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글은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글을 써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지내왔다. 수많은 주제어들이 머릿속을 휘집고 다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갖추어지면 글을 써야지 하고 생각만 해왔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글쓰기 도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옛날 아날로그 시절로 비유하자면, 질좋은 원고지를 고르고 펜촉과 멋드러진 펜대를 이것저것 사모으고, 그러다가 잉크의 메이커별 색감 차이에까지 눈을 돌리는 식이랄까? 이런 '도구찾기'를 21세기의 방식으로 디지털화 시켜보자면 '글쓰기 어플 구매'로 환원된다. 


MAC용 글쓰기 어플로 Ulysses 3와 Scrivener를 한참 동안 살펴봤고, 트라이얼 버젼을 다운받아 글쓰기 툴의 기능을 이것저것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정작 글은 쓰지 않은채. 실상, Scrivener는 왠간한 글쓰기 용으로 사용키에는 너무 거대해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논문등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장문의 글을 쓸때 사용하는 어플이기도 하다. 물론 여전히 트라이얼버젼과 어떤 고마우신분이 손수 번역해주신 메뉴얼은 차근히 읽어볼 생각이다. 어쨌거나 나의 선택은 Ulysses 3 였다. 적당한 길이의 글, 다층의 구조의 글을 가진 글쓰기. 블로그용 글쓰기에 딱이라는 실상은 넘친다는. 그러나 여기서 멈출수 있으랴. 맥북과 연동해서 쓸 아이패드용 글쓰기 어플 고르기에 착수했다. 메인 글쓰기는 맥북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므로, 아이패드용 글쓰기 어플은 글재료를 모으기위한 용도로 사용할테야. 아이패드용 어플은 내가 Ulyesses 3를 구매한 순간 결정된 것일 수도 있다. Ulysses와 연동되는 Daedalus Touch 구매. 외부에 나가있을때나, 가볍게 생각이 떠올랐을때 Daedalus Touch를 사용하여 아이패드로 가볍게 글감들을 기록해놓고, 제대로 글쓰기할때 Ulysses로 정리하여 마무리. 이 큰 그림이 얼추 완성되었다. 더이상 글쓰기 어플을 찾아헤매일 필요는 없어보인다. 왠지 뿌듯해지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그런데 각잡고 멋진 제목이나 특정한 키워드를 가지고 글쓰기를 하자고 마음 먹으니, 오히려 글을 쓸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변비에 걸린듯 머릿속에 거대한 혹은 근사한 키워드들만 맴돌 뿐, 내 밖으로 글들이 써지지 않았다. 오호라...통재라. 오랫동안 짧은 글조차 제대로 끄적여보지 않았는데, 머릿속에 상념들을 차곡차곡 쌓고 구조화시켜 거창한 글더미를 완성시켜보겠다는 욕심은 말그대로 과욕이었나보다. 어찌 아이가 배밀이도 하지 않고 걸음마를 하고, 뛸수 있으랴. 


오늘 아침 블로그에 글을 끄적이고 싶어졌다. 그냥 맥북을 켜고 사파리(웹브라우져)로 티스토리의 내 블로그에 접속후 그냥 글을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그렇게 이것저것 알아보고 구매해놓은 어플들을 통하지 않고 이렇게 직접. 한동안은 이렇듯 가벼운 일상적인 끄적임이나 독백들을 이렇게 끄적여봐야겠다.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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