것이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아니 많이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는데, 결국에는 내가 이 소용돌이 속에서 잘 빠져나와 뭍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막연한 낙관론이 사라지면,  '어라...?! 이러다가 이 흐름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겠는데? 그냥 이렇게 가라앉아 버리겠는데?' 하는 낙오의 두려움이 나의 영혼을 잠식해온다. 아직 철없게도, 세상의 중심에 나를 놓고자 꾸역꾸역 애쓰는 나에게 있어서, 이 비관론의 공세들은 유쾌하지 않다. 


일단 몸을 낮추자. 이 무기력한 우울함의 대오가, 그저 스쳐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이또한 다 지나가리라. 그때까지 일단 모든 판단 유보, 이러한 기분에 근거해서, 말이나 행동을 생산하지 말 것.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운동하고 머리를 비우자. 단순해질 것.  그리고 잠자기 모드. 고고고.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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