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8.07.03 부모도 서운하다. 1
  2. 2016.11.04 오랜만의 끄적임 - 아이와 나.
  3. 2015.09.23 아.버.지.되.기.
  4. 2014.01.01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는 누군가는 필시, 이전에는 '자식'이었던 사람들이다. 부모가 되고 나면, 부모와 자식의 역할을 모두 경험해보게 되는데, 또한  오로지 '자식 mode'였던 시절이 지나가고, 부모의 역할을 수행한지 이제 5년이 되어간다. 2013 12 26. 그날 이후부터 말이다.

 

아이에게 있어 적어도 어린 시절만큼은, 그 부모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아이의 눈에 부모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아 보이게 마련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다. 자신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고, 모든 것을 아는 존재. 그렇게 완전무결한 절대적 존재로 아이의 가슴속에 각인되면서, 덤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이들의 '착각'이다.  완전무결한 존재는 '공명정대'하고, 서운함이나 섭섭함 같은 감정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기계적 존재일 것만 같은 '착각'

 

그래. 그것은 착각이다. 아마 나도 가졌을 착각. 부모도 그저 감정을 가진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절대적 존재로서의 부모'라는 신화가 깨어지면서 시작될 게다. 그리고 깨달음이 완성에 다다르는 순간은,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이다. 그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전한 감정적 이해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어른들이 '너도 자식 낳아봐라~'라는 말을 그렇게 하셨던 거구나.

 

부모도 서운하다. 서운함을 아이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부모도 서운하다.

 

성현아. 아빠. 서운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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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태어난 지는 이제 50일을 향해가고 있고, 올해 12월 26일이면 세 돌이 되는 아들 성현이는 나날이 놀랍게 발전해간다. 이전에도 그러했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요 녀석이 자신의 뚜렷한 의지와 주관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2013년 12월 26일생. 아직 36개월도 안 된 아이이지만, 벌써 몇 개월 후면 한국 나이로는 다섯 살이 된다. 한창 예쁜 짓을 많이 할 시기. 애교도 많이 부리고, 뜻밖의 언어적 성장을 보여주어서 주변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제는 제법 말도 잘 통한다. 감정표현도 풍부해지고, 스스로의 감정 그 자체도 성인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 또 혼내면 자못 서운한 기색을 보이기도 한다. 당연하겠지. 무언가를 잘못했을 때 혼내고 훈육하면 그것을 그대로 아무 서운함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듯 했던 영유아시기는 이제 거의 다 지나간 듯하다. 아이는 하루하루 드라마틱하게 자라가는데, 정작 부모인 나는,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제대로 인지 못 한 채 아이를 대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부모가 챙겨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부모가 선택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수동적 객체에서, 점점 능동적 주체로 자라나고 있다. 오로지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하고, 부모의 통제(?)에 따라야 했던 아이가, 이제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스스로 날기 위한 어설픈 날갯짓을 시작했다고나 할까. 아이는 무언의 이야기를 한다. ‘아빠 !!! 나도 이제 컸어요!!!’


이제 아직 세 돌도 안 된 아이를 바라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좀 과한 것일까?


뭐라 설명하기 힘든, 묘한 시원섭섭함. 뭐랄까… 아쉬움이 좀 더 진하게 배어 나오는 감정이다. 시간은 화살과도 같이 날아가고, 우리 인간들은 그것을 잡을 수 없다. 뒤집기도 못하던 그때, 목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던 그때, 배밀이를 하던 그때,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던 그때, ‘아빠, 아빠, 아빠’ 말 한마디에 기뻐하며 동영상을 찍던 그때 그 시절들엔, 아이가 좀 더 빨리 자라나서 의사소통도 하고 같이 능동적으로 교감하게 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앞날을 바라보며 정겹기만 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시간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면 안 될까… 아들아. 내사랑 성현아. 



마왕의 추모식에 참석한 아들 성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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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6일. 나는 아버지가 되었다. 성현이와 처음 마주했던 그 순간의 느낌을 여전히 기억한다.


약간의 피로감이 뒤섞인 채 바라보았던 그 분만실의 어두운 조명과 잔잔한 클래식의 선율. 우리 부부가 이전에 미리 선택했던 출산의 조건들이었다. 단 한 가지가 달랐다. 우리가 선택했던 건, 내가 출산의 전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출산이후 탯줄을 자르는 것이었다.진통이 오고, 양수가 터지고 얼떨결에 분만실로 아내의 손을 붙잡고 들어갔고, 출산의 전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얼떨떨한 그 느낌. 어색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랬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내가 부르는 이름이었지, 내가 불리는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내의 임신을 지켜보면서, 내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리라는 것을 머리로 인식해가긴 했지만, 가슴으로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던 나는 아버지가 되었고, 21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그 시간 속에서 이름만 아버지였던 나는, 조금씩 아버지가 되어갔다.


누구나 처음 부모가 되어보고, 처음 아이를 키워본다. 미리 상상해보고 책을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은 글로 배워지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닌듯하다. 대부분 처음 마주하게 되는 상황들. 그 속에서의 선택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부모가 되어간다.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가 그리고 나의 철학이 아이 앞에서 갈지자처럼 갈팡질팡 우왕좌왕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여기에 내가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육아 일기 일수도 있고, 그냥 푸념 어린 끄적임일수도 있다. 정확히 무언가를 정하고 시작하는 건 아니다. 기록이 기억을 이끌어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기록해야 한다.



우선, 돌잔치 때의 성장 동영상이나 2013~2014년 1년간의 기록으로 모아놓은 사진 업로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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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6일 03시 57분. 나는 새로운 미지의 시공에 첫발을 내딪게 되었다. 

내 인생 새로운 막의 문을 열고, 새로운 장에서 태어난 느낌이다. 어두운 조명이 안개처럼 잔잔하게 깔린 분만실,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산고의 고통을 온 몸으로 받아 안은 아내의 곁을 지키던 그때. 꿈꾸는 듯한 몽환의 끈적함 속에서, 내 아이를 만났다. 묘한 낯설음을, 잔잔한 설레임과 기쁨이 잠식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는게 피부에 와닿지 않고 어색하기만 하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나에게 있어 '부르는' 이름에서, 이제 '불리워지는' 이름으로 그렇게 다가왔다.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 그 무거운 의미를 이제 배워나가며,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발...한발... 발걸음을 옮기게 되겠지.

 

다사다난 했던 2013년이 가고, 2014년이 왔다. 내 아이와 함께 할 2014년.

열심히...치열하게 살아내봐야겠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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