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20.06.05 아이들이 잠든 후에
  2. 2018.07.03 부모도 서운하다. 1
  3. 2010.05.25 똘레를 보내주고... 4



아이들이 잠든 후에, 내 방으로 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온종일 정신없이 아이들과 부대끼다가,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 홀로 앉아 나와 마주하는 이 시간. 나 자신과 마주하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때로는 회피하고 싶은 나의 모습마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바라봐야 하는 고난의 과정을 수반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도피로 술을 마시면, 알싸한 취기가 나를 감싸며, 내 가슴안에 도사리던 불안감을 밀어내고 거짓 용기를 심어준다. 그러나 그뿐, 아침이면 다시 퍽퍽한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니,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래도 아이들과 부대끼고 있는 낮시간은, 울고 웃으며 정신없이 지나간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첫째와 지난 6월 1일부터 유치원에 나가기 시작한 둘째. 한국 나이로 8세와 5세의 콜라보는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부대끼는 이 시간에는 머리는 사유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대처하기 바쁘다. 아이들을 재우고 내 방에 와서 앉았다. 갑자기 가슴이 막막해져 온다. 이래저래 쓸데없는 웹서핑을 하면서,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


무엇을 해야 하지. 지금. 아…. 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힐까.


맥주를 몇 캔 사서 마실까 하다가, 언제까지 달뜬 취기가 주는 휘발성 용기에 취해 계속해서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오늘의 나와 이별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맨정신으로 책상에 앉아 이렇게 몇 자 끄적여 본다. 그래 이렇게 다시 마주하고, 다시 일어서고, 무언가 활력을 찾아야겠다. 나의 정신을 빼놓는 아이들은 시간이 되면, 나라는 둥지를 박차오르고, 세상으로 날아오를 것이다. 그때…. 나도 다시 한번 날아보고 싶다. 


카테고리를 일상다반사로 해야 하나, 아버지 되기라는 육아 카테고리로 잡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육아 쪽으로 선택했다. 2013년 12월 26일 내가 '아버지'가 된 이후로 나의 삶은 정말 많이 바뀌었고, 그 비슷한 일들을 7년째, 열심히 해오고 있기에.  그안에서 나를 찾는 노력이라는 것은, 육아와 별개의 이야기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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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는 누군가는 필시, 이전에는 '자식'이었던 사람들이다. 부모가 되고 나면, 부모와 자식의 역할을 모두 경험해보게 되는데, 또한  오로지 '자식 mode'였던 시절이 지나가고, 부모의 역할을 수행한지 이제 5년이 되어간다. 2013 12 26. 그날 이후부터 말이다.

 

아이에게 있어 적어도 어린 시절만큼은, 그 부모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아이의 눈에 부모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아 보이게 마련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다. 자신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고, 모든 것을 아는 존재. 그렇게 완전무결한 절대적 존재로 아이의 가슴속에 각인되면서, 덤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이들의 '착각'이다.  완전무결한 존재는 '공명정대'하고, 서운함이나 섭섭함 같은 감정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기계적 존재일 것만 같은 '착각'

 

그래. 그것은 착각이다. 아마 나도 가졌을 착각. 부모도 그저 감정을 가진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절대적 존재로서의 부모'라는 신화가 깨어지면서 시작될 게다. 그리고 깨달음이 완성에 다다르는 순간은,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이다. 그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전한 감정적 이해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어른들이 '너도 자식 낳아봐라~'라는 말을 그렇게 하셨던 거구나.

 

부모도 서운하다. 서운함을 아이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부모도 서운하다.

 

성현아. 아빠. 서운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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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3일...똘레를 보내주고 왔다. 아니, 똘레의 아픈 육신을 보내주고 다시 함께 돌아왔다. 이 세상 그 어떤 죽음이 아쉬움과 회한이 남지 않겠냐만은... 본격적으로 문제를 인지하고 24시간도 안되어서 급작스럽게 마주했던 똘레의 죽음앞에, 난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며칠의 시간을 다시 되돌릴수 있다면, 지금 똘레를 이렇게 보내지 않았을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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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부터로 보면, 똘레와 가장 긴시간을 함께하셨던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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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가 유독 잘따르고 좋아했던 우리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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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와 늘 함께 놀아주고자 했던 마음따뜻한 내 아내



   나를 포함해, 모든 가족들이 똘레의 마지막길을 배웅해주고 돌아오는길... 똘레의 엔젤스톤이 담긴 유골함을 품에 안고 돌아오던 길.  여전히 하늘에선 비가내렸다. 촉촉히 내리는 저 비가 차라리 좋았다. 똘레가 떠나가고 화창한 햇살을 마주해야 했다면 더 힘들었을 것 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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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이틀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난 마음속에서 똘레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9년의 시간을 함께 했던 똘레. 이 녀석과의 시간을 다시 추억해보고 싶다. 아직 똘레를 떠올리며 아쉬움 섞인 미소를 지을 수 있기까지는...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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