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2016년 10월 27일.  마왕의 2주기. 


마왕이 떠난 지 벌써 2년이라니. 시간은 이렇듯 속절없이 지나간다. 붙잡고 싶은 마음에 두 손으로 바둥거리며 움켜쥐려 해도 그럴 수가 없는 게 시간이고 세월이다. 그 무정한 세월의 흐름에 풍화되어 깎여나가는 기억의 나약함에 맞서려면, 무언가를 계속 기록하고 또 되새겨야 한다. 


신해철의 죽음… 그의 부재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여전히 박탈감과 황량함으로 가득 차 있다.


어찌, 빼앗긴 들에 봄이 오겠는가…


나는 한국사회가 신해철이라는 사람… 그리고 그가 가진 에너지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더 정확히 말하면 빼앗겨버렸다. 그의 부재가 주는 아쉬움, 안타까움, 그 원통함은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가도 도무지 옅어지지 않는다. 


내가 그랬듯, 나의 아이들도…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생각을 공유하며 자라나 주기를 바랬다. 넥스트 1집에 수록 된,  ‘아버지와 나 Part 1’을 아버지의 차에서 틀었던 중학생의 내가, 아버지가 되어 내 아이와 그 노래를 들으며 얘기하고. 또 혹시 알겠는가. 마왕이 살아있었다면,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마왕이, 아버지의 관점에서 또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주었을지. 뭐… 영영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 되어버렸다.


아쉽고 안타깝다. 그래서, 원통하다. 


어찌, 빼앗긴 들에 봄이 오겠는가… 그저 내 마음은 황무지일 뿐이다.


몰아치는 망각에 맞서, 굳건한 기억을 지켜내고, 의미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데리고 마왕의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무언가였다. 



마왕의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으로 출발.




1년 만에 찾은 이곳. 두 번째 발걸음이어서 인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2016년 10월 27일, 목요일. 평일에 치러진 추모식.




주말이나 휴일이 아닌, 목요일. 평일임을 감안할때, 꽤나 많은 사람이 마왕의 기일에 마왕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아들 성현이에게도 보라색 리본을 달아주었다.

1주기 추모식 때는 애기티 풀풀 나던 성현이가, 1년이 지나 제법 늠름하게 자랐다.










"신해철 아저씨, 편히 쉬세요." 성현이가 국화꽃 한 송이를 올렸다.




마왕…. 편히 쉬소서. 내년에 또 찾아올게요.







마왕의 의료사고에 대한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마침표가 찍어지기까지 아주 시간이 걸리는, 지리한 법정 다툼이 되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마왕의 수술을 집도했던 집도의는 제대로 책임을 지게 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잠깐 덧붙이자면,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집단 모두를 싸잡아 도매금으로 매도하고, 비난하려는 아니다. 다만 책임을 방기하고 명백한 과실을 저지른 특정한 의사와 그의 직무유기 행위에 대해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들의 의료행위에 대해 결과만을 가지고 심판하려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심한 외상을 입고 실려 환자를 응급수술한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고 해서, 다수대중이 의사의 의료행위를 의료사고로 몰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낱같은 가능성을 보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메스를 의사에게 박수를 쳐야겠지. 그러나 또한 분명한 것은, 의사집단의 의료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해 무조건 덮어놓고 모든 것에 면죄부를 주는 것도 옳지 않다.   신해철 케이스를 보아도, 그것은 불합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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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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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마왕의 1주기 추모식에 다녀왔다.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은 10월 27일 새벽. 마왕의 기일이다. 창 밖에는 울적하게만 느껴지는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신해철이라는 이름을 가슴속에 담았던 사람이라면, 오늘 마왕의 기일에 내리는 창밖의 비를 보면서 나와 같은 공허함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을게다. 


벌써 1년. 


그러나 여전히 너무나도 원통하고, 원통하다. 정말 너무 소중한 존재를 빼앗겨 버린, 아픈 상실감을 지울 수 없다. 너무나도 슬프지만, 마냥 슬퍼하고만 있진 않겠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중요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기에...



마왕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러,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으로 출발하기 직전


아들 성현이에게도 보라색 리본을 달아주었다


내가 그랬듯, 성현이도 마왕의 음악과 말들을 들으며 자라길 바랬었다



'Here I stand for you'라 명명된 이번 1주기 추모식. 실내 추모관에 모셔졌던 마왕의 유골함을 야외 안치단으로 옮겨서 모시는 봉안식도 거행되었다. 추모식, 유골함, 야외 안치단, 봉안식. 이런 단어들을 내 손으로 써내려가다가도,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게 된다. '신해철'이라는 이름과 이 단어들이 같이 쓰이고 있다니. 신해철이라는 이름 석 자 앞에 故 라는 글자를 붙여야 한다니. 알 수 없는 차가운 낯설음의 감촉이 내 가슴을 할퀸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린 이 상황들에 조금씩 익숙해져만 가는 나 자신이 슬프다. 죽음에 대해 여러 고민 어린 메세지들을 던져왔지만, 왠지 죽음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았던 한 남자의 부재(不在)는, 나에겐 죽음-영원한 소멸의 무한한 지속-이라는 관념만큼이나  받아들여지기 힘든 그 무언가이다. 

















그에 대한 기억을 글로 써내려가기도 힘든 지난 1년여의 시간이었다. 정말로 글을 쓰지도 못하겠더라. 가슴 속에 켜켜이 쌓인 그리움과 슬픔의 실타래들이, 부정과 분노의 감정들과 뒤엉킨 채 정리되지 않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다. 이렇게 떠나가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다.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았던 사람. 


그가 무슨 암 투병이라도 하다가, 그렇게 치열하게 병마와 싸우다가 영원한 안식의 길로 떠났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으리라. 신해철이라는 사람에게서, 스스로 마지막을 정리하거나 사고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앗아가 버린 그 상황들은 분명 인간의 실수와 실수의 연속이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들로 그는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가 아산병원으로 이송되는 앰뷸런스 안에서 잠시 눈을 떴었다고 들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을 세상의 풍경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어찌 그가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끝내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겠는가. 원통하고 또 원통할 뿐이다.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여행을 끝내리...미련없이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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