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라는 걸 만든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돌이켜보니 처음 블로그를, ‘훈쓰블로그닷컴’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한 지 벌써 10년여가 되었다. 10년 차 블로거? 훗. 실상 사용하거나 글을 쓴 시간은 찰나와 같이 짧다. 그냥 터를 닦고 집을 지어놓고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는 말이다. 가끔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아예 재건축하는 ‘토목사업’을 진행하긴 했지만, 실제로 집의 곳간을 채운 적은 별로 없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 블로그의 정체성이, 주로 '고양이'였던 시절에는 연속되어 이어지는 죽음, 그 차가운 이별을 기록하는데 힘겨워하기도 했다. 내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해보자 하며 동분서주하기도 했고, 많은 시간은 술독에 빠져 지내느라 주변을 돌보지 못하기도 했지. 또 때로는 내 안이 텅 비어 버려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버린 세월도 있었다. 짧은 잡설이나마 글이랍시고 주절거리고 싶었을 때에도, 배는 더부룩한데 아무것도 쏟아내지 못하는 불임의 세월이 계속되었다.


이러저러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결국 가끔 생각 날 때마다 블로그에 접속하여, 위에서 예시로 든 토목사업을 진행하며 블로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정작 토목사업이 종료된 후에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 버리는 반복에 반복. 내용을 채우기보다 수단과 시스템을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다시 텍스트큐브나 워드 프레스 같은 설치형 블로그로 돌아가야 하느냐를 고민하기도 했다. 참 쓸데없어. 공부 못하는 놈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맨날 필기구 관련 사이트에서 샤프들 사모으는 꼴이랄까.


기업의 영업이익에 대한 판단에 따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서비스형 블로그보다 다시 웹호스팅 기반의 설치형 블로그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지만, 가끔 잘못 검색한 번 잭팟 터지면, 계속해서 트래픽 초과되어버리는 일 년에 몇천 원짜리 호스팅의 한계를 한두 번 경험하기도 했고, 지금 나에게는 티스토리가 서비스를 중단할까 걱정하는 것보다는 내가 블로그에 글을 안 쓰게 되는 것을 걱정하는 게 더 현실적인 걱정일듯싶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아직은 시기상조.


한적한 이 공간이 좋다. 많은 사람이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를 비교하면서, 네이버 블로그가 가지는 압도적인 유입 방문자 수를 장점으로 들던데, 그 글들을 보고 더더욱 티스토리로 마음이 안착함을 느꼈다. 적당히 한적한 공간이 좋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공간에 포스팅되는 글들이지만, 장소 자체는 적당히 한적하다는 것. 마음에 든다. 집에서 혼자 노트 펴놓고 펜으로 일기 쓰는 것과는 좀 다른 맥락이 블로깅의 묘미 아니겠는가.








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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